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히 남성인 내가 여성에 대해 같은 말을 하는 경우를 상상해 보라. 여성은 거짓말을 않는다. 필요에 의해 사실을 왜곡하거나 편취하지도 않는다. 상황을 잘못 오해하는 경우도 없다. 오로지 이성적으로 명징한 사실과 진실만 말한다. 여성에 대한 칭찬일까? 아니면 여성에 대한 대상화이고 정형화이고 차별인 것일까?

 

이를테면 여성을 오로지 순결한 존재로만 여겨서 성적으로 조금만 더럽혀졌다 싶으면 바로 단죄하던 시대나 사회를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의 아름다움과 여성의 순결과 여성의 현숙함을 예찬하면서 거기서 벗어나는 여성들은 더욱 잔혹하게 내치고 단죄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거짓말하고, 필요에 따라 사실을 왜곡하고 편취하고, 자신의 이해와 주관에 따라 오해도 하는 존재는 여성도 아니라는 것인가.

 

그런데 여성 스스로 그렇게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이 말하니 사실일 것이다. 여성이 주장하니 진실일 것이다. 한 치의 거짓도 오류도 없이 그 자체로 이미 증명된 것이다. 여성이 피해를 주장하니 피해자라지 않는가. 여성은 인간인가? 아니면 인간이 아는 다른 특별한 존재인 것일까? 그렇다면 남성과 별반 다르지 않은 거짓말도 하고 왜곡도 하고 오해도 하는 일반의 여성들은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 것인가?

 

여성주의에는 여성이 없다. 여성이 생각하는 대상화된 이상의 여성만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여성주의가 현실에서 남성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도 사회적 약자니까. 어려서 그렇게 배워 놓은 탓에. 요즘 20대가 그런 점에서 우리들보다 더 솔직하고 더 당당하다. 여성도 인간이다. 스스로 인간이고자 해야만 한다.

 

여성은 인간이 아니다. 인간과 비슷한 그 무엇도 아니어야 한다. 혹은 인간이란 현실의 인간과 다른 이상적인 어떤 존재여야 한다. 망상이다. 그런 망상이 만들어낸 것을 흔히 신앙이며 종교라 말한다. 종교 앞에서 이성이고 인정이고 관계고 모두 부정될 뿐이다. 최소한 여성주의자는 보편의 인간이라 볼 수 없다. 똥은 거름으로라도 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