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전체주의란 것이 개인의 이기주의를 가리기 위한 적극적 수단으로 쓰이기 시작한 모양이다. 개인이 개인의 욕망과 이기를 추구하는데 왜 집단이 나서서 반발하고 비판하는가. 야단치고 다그치는가. 개인이란 현대사회에서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일 텐데 그것을 침범하는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그저 자신의 행동에 대한 비판에 대해 변호하고 반박하는 것을 넘어 아예 역공을 가해 버린다. 그런데 과연 사실일까? 정말 저런 논리가 옳은 것일까?

 

주의란 보편이다. 나 한 사람이 자유로운 것을 넘어 모든 사람이 보편적으로 자유롭기를 바랄 때 그것은 자유주의가 된다. 나 혼자 주권을 갖는 것이 아닌 모든 국민이 동등하게 주권을 가지고 국정에 참여할 때 그것도 역시 민주주의라 불리게 된다. 우리끼리만 공유하고 나눠 쓰는 것이 아닌 국가 전체, 나아가 세계 전체가 모든 생산을 공유하고 공평하게 나눠쓰자는 주장이 바로 공산주의다. 그러면 개인주의란 무엇일까? 바로 보편의 개인이다. 나 한 사람만이 아닌 세계의 모든 존재하는 개인들을 위한 주장이고 지향이고 신념인 것이다. 

 

국가란 과연 어디까지 개인의 권리에 대해 침해하고 관여할 수 있을 것인가. 이를테면 얼마전 벌어졌던 https 논란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당장 대부분 젊은 남성들에게 민감한 주제인 징병제도 역시 그런 연장에 있을 것이다. 국가란 과연 어디까지 개인의 욕망을 억압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인가. 개인의 인신을 구속하고 국가의 목적을 강제할 수 있을 것인가? 당연히 대부분 개인주의자들은 여기서 최대한 개인의 권리를 주장하게 된다. 아무리 정부라도 개인이 자유롭게 정보에 접속하고 그를 이용하는 것까지 함부로 통제하려 해서는 안된다. 개인의 자연스러운 본능과 욕구의 구추에 대해서까지 간섭하고 강제하려 해서는 안된다. 더욱 국가의 목적을 위해 개인을 동원하려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아니 아예 국가가 개인을 강제로 징발해서 인신을 구속하고 목적을 강제하는 행위야 말로 현대의 노예인 것이다. 절대 폐지해야 한다. 개인주의자라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어느 정도 이런 주장들에 대해 동의할 것이다. 권력이 자신의 권리를 침해하고 훼손하는 자체는 언제나 절대 부당하다. 그러면 과연 국가간의 조약으로 인한 개인의 권리에 대한 침해는 어디까지 인정되어야 할 것인가?

 

전체주의를 앞세워 집단의 분노를 부정하고 조롱하는 이들이 말하는 개인이라는 단어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이유다. 국가가 개인의, 그것도 불법행위에 대한 청구권까지 제한할 수 있다.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해 개인이 배상받을 수 있는 권리까지 국가간 배상으로 제약할 수 있다. 한 마디로 개인의 권리란, 심지어 인권마저도 국가의 통치 아래 있다. 그렇다면 국가의 필요에 의해 개인을 강제로 징발해서 인신을 구속한 상태에서 돈도 주지 않고 개처럼 굴리는 것도 같은 이유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같은 이유로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징병제는 유지하더라도 최소한 병사들에게 최저임금 정도는 지급하라 주장했던 것이었다. 국민에 대한 그야말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닌가. 그런데도 개인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개인의 권리란 국가간 조약 아래 얼마든지 사라질 수 있다 주장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맺은 위안부 협정이 말도 안되는 것은 정작 피해자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피해자들의 동의 없이 정부가 임의로 일본과 맺은 협정이었다. 그래서 피해자들도 반발했고 국민들 역시 인정하지 않아 무력화되었다 자연스럽게 폐지된 것이었다. 강제징용피해자 판결 역시 마찬가지다. 보상문제는 한일협정으로 해결되었지만 배상은 아니었다. 개인의 인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반인권적 범죄이기에 그에 대한 배상여부는 국가간 협정과 상관없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것이 무리한 법리가 아니란 것을 알았기에 심지어 일본 정부마저 한국 정부에 판결을 뒤집으라 요구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한국 정부 역시 재판을 지연시켰을 뿐 재판의 결과 자체를 뒤집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 사이의 관계를 위해서라도 정부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했어야 했다. 어떻게? 일본이 바라는대로 제 3국을 포함한 중재위원회를 열어 사법부의 판결을 뒤집었어야 하는 것일까?

 

정작 개인을 주장하면서 또다른 개인들은 - 더구나 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당한 개인들은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권리에 대해서는 쏙 빼놓는다. 아니 아예 당당하게 그들의 권리를 부정하고 배제하라 주장한다.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는 그들 몇몇의 권리 정도는 얼마든지 양보하고 희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정확히 자신이 불편하고 자신에게 불이익이 돌아올 것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서 다른 개인들의 권리를 희생하고 양보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과연 개인주의일까? 아니면 그저 자기를 위해 다른 이들을 희생시키려는 이기주의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결국 어떻게 포장해도 그들이 주장하는 바는 하나인 것이다. 내가 귀찮다. 내가 불편하다. 내가 성가시다. 나에게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그 원인이 되는 모든 것은 개인의 존엄과 관계된 것이라도 얼마든지 부정하고 배제할 수 있어야 한다. 짓밟고 앞으로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이 전체주의인가? 전체주의라지만 결국은 개인과 전체의 이익을 동일시 여기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소수는 얼마든지 희생할 수 있다. 더러운 이유다. 혐오스런 버러지들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