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에서 해고가 쉽다는 글이나 영상에서 흔히 보이는 댓글들이다.

 

"저러니까 일자리가 많아지는 거다."

"저래야 능력있는 사람들에게 기회가 돌아온다."

 

우리나라도 원래 그랬었다. 어느날 사장이 갑자기 나오지 말라면 그냥 나가면 안되었었다. 회사에서 일하다가 다치거나 병들어서 더 이상 이전처럼 일할 수 없게 되면 그냥 퇴직금이라고 몇 푼 주고, 아니 더 심하면 그냥 바로 내쫓기 일쑤였었다. 그래서 아파도 숨기고, 심지어 아픔을 이기기 위해 마약까지 먹어가며 일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었다. 아마 아는 사람 있을지 모르겠는데 오래전 구로공단 근처에는 각성제라 해서 노란색 알약을 대놓고 팔고 했었다. 먹으면 잠 안 온다 해서 고3 수험생들까지 사서 먹다가 문제가 되면서 그 뒤로 사라졌을 것이다. 그래서 그러지 말라고 바꾼 것을 그것 때문에 자기들 일자리 안생기고 능력없는 놈들이 안 잘리고 버티고 있다고 없애자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과연 그들이 말하는대로 사용자가 원하는 때 아무렇게나 고용인을 자를 수 있게 되면 어떻게 되는가? 사실 그렇게 멀리 갈 것도 없이 이미 그런 처지에 놓여 있는 계약직 직원들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몇 달을 억지로 참아가며 버티다가 겨우 어쩔 수 없이 병가를 내면서도 혹시라도 그 사이에 계약종료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그들의 모습과 당연하게 병가를 권리라 여기고 아프면 회사에서 정한 범위 안에서 마음껏 휴식이라 여기고 쓸 수 있는 정규직 직원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면 일단 돈을 받고 일해서는 안되는 지능이라 간주해도 좋을 것이다.

 

진짜 몇 달을 진통제 먹어가며 버티며 일하다가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병가를 내야만 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몸이 아픈 이유부터 계약연장에 도움이 될까봐 다들 꺼려하는 힘든 일을 자청해서 고정으로 하게 된 때문이었었다. 그래서 어떻게 몇 번이나 계약이 연장되면서 1년 넘게 다닐 수 있게 되기는 했는데 결국 몸이 버티지 못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다른 자리로 바꿔달라 하기에는 역시나 재계약이 걸린다. 병가를 쓰려 했더니 병가 기간 동안 계약이 종료된 직원이 그동안 두 명이나 되었었다. 그래서 병가 쓰면서도 그리 걱정하더니만 다행히 짧은 기간 겨우 당장의 통증만 가실 정도로 쓴 덕분에 계약은 연장될 모양이다. 바로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 어머니 세대가 그랬었다. 어머니가 그래서 지금도 손목이 불편하시다. 그에 비하면 아프면 아프다 말하고 굳이 힘든 일을 찾아서 하지 않아도 되는 신분이란 얼마나 좋은 것인가 말이다.

 

회식하자고 하면 평판도 무시할 수 없으니 계약직들은 어떻게든 얼굴 한 번 비추려 자리를 지켜야 한다. 나는 그냥 생깐다. 그렇게 몇 번 그냥 생깠더니 그냥 아예 나오라는 말도 않는다. 일이 많다고 연장이든 조기출근이든 회사에서 요청하면 나는 내 사정에 따라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데 계약직들은 그마저도 거절하지 못하고 그대로 따라야만 한다. 하긴 나 역시 계약직이던 때는 언제 그만둘지 모르니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주말과 휴일까지 나가서 일하고는 했었다. 당장 계약이 종료돼서 그만두면 모아놓은 돈이라도 있어야 당분간 버틸 수 있을 테니. 실업급여 받으려 해도 일정기간 이상 계속해서 근무해야 하는데 단기계약직은 그마저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니 몸은 몸대로 축나고 그러고 나서도 재계약이 되지 않아 잘리면 어디 가서 하소연할 곳도 없다.

 

그래도 젊은 친구라 그런지 생각하는 게 너무 긍정적이어서 그렇게 계약직 직원들 자주 내보내니까 자기들에게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말하더라. 너무 정규직으로만 고용하면 자기들에게까지 차례가 돌아오지 않았을 텐데 계약직을 짧게 쓰고 내보내기를 반복하니까 자기도 일자리를 얻어서 좋다는 것이다. 바로 내가 여기서도 말한 그 젊고 성실하고 긍정적이고 예의바르고 착하기까지 한 2030 남성 중 하나가 바로 그다. 주휴수당도 폐지해야 하고, 최저임금도 낮춰야 하고, 근로시간도 늘려야 하고 등등등... 진짜 애국자 아닌가? 

 

솔직히 부모 세대가 고생하는 것을 옆에서 보아 왔고 내가 실제 일하면서도 여러 부당한 상황들을 겪어 봤었던 경험으로는 도저히 저들이 생각하는 노동개혁이라는 것이 전혀 와 닿지 않는다. 내가 아프면 쉬어야 하고, 너무 힘들고 하기 싫으면 거절할 수도 있어야 한다. 노동력이란 나 자신의 수단이기에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해서 쓸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세대가 생각하는 공정이고 정의이며, 그것을 위해 그동안 이 사회를, 나라를 끊임없이 바꿔 온 것이었다. 보다 노동자들을 위해, 노동자인 자신들을 위해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그런데 이제 그런 것들조차 세월의 흐름속에 부당하고 불공정힌 강제이고 억압이 되고 말았다. 타파해야 할 구태고 적폐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그런 것들이 옳은가?

 

물론 내가 정년을 맞고 난 다음이라면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이기는 하다. 그래서 더 저들의 목소리를 적대하며 막아서고 있는 것이고. 확실히 세대전쟁 맞다. 나더러 이전 부모세대와 같은, 혹은 그동안 내가 겪었던 부당하고 억울한 일들을 또 다시 겪으며 일하라면 그건 도저히 못참는 것이다. 나는 싫으니까 늬들이 기성세대가 되면 그때 바꾸라. 나는 나이 먹어서 갑자기 일자리 잃기 싫으니까 늬들 세대가 나이를 먹으면 솔선수범해서 그때 젊은 세대들을 위해 길을 열어주라.

 

아무튼 현정부의 정책기조 덕분에 계약직들도 계약기간이 더 짧아지고,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통로도 더욱 좁아지고 말았다. 일하는 시간도 줄어서 충분한 급여를 기대하기도 힘들어졌다. 덕분에 정규직들도 힘들어 죽을 지경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윤석열과 국민의힘을 지지할 수 있을 정도면 그냥 애국자라 보아도 좋을 것이다. 내가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나라를 위해서 지지를 포기하지 않겠다. 감탄하는 이유다. 역시 나이가 젊어서 그런가 몸을 아끼지 않는 그들의 정의가 감탄스럽기조차 하다. 나와 상관만 없으면. 그냥 떠올라 써보는 글이다. 해고가 쉬운 환경이라... 도저히 상상도 하기 싫다. 최소한 정년까지는 일단 붙어 있어야겠다. 이재명을 믿는 이유다. 정권을 가져와야 하는 현실적 이유이기도 하다.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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