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간단히 주변에서 정년을 맞아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들 나이를 떠올려보면 될 것이다. 법으로 정해지기는 60세까지일 텐데 대부분 50대 중반 쯤 정년을 맞고는 한다. 그러면 정년을 맞아 퇴직하고 사람들은 무엇을 할까?

 

그래서 그동안 써왔던 자영업자의 문제와도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냥 모아놓은 돈에 퇴직금에 연금 받아서 그저 집에서 취미생활이나 하며 지내면 될 텐데 아직 한국사회에서는 그것이 안된다. 높은 사교육비용에 자식 기르느라 모아놓은 돈도 얼마 없고, 퇴직금과 연금에 기대서만 살기에는 장래도 불안하다. 그래서 마냥 손놓고 놀수만 없으니 선택하게 되는 것이 바로 자영업이다. 평생 월급 받으며 직장생활만 하던 사람이 선택한 자영업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동네에도 편의점이 하나 있다. 사장이 정년퇴직을 하고 퇴직금 받아서 차린 것이다. 바로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같은 프랜차이즈의 편의점이 하나 들어서 있다. 조금 범위를 넓히면 집에서 10분 거리 안에 7개나 되는 편의점이 자리하고 있다. 대개 정년퇴직하고 시작하는 자영업이란 이런 것이다. 별다른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도 없고, 당연히 기술 같은 것도 없다. 그래서 가장 만만한 것이 당시 유행하는 프랜차이즈인 것이다. 자영업에 필요한 지식도 경험도 기술도 심지어 대중이 인지할 수 있는 브랜드까지 대신 제공해준다. 문제는 그런다고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어째서 자영업자의 폐업률이 그토록 높은 것인가. 당연하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인상과 관련한 논란에서도 드러난 바 있지만 한국사회는 세계적으로도 자영업자의 비율이 유독 높은 나라 가운데 하나다. 인구도 한정되어 있고 소득도 성장한다지만 정해져 있는데 그를 상대로 매출을 올려야 하는 소비성 자영업자의 비율만 유독 높다. 그래서 자영업의 수익성도 낮고 그래서 상당수가 영세한 수준을 면하지 못한다. 결국에 폐업하고 마는 자영업자의 수도 해마다 상당할 정도다. 고개만 돌리면 보이는 것이 죄다 치킨집인데 도대체 치킨집들은 어디다 얼마나 팔아서 이익을 남기는 것인가. 그런데도 언제까지 멀쩡히 이익을 남기며 사업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 하긴 그나마 치킨 팔아서 가족을 부양하고 아이들까지 가르치려면 더 힘들어졌을 것이다.

 

굳이 자영업이 아니더라도 나이 먹고 취직할 수 있는 일자리라는 것이 안정적이기도 급여가 충분하기도 쉽지 않다. 노인들이나 하는 일로 여겨졌던 경비원마저 최근에는 40대 이상도 그다지 선호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당장 구인광고를 보더라도 은퇴할 나이의 50대 이상까지 대상으로 하는 일자리란 거의 찾기 불가능하다. 하물며 안정적이고 수입도 많은 일자리는 그냥 없다고 보면 된다. 자영업을 따로 해 본 적도 없고 제대로 된 일자리도 찾지 못한 퇴직자들의 경제상황이란 그렇다면 과연 어떨 것인가. 사업소득도 줄고 임금소득도 줄었는데 그러면 자산가치는 그대로일 것인가.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른 가계소득의 변화에 대한 단순한 도식일 것이다. 50대 이상의 인구가 늘었다. 다시 말해 정년을 앞뒀거나 이미 정년을 맞은 인구의 수가 늘어났다. 그러면 그동안 다니던 안정적인 직장에서 나온 이후 퇴직자들의 삶과 그들의 경제환경은 어떻게 바뀌어갈 것인가. 소득분위에서 하위 20%를 차지하는 가구에서 가장의 평균연령이 63세가 넘어간다는 사실을 유념해 봐야 한다는 이유다. 이를 중요하게 눈여겨 본 전문가가 겨우 손으로 꼽을 정도라는 것이 한국사회의 수준을 말해준다 할 것이다. 언제부터 50대 이후, 심지어 60대 이후의 고연령자들이 안정적으로 고소득을 누리며 풍요롭게 살았었는가. 고령화가 가속화된다는 것은 그런 경제적으로 열악한 처지의 사람들이 갈수록 더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정작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이들은 그런 세대들을 위한 일자리정책마저 부정한다. 정부가 세금으로 노인일자리를 만든다. 그러니까 언제부터 노인들이 자유롭게 시장에서 일자리를 구했느냐고.

 

그냥 핑계가 아니다. 실제 현실이다. 나이 먹으면 진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나이 40만 넘어도 구인광고 보면 갈 수 있는 자리가 겨우 손으로 꼽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더 급여도 적고, 노동조건도 열악하고, 심지어 현재의 거주조차 유지할 수 없는 그런 일자리가 거의 대부분이다. 그런 상황은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가속화된다. 고령화사회란 그런 의미인 것이다. 알면서도 무시하거나 아니면 아예 알려고 하지 않거나. 지금 기사를 쓰고 있는 기자새끼들도 나이 쳐먹으면 어차피 비슷한 상황일 것이란 뜻이다. 하긴 그래서 취재원 협박해서 돈이나 뜯고 그 돈으로 부동산 사서는 가짜기사나 써대는 것이겠지만. 기자일 때 벌어놔야 나이 먹어서 아쉬운 소리 않는다.

 

고연령인구의 수가 늘면 경제적 빈곤층도 따라서 늘게 된다. 사업소득도 임금소득도 줄어든, 그로 인해 자산마저 줄어든 저소득층의 인구가 갈수록 늘어갈 수밖에 없다. 이를 대비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것을 막아서고 있다. 전문가란 것들이. 언론이란 것들이. 그리고 국민 자신들이. 무지하거나 혹은 사악하거나.

 

어째서 정부는 굳이 세금까지 써가며 고령자들을 위한 일자리를 늘리고 있는 것인가. 굳이 그래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모두가 이어진다. 자영업 문제며 최저임금 문제까지. 그래서 경제다. 알아야 하는 것들만 모른 체 한다. 역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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