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검찰이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들을 약자로 피해자로 위장하는 기술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정권이 부당한 지시를 하면 대부분은 따르면서도 한두 명 씩 항거하며 옷을 벗는 모습도 보였었고, 그러다가 기회가 주어지면 살아있는 권력과도 정면으로 맞서며 검찰이 원래 그런 조직이 아님을 행동으로 보여주기도 했었다. 물론 전자의 경우는 차라리 옷벗고 나가서 전관예우 든든하게 받으며 돈버는 쪽이 낫기도 해서 그런 것이고, 후자의 경우도 그래도 후환이 없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을 때만 그러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찌되었거나 그런 노력들로 인해 검찰은 권력의 강압에 의해 떠밀려 어쩔 수 없이 그런 것일 뿐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면 얼마든지 정의로울 수 있는 집단이라는 기대를 국민들의 무의식에 심어 주었었다. 노무현과 문재인 정부 당시 정권이 검찰을 풀어주면서 정권에 칼끝을 돌렸을 때 오히려 다수 국민들이 검찰의 편을 들었던 것은 그런 이유였었다.

 

더구나 검찰에게는 중요한 아군이 있었다. 하나는 검찰이 주는 소스를 가지고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었고 다른 하나가 검찰 대부분의 출신학교인 서울대를 중심으로 한 학벌이었다. 검찰이 중요한 고비마다 저런 연기를 시작하면 기자들이 받아서 부풀리고 다시 서울대 출신 지식인들이 이어서 확산시켰었다. 한 마디로 이 사회의 주류네트워크가 모두 검찰의 편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정작 검찰보다 배후의 권력을 더 강하게 비판하고 견제하는 모습에서 사람들은 그들이 또 다른 이 사회의 감시자라는 착각을 하게 되었다. 이 사회의 정의를 위해 살아있는 권력도 두려워하지 않고 비판하는 이들이 고비 때마다 검찰의 편에서 그들을 대변하고 있으니 여론이 어떻게 돌아가겠는가. 오죽하면 검찰을 행정부로부터도 입법부로부터도 어떤 감시도 견제도 받지 않는 독립적인 기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었다. 그래야지만 오롯이 검찰이 법과 정의를 위해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그런 주장을 하는 놈들 가운데는 권력의 분산과 엄정한 감시를 주장하는 2찍 진보들까지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검찰개혁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을 때도 얼마든지 검찰은 여론의 방향을 돌려 이전의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한 검찰의 연기와 주류 네트워크와의 연대가 가장 절정에 이르렀던 것이 바로 지난 정부에서의 조국사태에 이은 검찰의 난장이었을 것이다. 검찰이 하니까 옳다. 검찰총장이 주장하고 지시했으니까 사실일 것이며 정의로울 것이다. 그에 조금이라도 의심을 품으면 하극상도 심심찮게 벌어졌었다. 기자가 검찰로부터 받아쓰는 것이 뭐가 잘못인가? 당연하게 기사는 기자가 검찰로부터 받아서 쓰는 것이다. 검찰이 잘못되었다면 네가 입증해야지 우리가 취재해서 입증하는 것이 아니다. 검찰의 의심을 받았으면 그 자체로 문제가 있는 것이므로 자신이 알아서 입증하고 풀려나야 한다. 심지어 그런 주장을 하는 놈들 가운데는 평소 시민의 권리를 그토록 강조하던 놈들까지 상당했다는 것이다. 손석희와 김규항, 홍세화, 진중권, 혹은 정의당과 녹색당 나부랭이들 가운데 과연 당시 검찰로부터 부당하게 수사를 받던 이들을 위해 시민의 권리를 주장한 놈들이 누가 있었는가. 검찰이 그리 주장했으니 김학의도 무고하고 탈원전도 잘못이라는 것이 그놈들 입장이었었다. 그렇게 언론과 주류 지식인들의 결탁에 의해 검찰은 정의가 되었고 상식이 되었고 공정 그 자체가 되었었다. 검찰의 정의를 위해서라도 검찰정권을 출범시켜야 한다. 그래서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되었었다.

 

윤석열은 언론과 주류 지식인사회가 합심해 만든 대통령이고 그들은 처음부터 검찰이란 기득권과 유착관계에 있었다는 것이다. 단지 그동안은 검찰의 위에 있던 다른 권력들에 그 존재가 가려져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검찰 자신이 저들의 유착에 의해 실제 권력이 되었다. 최고권력자가 되었다. 이제 더이상 책임을 떠밀 존재가 사라진 채 자신들이 그 자리에 앉아 버린 것이다. 과연 검찰에게 무한한 자유와 재량을 허락했을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인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껏 소신대로 검찰로서 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과연 어떤 일들이 눈앞에 펼쳐지게 될 것인가? 그동안 언론과 주류 지식인들은 그것이야 말로 상식과 정의에 부합하는 것일 것이라 주장해 왔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러한가? 그리고 더불어 그럼에도 철저히 침묵하며 진실을 가리는데 앞장서는 언론과 주류지식인사회의 모습에서 그들의 유착의 참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이고 말았다. 처음부터 이놈들은 한 몸이었다. 비로소 사람들도 깨닫게 된 것이다. 실제 검찰의 모습이란 어떤 것이었는지, 그리고 그를 가리는 저들의 유착에 대해서까지. 이래서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

 

언론과 주류지식인들에 의해 강제로 돌려졌던 검찰개혁에 대한 요구가 어느때보다 커져가는 이유일 것이다. 심지어 윤석열과 한 편이어야 할 보수정당 지지자 가운데서도 검찰을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는, 불과 작년까지 반대입장이었던 검수완박에 대해서도 그 필요성을 인정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정권은 지켜야겠기에 대통령 윤석열은 지지하지만 다음 정권을 가져오기 위해서라도, 아니 최소한 자신들이 믿는 상식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검찰은 어떻게든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만들어야 한다. 더불어 언론과 주류지식인사회 역시 이대로 두어서는 안된다. 이낙연에게 더이상 희망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중도층들도 알아 버렸다. 실제 그동안 그 중요한 과업을 방치해 온 주체가 누구였었는지. 민주당은 어째서 권력을 잡았을 때 더 적극적으로 그러한 정책과 법안들을 밀어붙이지 않았는가? 지금 나와서 이재명 욕하는 저 새끼들이 막았었다. 이낙연 책임론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진짜 평소 입바른 소리 잘하던 언론인들 가운데도 아예 자리를 내던진 소수를 제외하면 지금도 여전히 이낙연이나 이탄희 불러서 이재명 욕해달라는 놈들이 거의 태반이란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부정적인 모습에 대해서는 철저히 눈감고 외면하면서 이재명을 불러들여 물타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그런 놈들에 이용당하는 것이, 아니 적극적으로 부합하려는 것이 수박들의 본모습인 것이고. 이탄희는 그냥 조경태 시즌2다. 어차피 국회의원 그만두더라도 전직 판사 출신에 전직 국회의원 출신 변호사니 먹고 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오히려 어떠한 견제도 감시도 없이 이익을 추구할 수 있으니 벌이에는 그쪽이 더 낫다. 오해들 하는데 판사라는 자리는 돈벌이보다는 명예다. 더 큰 돈벌이를 위해 더 높은 자리에서 퇴직하려는 것이지 벌이만 따진다면 그냥 변호사 개업하는 게 더 낫다. 판사자리 박차고 나오는 게 반드시 희생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탄희라는 인간의 실체에 대해 새삼 확인하게 되는 계기다.

 

아무튼 그렇지 않아도 윤석열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거의 콘크리트에 붙어 있는데 다시 총선을 앞두고 그 얼굴 중 하나인 한동훈을 비대위원장으로 내세웠다는 소리를 듣고 그저 헛웃음밖에 안 나왔다. 그나마 이명박은 박근혜라는 자신의 대항마를 중요한 고비마다 앞세워 책임을 분산시켰었다. 이명박이 잘못했어도 박근혜라는 그를 견제할 대안이 있다. 오죽하면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 때 이명박에서 박근혜로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라 주장하는 이들마저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렇지 않아도 지지율이 낮은 대통령의 분신이라 할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내세워 총선을 치르겠다? 하지만 이미 보았듯이 검찰 출신이 아닌 다른 인사로는 안심이 되지 않는 것이다. 윤석열 자신 만이 아닌 그동안 검찰과 유착해 온 다른 주류네트워크의 구성원들에게도 검찰출신, 그것도 윤석열의 측근이 아니고서는 너무나 불안한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해 온 대로 한동훈을 어떻게든 띄워 올리며 그의 이름으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 이제 남은 희망이라고는 이낙연 뿐인 것일까? 이낙연이 신당창당을 포기한다면 그것은 저들의 요구가 그렇기 때문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임계에 이르고 말았다. 더이상 도망칠 곳이 사라지고 말았다. 물론 군사정권이 그랬던 것처럼 검찰이 가진 수사권과 기소권을 이용해서 강제로 정권을 연장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 언론과 주류 지식인사회가 검찰의 편이니 여론을 만들기도 당시보다 상대적으로 수월하기도 하다. 그런데 언제까지? 검찰이 합법적인 수단을 포기하는 순간 그들은 실질적인 무력을 보유한 군사정권보다 무력한 집단으로 전락한다. 그리고 검찰권력이 무너지는 순간 언론 또한 개혁의 대상으로서 그 칼날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진보를 자처하는 각종 단체들이나 개인들은 이미 검증의 대상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그들의 제도권 진입에 대한 견제이기도 하다. 이 사회가 재구성된다. 비로소 개혁이 이루어진다. 마지막 단추였던 모양이다. 검찰이 개혁되면 남은 것은 사법부다. 이탄희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 이놈들도 만만치 않다. 그러고보니 박범계도 판사 출신이었던가? 참 갈 길이 멀다.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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