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이것도 쓰려다 건너뛰고 말았다. 진중권 떠드는 것 보고 막 생각났다. 여전히 보수지지자 가운데서는 윤석열을 차기 보수 대권후보로 기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더만.

 

사실 대통령이란 하늘이 내린다는 말 그대로 자신의 모든 것을 건 큰 기술 한 방이 필요한 자리일 것이다. 성공하면 대통령이고 실패하면 패가망신이다. 최소한 한 무리를, 더구나 한 나라를 이끌어갈 리더라면 안전한 곳에서 움츠리고만 있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되든 안되든 공동체를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무언가 큰 것을 이루어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시도라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리더의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승만이야 원래 일제에 맞서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애쓰던 독립운동가였으니 말할 것도 없고, 박정희도 실패할 경우 목숨까지 내놓을 각오로 쿠데타를 일으켰고 국가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들려주며 국민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되었었다. 김영삼과 김대중은 다른 말이 필요없는 반독재 민주화투쟁의 두 거물이었었고, 노무현 역시 자신의 정치생명까지 내걸고 불의하고 부당한 상황에 단호히 맞서는 모습을 몇 번이나 보여왔던 터였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당적을 가지고 보수정당의 텃밭인 부산에서 지역주의를 깨보겠다고 온몸을 내던지다시피 부딪히던 모습이 모두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었다. 이명박 역시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복원과 대중교통체계 개편이라는 확실한 치적이 있었으며, 박근혜 또한 차떼기로 궁지에 몰린 한나라당을 구하고 이후 매번 자신이 지휘한 선거마다 모두 승리한 선거의 여왕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과연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로써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을 지켜내지 못했고, 2016년 20대 총선의 승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면 지금 대통령 자리에 있을 수 있었을 것인가. 그러면 윤석열에게는 이들과 비교할 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박근혜를 수사해서 유죄판결까지 받게 만든 것은 아직 박근혜에 대한 지지가 강한 보수정당의 대선후보로서 오히려 마이너스인 것이다. 그동안 조국을 잡고, 백원우와 최강욱, 심지어 대통령의 친구라는 송철호까지 기소하며 보수지지자들의 환심을 사기는 했지만 설사 기소한대로 유죄판결이 나온다 할지라도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우기에는 너무 미미한 혐의들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기소한대로 유죄판결이 나올 경우 그렇다는 것이고 조금만 삐끗하면 오히려 수사를 지휘했던 자기가 날아갈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자기가 대선후보로 나가려 한다면 검찰총장이라는 자리를 이용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국민적 관심과 호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인가.

 

내가 윤석열을 차기 대선후보감이라 여기며 침까지 튀겨가며 칭찬하는 보수지지자들의 설명을 듣다가 그만 피식 실소하게 되는 부분인 것이다. 윤석열에게는 정무감각이 있다. 정무감각이 있는 놈이면 조국을 그딴 식으로 무리하게 수사해서 기소하지 않는다. 아직 임기도 많이 남은 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정면으로 칼을 빼들고 적대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언론들이 이재용과 윤석열을 놓고 비교하라면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윤석열은 기사줄이지만 이재용은 밥줄이다. 아무리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한 윤석열의 수사가 속시원해도 그래도 역시 언론에게 밥줄은 삼성의 이재용인 것이다. 정치권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당장 검찰총장으로서 윤석열이 쓸 만한 큰 기술이 그것밖에 남은 것이 없었다. 이제와서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수사를 할 것인가? 추미애 장관이나 이낙연 의원을 대상으로 일선검사들에게 수사를 지시할 것인가? 검찰인사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인사권은 이제 더이상 검찰총장 손에 있지 않다.

 

그냥 윤석열도 바보고 진중권도 병신이란 뜻이다. 차라리 조국 장관 대신 작년 그 시점에 이재용을 쳤다면 상황은 또 달라졌을 것이다. 그때는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윤석열에 대한 기대가 제법 높았었으니. 제대로 삼성을 수사해서 이재용을 구속했다면 적폐청산에 앞장선 검사로서 그 이미지가 달라졌을 것이다. 더구나 조국과 함께 검찰개혁까지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면 진짜 민주당의 대선후보도 한 번 노려볼 만 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와서 이재용을 구속해봐야 좋아해야 할 민주개혁진영은 적으로 돌아서 버렸고, 그동안 그를 호감을 가지고 보던 보수지지자들은 오히려 배신자라며 욕하는 중이다. 고작 한 줌도 안되는 자칭 진보언론들만 물색도 모르고 그저 물고빨고 한다. 그런데도 윤석열이 큰 기술을 걸었으니 차기 대권도 아주 꿈은 아니다. 진중권이 미친 게 분명하다. 아니면 원래 멍청했거나.

 

아마도 윤석열을 앞세워 586 적폐청산이라는 아젠다를 만들고 싶었을 테지만 제 설 자리를 보지 않은 어리석은 결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 더이상 검찰 내부에 남은 측근들도 없어, 민주개혁진영은 아예 적으로 돌아섰어, 그런데 이재용까지 구속하면 과연 차기 대선후보로서 윤석열을 지지할 지지층이 누가 남을 것인가. 심상정이란 정의당에서 경선을 치러야 하는 것일까.

 

오히려 요즘 부추기는 중이다. 윤석열이 미래통합당 대선후보가 되어야 한다. 윤석열 밖에 대안이 없다. 부디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그런데 과연 속아넘어가 줄 것인가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윤석열이나 진중권 같지는 않다.

 

아직 꿈을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아니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역시 이미 이야기한 바 그대로다. 대선후보라도 되어야 자기 측근들도 모두 살릴 수 있다. 윤석열에게도 측근들에게도 이대로는 미래가 없다. 막다른 궁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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