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역사에서 역적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인물들로 망탁조의가 있었다. 전한을 멸망시킨 왕망과 헌제를 옹립하고 패악을 저지르며 후한의 체계를 무너뜨린 동탁, 그리고 후한의 명맥을 끊은 조조와 그 조조가 세운 조위의 명운을 끊은 사마의다. 그러면 이들 가운데 누가 후대에 가장 많은 욕을 들었는가? 다름아닌 조조다. 특히 민간에서의 조조에 대한 증오는 매우 뿌리깊어서 삼국지 연극에서 조조 배역을 맡았던 배우가 관객들에게 맞아 죽는 일까지 있었을 정도였다. 하긴 당대에도 조조가 싫다고 죽을 것을 알면서도 신야의 백성 10만 명이 유비를 따라나서기도 했었다.

 

그러면 어째서 조조는 다른 역적들도 많은데, 어쩌면 그들이 저지른 패악과 악행이 더 심할 수도 있었을 텐데 오히려 후대에 갈수록 더 욕을 들어먹은 것일까? 사실 조위가 멸망하고 비교적 가까운 시기에는 지배층을 중심으로 그를 존중하는 분위기도 아주 없지는 않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그 조위에서 서진이 나왔고, 동진으로부터 남조가 이어졌었다. 남조의 정통은 그리고 이후 북조로도 이어진다. 그 시기 조조는 조위를 사실상 건국한 무제로 불리고 있었다. 하지만 민간이나 재야의 학자들 사이에서는 아니었다. 그 가장 큰 이유, 바로 서주에서 조조의 명령에 의해 저질러진 대학살 때문이었다. 개나 닭까지 가리지 않고 모두 죽여 죽은 이들의 시신으로 아예 강물이 막힐 정도였다 하니 그때 조조가 저지른 학살의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이게 얼마나 심각한 일이냐면 최소한 왕망도 왕조를 교체하고 많은 실정과 부정을 저지르기는 했지만 이런 식으로 수 만, 아니 수 십만에 이를지 모르는 백성을 무참히 무차별적으로 학살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동탁 역시 낙양에 불을 지르고 강제로 백성들을 이주시키며 약탈과 학살을 일삼았어도 그 규모가 이렇게 한 지역 전체를 씨몰살시킬 정도는 아니었었다. 사마의야 정권을 틀어쥐는 과정에서 정적들을 아예 씨몰살시키기는 했어도 백성들까지 학살한 기록은 없다. 오죽하면 그 사마의의 후손들이 세운 서진에서 역사서를 편찬했던 진수마저도 그나마 가장 순화한 표현으로 잔륙이라 기록하고 있었을 정도다. 한 마디로 잔학하게 도륙했다. 어떤 명분도 없는 단순한 인간에 대한 도살이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바로 이 사건으로 인해 조조는 자기 대에 천하를 통일하겠다는 야망을 접어야 했었다.

 

그 학살이 어느 정도였느냐면 사실상 이 사건 하나 때문에 한 지역의 군벌조차 되지 못하는 유비가 조조에 대항할 수 있는 전국구 인물로 떠오를 수 있었을 정도였다. 물론 바로 직전 황건적 잔당들에게 포위되어 있던 북해의 공융을 구하며 그 이름을 알린 바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보다는 역시 조조에 의해 대규모학살이 벌어지던 서주를 직접 구원하러 가서 실제 군을 이끌고 맞서 싸우며 이기지는 못했지만 일단 저지를 했던 점이 당시 인사들에게 더 크게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당시의 누구도 서주를 구원할 생각을 못했는데 고작 평원의 승에 지나지 않았던 유비가 얼마 안되는 군사를 이끌고 공융에 의해 서주까지 구원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유비는 근거지 하나 없이 한 줌도 안되는 세력만으로도 전국의 유력자를 상대로 대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신야의 백성들이 목숨을 걸고 조조를 피해 유비를 따라나섰던 이유였다. 심지어 유비 자신조다 자기는 조조와 반대로 행동했기에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말하고 있을 정도였으면 당시 조조의 악행이 천하에 어떻게 받아들여졌는가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놈은 몰라도 조조는 안된다. 그러니 조조를 막을 다른 대안을 찾다. 그야말로 쥐뿔도 없는 유비가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런데 그런 조조의 대학살을 그럴 수 있었다며 옹호하는 사람이 있었다. 하긴 이해한다. 아마 그 나이 또래라면 아직 마오에 대한 환상이 남아 있을 무렵이기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오이즘을 긍정하는 서적이 서점가에 꽂혀 있던 것이 바로 90년대 초반이었다. 중국의 실상에 대해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기라 마오쩌둥의 공상주의혁명에 대한 환상이 특히 자유진영의 좌파들 사이에 꽤나 광범위하게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었던 터였다. 그렇기 때문에 마오쩌둥의 대약진운동의 실패나 문화대혁명에 대해서도 옹호하는 주장들이 꽤나 적잖이 나오고 있기도 했었다. 내가 일본만화 '창천항로'를 보면서 마오이즘을 떠올린 것도 그래서다. 만화 '창천항로'의 조조는 의심할 바 없이 마오 그 자체다. 그러므로 조조의 대학살도 조조란 인물이 보여주는 혁명성에 비추어 긍정할 부분이 없잖아 있다. 아니 그것을 잘했다 여길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러한가? 그런 식이라면 한국전쟁으로 최소한 대한민국에서 봉건주의의 잔재가 사실상 사라지다시피 했으니 김일성에게도 신분제와 봉건적 질서의 타파에 큰 공이 있다 인정해주어도 되지 않겠는가?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학살이 있었기에 지금의 미국이 있을 수 있다.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도 없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지금 대놓고 주장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지금 유대인 하는 꼬라지를 보니 히틀러의 학살이 정당했다. 감정적으로 그리 말할 수는 있어도 그를 공식화하는 사람은 없다. 그 전제는 어디까지나 지금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에서 저지르고 있는 학살이 히틀러의 그것에 비해 전혀 못하지 않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현재진행형으로 일어나고 있는 학살에 대해 그를 비판하려는 의도로 비유해 쓰는 것이지 학살 자체를 정당화하는 경우는 오히려 드물 터다. 그런데 조조가 서주에서 그저 자기 아버지 죽었다고 분풀이로 저지른 학살에 대해 뭔 이유들이 그리 많은가? 

 

내가 교수직함을 가지고 있는 유튜버 임용한의 이름을 될 수 있으면 피하는 이유일 것이다. 내가 가진 상식으로 민간인에 대한 학살을, 그것도 위정자가 단지 자신의 분풀이로 저지른 것을 옹호하는 사람의 말은 들을 가치가 없다. 학살을 저지른 놈도 미친 놈이지만 그런 학살을 옹호하는 인간도 정상은 아니다. 같은 이유로 어쩌면 조조보다 크게 뒤지지 않을 학살자인 이승만을 긍정하는 놈들을 나는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 것일까? 전쟁중인데 적인 공산군과 싸우는 것보다 오히려 후방의 민간인을 학살하는데 더 열심이었던 것이 바로 이승만이었다. 그리고 한 순간의 감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무려 수 년 간 거의 습관적으로 민간인에 대한 배제를 직접 지시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학살된 사람 가운데 공산주의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되던가? 한 사람의 공산주의자를 죽이기 위해 수 백 수 천의 사람을 죽이는 것이 과연 타당한 행동인가? 이승만의 학살에 대해 알고 싶으면 자기 사는 동네 이름 치고 학살 치면 된다는 도저히 웃을 수 없는 농담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이승만을 긍정도 아니고 추앙을 한다?

 

건국전쟁을 보고 역사를 제대로 알았다며 이승만을 찬양하는 놈들에 대해 본능적인 혐오를 가지게 되는 이유인 것이다. 도저히 저 새끼들을 사람으로 두고 볼 수 없다. 내가 이영애를 좋아하고 가수로서 나얼도 좋아했지만 둘 모두 안중에서 치우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이승만이 모두 못하기만 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잘한 것이 있어도 국민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는 대통령이 자국민을 이념을 이유로 학살했다는 사실은, 심지어 그 숫자가 교전으로 죽은 군인의 그것을 넘어가고 있다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하다못해 그렇게 공산주의가 위협적이어서 배제해야 했다면 재판을 통해 사실여부를 가려 법에 의해 처리했어도 되는 것이다. 그것이 한 나라의 국가원수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태도이고 실제로 지워진 책임이다. 그것을 부정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

 

아무튼 벌써 천 수 백 년이 지난 과거의 학살을 옹호하는 인간도 짜증나는 상황에 바로 우리 부모님 세대에 저질러진 학살을 오히려 찬양하는 놈들마저 있다는 사실이 그저 어이없을 뿐이다. 유대인들이 나치의 대학살을 찬양하는 네오나치 놈들을 보면서 이런 느낌을 받는 것일까? 아마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입에 담는 유대인들을 보면 비슷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사람의 목숨은 진짜 개좆으로 안다. 하긴 그러니까 채상병 사건도 그리 묻히는 것일 게고, 세월호와 이태원의 참사도 우습게 넘어가는 것일 게다. 2찍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그 새끼들의 뇌는 과연 사람의 뇌인가? 혹시나 똥구더기가 기생해 사는 것은 아닌가?

 

요즘 좋은 일도 없는데 별 게 다 사람 짜증나게 한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저런 놈들 저따위 소리 마음대로 떠들라고 독립운동하고 민주화운동한 것은 아닐 텐데도. 오래전 개신교가 있어서 이 땅에 진보도 가능했었다는 아마도 2찍일 진보의 항변이 새삼 떠오르려 한다. 그 개신교가 진정 찬양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긴 그런 현실에 침묵하는 대다수 2찍 진보들의 사고도 크게 다르지 않을 테지만. 극좌와 극우는 통한다. 진짜 극좌이고 극우일지는 모르지만. 화딱지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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