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상식을 말하자면 고용률이란 전체 생산가능인구 가운데 실제 생산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인구의 비율의 나타낸 것이다. 한 마디로 하루 2시간짜리 임시직이나 한 달 짜리 계약직, 내일 당장 문닫을 영세장영업자까지 모두 포함하고 있다. 당연히 아예 일자리 구하는 것을 포기한 구직단념자나 집에서 살림만 하는 전업주부도 모두 포함된다. 그래서 그 수치가 60.4%가 되는 것이다. OECD 기준은 15-64세지만 한국은 ILO기준은 15세 이상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 나이 들어 더이상 구직조차 포기하고 집에서 여가를 즐기는 사람까지 포함해서 60.4%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바로 이를 기준으로 저임금 노동자의 수가 줄었다는 통계가 발표되었다. 중위임금의 3분의 2 이하를 받는 저임금노동자의 비율도 19%로 줄어들었고, 상위 20% 노동자의 임금이 하위 20% 노동자의 임금에 비해 4.67배로 임금간 격차도 줄어들고 있다. 그러자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인상에 대해 비판적인 이들이 이 통계의 내용을 문제삼기 시작한다. 최저임금인상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나 사업을 접어야 했던 영세자영업자는 배제된 통계다. 그러나 말하지 않았는가. 구직단념자도 비임금노동자도 모두 포함하는 것이 고용률이라고. 그리고 그토록 문제삼는 쪼개기알바나 정부가 만든 임시직 일자리까지 모두 저 통계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통계가 고용률이고, 그 고용률이 올라간 상태에서 전체 임금근로자 가운데 임금분포가 저렇다는 것이다.

 

당연히 영세자영업자들이 죄다 폐업했으면 비임금근로자 가운데 자영업자와 집안의 일을 돕는 무급가족종사자도 줄었을 테니 그만큼 고용률도 떨어져야 맞다. 겨울철 고용률이 봄보다 낮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농사를 쉬는 농한기이다 보니 비임금노동자 가운데 농어업종사자가 이 기간 동안 고용률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물론 구직활동을 따로 하지 않으니 실업자로는 분류되지 않는다. 아무튼 영세자영업자가 망하고 그래서 가족들까지 무급가족종사자에서 비생산활동인구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실업자로 분류되었다면 고용률은 더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고용률은 오히려 올랐다. 그런데도 임금노동자의 소득이 오르고 격차도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무슨 의미이겠는가.

 

더 재미있는 것은 그동안 고용통계에서 앞서 말한 무급가족종사자의 수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언론에서 제대로 보도하고 있지 않은 부분 가운데 하나다. 고용이 있는 자영업자의 수는 늘고 있는데 정작 집안일을 돕던 무급가족종사자의 수는 줄어들고 있다. 대부분 자영업자들이 따로 고용을 해서 사업체를 운영하고 가족들은 따로 일자리를 구해 임금노동자가 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아주 단순하게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야지만 전체 고용률이 유지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그냥 집에서 놀기만 하면 역시 고용률은 낮아진다. 그렇게 어떤 이유로든 일자리를 잃고 사업을 접은 모든 사람들까지 포함한 통계가 고용률이고 그 고용률이 유지되거나 오르고 있는 상황에 저임금 노동자들의 소득 또한 오르고 있다는 뜻이다. 그들의 비판이 의미없는 이유다.

 

물론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 있을 수 있다. 사업을 접은 자영업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만큼 새로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이 생기고, 새로 사업을 시작한 자영업자들도 있을 것이다. 통계란 그래서 숫자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개개의 사정이 아닌 전체의 추세를 본다. 전체 국민 가운데 얼마나 취업했고 얼마나 현재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가. 그들의 소득과 임금수준은 어떠한가. 고용률이 70%를 넘어서면 실직자가 사라질까? 80%가 넘으면 폐업자가 없어질까? 체감이란 말이 의미없는 이유다. 온라인거래가 급증하며 매상 자체가 줄어든 대다수 오프라인 상점에서는 - 심지어 그들을 잡아먹던 대형마트들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단지 대부분 거래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 갔을 뿐인 것이다.

 

자료를 찾아보다가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발견했다. OECD 고용률은 73%가 넘더라. 한국은 60%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그런데 OECD 고용률은 20세에서 64세까지가 기준이고 한국의 고용률은 15세 이상이 기준이다. 학생도 비생산활동인구이니 고용률에서 빠진다. 55세 이상이면 사실상 정년이 시작되니 이들 또한 고용률에서 빠진다. 사실 우리나라 청년고용률이 상당히 낮게 잡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 청년의 대학진학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학 다니는 동안에는 학생으로 비생산활동인구로 잡힌다. 언론이 하는 짓거리다. 딱 그 수준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