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미국에서는 민주당이 PC라는 이미지를 가져가게 되었을까? 정치적 올바름이라면 미국 공화당 역시 나름의 정의가 있었고 역시 미국사회에서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었을 텐데 미국 민주당에만 PC란 굴레가 씌인 것일까? 내가 하다하다 미국과 일본에서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학부모 단체 등의 압력에 의한 검열까지 PC라 주장하는 걸 볼 줄이야.

 

아주 오래전부터 일본만화가 미국으로 넘어갈 때는 우리나라로 올 때 이상의 수정이 가해지고는 했었다. 저 유명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토토로'에서도 아빠와 딸이 같이 목욕하는 장면이 수정되어 나왔었다. 작품에서는 뻔히 미성년자로 설정되어 있는 캐릭터가 일본으로 건너가면 성인이 되기도 했다. 당연히 노출이 심하거나 너무 잔인하다 싶은 장면을 삭제하거나 수정하는 건 일상다반사였다. 그것도 PC때문에?

 

전설적인 록그룹 퀸이 미국에서 성공을 거두기까지 시간이 걸렸던 이유 중 하나가 멤버들이 여장하고 찍은 뮤직비디오였었다. 보수적인 미국사회에서 감히 게이로 의심되는 놈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었다. 아마 이때도 미국 학부모단체가 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을 터였다. 지금 기준으로 하면 상당히 PC적인 아티스트인 마릴린 멘슨을 악마숭배니 뭐니 해서 기독교 단체들이 압력을 가한 적도 있었다. 일본도 사정은 비슷해서 학부모단체의 압력에 나가이 고는 아예 연재하던 '파렴치학원'이라는 만화을 깽판내며 연재종료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이들이 PC란 것일까?

 

원래 미국사회는 매우 보수적이다. 특히 금욕적인 청교도 교회의 영향이 강한 지역일수록 더 보수적인 성향을 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지금도 성매매 자체가 불법인 주들도 많고, 성인이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지면 그 순간 바로 아동성폭행범으로 체포되어 인생이 쫑나기도 한다. 참고로 여기에는 남성과 여성의 구분도 없어서 남학생과 관계를 맺고 임신까지 한 여교사가 성폭행혐의로 기소되어 처벌받은 예도 있다. 그리고 그러한 도덕적인 엄격함은 대중예술 전반에도 영향을 미쳐서 미국 대중예술계는 이러한 보수적인 교회와 그와 같은 관습적이고 관성적인 도덕적 기준으로 무장한 학부모단체 등 시민사회와 갈등을 빚어야 했었다. 그러면 과연 그러한 과정에서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어떤 포지션에 있었겠는가.

 

보수적인 미국사회가 아예 그 존재조차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동성애자들이 그나마 자유롭게 커밍아웃도 하고 자기들끼리 살 수 있게 되기까지 미국 사회에서도 엄청난 갈등과 충돌이 있어왔던 것이었다. 그래서 20세기까지만 해도 동성애는 선거 때마다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고 있기도 했었다. 그런데 어떻게 지금은 어지간히 보수적인 교회들조차 동성애를 비롯한 성소수자의 존재가 아닌 그들의 결혼여부에만 초점을 맞주게 되었는가. 그렇게 노력해 왔으니까. 많은 법과 제도로써, 그리고 왕성한 저술과 강연 등의 활동들을 통해, 그리고 대중문화를 통해서 그렇게 설득해 왔으니까. 그러니까 기존의 관습적이고 관성적인 미국사회의 도덕적 관념에 대해 도전하고 투쟁하여 쟁취한 결과인 것이다. 지금 흔하게 PC라 부르는 것들이 바로 그 대상들이었던 것이고. 그런데 원래 미국사회의 보수적인 도덕관에 기초한 삭제와 편집까지도 PC라 부르면 이 뭔 개소리가 되는 것인가?

 

반PC가 이런 게 문제인 것이다. 반PC에 매몰되다 보니 사실관계를 무시한다. 한 마디로 무식하다. 미국 게임 캐릭터들이 못생긴 것도 PC 때문이다. 그보다는 아주 오래전부터 미국의 게임들은 플레이어 자신의 가상체험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일본 미연시에서 주인공이 못생기고 한심하게 묘사되는 것과 같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찐따새끼에 맞춰서 캐릭터를 설정해 놔야 쭉쭉빵빵 여리여리한 미소녀들과 썸씽이 더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현실의 유저들이 모두 잘생기고 멋있을 수 없는데 게임캐릭터들만 그래봐야 의미가 없는 것이다. 오죽하면 성인게임인 스트립포카조차 여자들이 하나같이 못생기기만 했을까. 하아... 못생긴 정도가 아니라 인종에 따른 스테리오 타입으로 선정해 놓은 탓에 아시아인은 진짜 못봐줄 정도다. 걔들 아시아인에 대한 미적 기준은 진짜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었다.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에서 포르노가 하도 많이 나오니까 일본이 성적으로 매우 개방된 줄 아는데, 일본에는 포르노라는 게 없다. 성인용 영상물만이 있을 뿐이다. 일본에는 매춘도 없다. 성인용 풍속업만이 존재할 뿐이다. 누가 혼네와 다테마에의 나라 아니랄까봐 제도와 현실이 이렇게 다르다. 그 말인 즉 일본에도 나름대로의 도덕적 엄격함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와 달리 일본은 이것이 갈수록 강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아동누드집이 버젓이 팔리던 나라에서 이제는 비키니 갑옷까지 검열당하는 수준으로 나아가는 중인 것이다. 그래서 일본이 PC적인가? 하긴 1980년대 어느 애니메이션 감독은 흑인 나오면 화면 버린다고 아주 싫어했었지. 지금은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으니 그것이 PC인 것인가?

 

더 웃기는 것은 그나마 미국에서 PC에 대해 강제적이고 강압적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실제 그러한 교육과 제도적 강제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누가 감히 다른 인종이나 성소수자에 대해 차별적인 발언이나 행동을 하면 그 순간 바로 제재를 받는다. 유럽에서도 손흥민을 상대로 인종차별적인 행동을 했던 선수가 징계를 받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니까 아시아 원숭이 새끼인 한국인 네티즌 나부랭이가 미국에 가서 차별을 받더라도 그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미국 사회가 나아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한국은 어떨까? 한국에서 과연 PC적인 어떤 강제나 강요가 현실에 존재하는가? 왜 미국 영화나 게임에서 백인이 아닌 흑인이나 히스패닉, 혹은 아시아인이 등장한다고 그리 지랄들이냐고. 그러니까 미국사회는 지금 게임에 성소수자가 등장하느냐 마느냐 수준이 아닌 동성애자들의 결혼을 허용할 것인가, 그리고 미성년자의 성전환도 인정할 것인가의 여부로 한창 논쟁중이라는 것이다. 판타지 게임에 성소수자 나온다고 경악하는 늬들 수준이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 사회에서 전통적이고 관습적인 도덕적 관념에 따라 이루어져 온 검열들마저 PC라 부르는데서 이들의 지적 수준을 알아 볼 수 있는 것이다. 검열은 죄다 PC다. 도덕주의적인 것은 죄다 PC다. PC가 있기 전에는 도덕도 없었다. 모든 도적적 관념과 강제를 자신들은 부정한다. 하긴 그러니까 n번방 성착취물에 대해 성인의 즐길 권리를 주장하며 떼로 몰려서 찾아다니곤 했던 거겠지. 그러니까 PC가 뭐냐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PC이고 그에 반대하는 것인가고? 마음에 안 들면 죄다 PC다. 그런 놈들이 떼로 모여서 떠드니 그게 정의처럼 보인다. 병신은 답이 없다. 고래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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