못된 생각을 하나 풀어볼까 한다. 진짜 못된 생각이다. 가끔 이런 내가 싫어질 때가 있다. 아무리 이런 사안에 대해서까지 정치적인 유불리를 따지는가. 하지만 현정부와 여당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그로 인한 정치적 영향을 아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처럼 정의연과 관련한 논란이 일방적으로 불리하게만 흘러갈 경우 현정부와 여당에게는 어떤 안좋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생각해보니 별 것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유리할 수 있다.
가만 돌이켜 보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야당시절 민주당이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실정이자 적폐로 공격해 온 정책이 몇 개 있었을 것이다. 당장 첫번째가 박근혜와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일 테고, 그만큼이나 중요한 또하나가 세월호의 진실일 것이며, 사드배치로 인한 중국의 보복이나 일본과의 정보보호협정 등도 현정부가 해결해야 할 지난 정부의 숙제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있었다. 바로 2015년 위안부협정이었다. 피해자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박근혜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더구나 졸속적으로 체결된, 이제까지의 투쟁을 허무하게 만드는 굴욕적인 협정이었었다. 반드시 피해자들의 의사에 따라 협정의 내용을 바로잡고 일본 정부의 진실한 사죄와 반성을 받아내겠다. 그런데 어땠는가?
일단 국제사회에 대한민국 정부의 이름으로 공표한 정식 협정이라 정권이 바뀌었다고 임의로 파기하기에는 너무 외교적인 부담이 큰 사안이었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협정의 범위 안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일본정부를 상대로 재협상을 시도해 봤음에도 당연하게 이렇다 할 성과같은 것은 없었다. 그나마 일본의 경제도발로 인해 양국관계가 최악을 치달을 당시 문희상 국회의장이 일본을 찾아 문희상안이라 불리우는 절충안을 내서 어느 정도 반응을 이끌어내기는 했지만 이 또한 양국 내부의 반발로 인해 막히고 만 상황이었다. 그러면 일본은 그만두고 대한민국 국내에서 바로 이 문희상안을 가장 정면에서 적극적으로 반대한 이들은 누구일까? 즉 선거공약이기도 했고 취입후 대통령이 직접 자신의 입으로 약속한 사안이기도 한 만큼 현정부 입장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인데 현실적인 이유로 인해 타협안을 찾아야 하는 가운데 가장 거세게 반대한 주체가 다름아닌 정의연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 정의연이 이번 논란으로 인해 약화되었을 때 그 가장 첫 수혜자는 누가 될 것인가.
어차피 윤미향 당선인이 비례대표에서 사퇴하더라도 기존에 더불어시민당이 공천했던 비례후보 가운데 후순위가 바로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 것이다. 전체 의석수에서 손해보는 것은 없다. 별다른 변수만 없다면 열린민주당까지 더해서 거의 대부분의 법안을 독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180석의 의석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대신 그나마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이 일본정부에 제안했던 절충안을 가장 앞장서서 반대하던 세력이 무력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의 선제적인 도발로 시작된 외교적, 경제적 경색을 풀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돌파구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 가장 큰 걸림돌이 알아서 약화되고 마는 것이다. 그동안 위안부 문제의 해결에 앞장서 온 대표이자 상징적인 존재로써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던 정대협이었기에 정부로서도 함부로 할 수 없었던 것이지 그저 수많은 고만고만한 단체 가운데 하나 정도로는 언론마저도 쉽게 움직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당장 정의연이 사라지거나 최소 무력화되면 과연 그만한 대표성과 상징성을 가지는 주체를 바로 만들어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
즉 정의연이 최소한 명분과 정당성을 잃고 여론의 지지마저 등에 업지 못하면 정부가 그러기로 결정했을 때 그것을 막아설 힘까지 함께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전혀 터무니없이 엉터리같은 내용이라면 여론이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최소한의 수준만 되어도 현실을 이유로 정부의 입장을 밀어붙이기에 용이한 상황인 것이다. 무엇보다 정의연과 피해자 사이에 깊고 큰 균열이 확인된 이상 정부가 직접 피해자들을 만나 설득하는데도 장애가 사라진다. 정의연이 반드시 피해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 직접 정부가 설득한 결과 피해자들이 정부의 입장을 인정하고 납득해 주었다. 그러면 끝이다. 피해자 자신들이 동의한 이상 더이상 누구도 그를 문제삼을 수 없게 된다. 어찌되었거나 정부의 방침대로 위안부문제는 해결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착각하는 것이다. 지금 모든 언론이 하나가 되어 조금이라도 현정부와 여당에 상처를 입히고자 정의연을 공격하고 있는데 그래봐야 비례대표 한 사람 사퇴하는 정도다. 의석이 주는 것도 아니고 후순위 후보가 계승하며 유지되는 가운데 오히려 현정부의 절충안을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던 존재만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더하고 빼고 누구에게 이익인가. 그나마 보수야당이라도 멀쩡하면 반사이익이라도 누리겠지만 지금 지리멸렬해 있어 현정부와 여당의 대안으로 누구도 여기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얼마나 현정부와 여당에게 지금의 정의연 공격이 타격이 될 것인가.
아마 모르긴 몰라도 조만간 정의당에서도 참전하지 않을까 깊다. 이번 기회에 조금이라도 현정부와 거대여당에 흠집을 내야만 한다. 그래서 한겨레도 뛰어들고 경향까지 끼어들었지만, 그를 위해서 대부분 자칭 진보들이 침묵하며 정의연을 버린 것이지만 과연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인가. 조중동도 지금 열심히 힘만 빼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조금 더 나쁘게 생각을 먹으면 지금은 오히려 정부와 여당에게 기회일 수 있다. 정부와 여당에 불리하기는 커녕 더 유리한 기회가 되어 줄 수 있다. 보다 더 현실적으로 냉정하게 계산적으로만 생각한다면.
어쩌면 민주당 자신이 그러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돕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으면서 시간이 흐르기만 기다리고 있는 것일지도. 여기서 더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으면 그때 정의연과 함께 윤미향을 버리면 그만이다. 오히려 더 나을 수 있다. 아니라면 정의연이라는 명분을 윤미향과 함께 품을 수 있게 된다. 어떻게 되어도 정부나 여당 입장에서 그렇게 나쁘지만 않다. 그게 바로 국정을 책임지는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란 것이다. 과연 어떨지는. 그냥 못된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