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벌이 최고인 이유는 서울대라는 이유만으로 출신자들끼리 열심히 밀어주고 끌어주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벌이다. 문벌, 군벌 할 때 그 벌이다. 서울대라는 학연을 중심으로 뭉친 사조직이기 때문이다.
물론 서울대만 그런가면 다른 대학들도 마찬가지로 그런 것들이 있다. 어느 직장에 가든 대학에 따른 라인이 따로 있고 그 라인에 따라 해당 직장인의 명운이 갈리기도 한다. 다만 그런 라인들 가운데 최고가 서울대이기에 서울대가 최고의 대학이 된 것이었다. 원래 가르치는 게 최고여서가 아니라 경성제국대학시절부터 이미 서울대 출신들이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주류의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긴 어쩌면 당연할 것이었다. 식민지 조선에서 제대로 된 대학이라고 해봐야 경성제국대학이 유일했었다. 그리고 당연히 조선에 사는 일본인들 다니라고 만든 대학에 조선인이 다니고 있을 정도면 그 자신이나 최소한 가족 가운데 일본의 지배에 협력하는 친일파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런데 식민지조선에서 일본인 말고 높은 자리에 앉았을 정도라면 경성제국대학출신일 가능성 또한 압도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해방을 맞아 제대로 된 친일파에 대한 단죄 없이 그때 높은 자리에 있던 놈들이 계속 높은 자리에 앉아서 이 나라를 이끌어가게 되었다. 상황이 이런데 서울대가 최고의 학벌이 되지 않으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서울대 학벌이 더구나 더 무서운 점은 그보다 못한 다른 학벌들까지 자연스레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일단 성공한 사람들 주위에는 서울대 출신들이 당연히 위치한다. 처음에는 서울대라는 간판과 능력과 학벌에 따른 인맥을 이용하기 위해 고용해 쓰기 시작하다가 자연스럽게 그 간판과 학벌에 압도되어 끌려다니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서울대하는 학벌에 포섭되어 있는 것이다. 원래 자기가 쓰려고 데려다 놓은 것인데 오히려 자신이 서울대의 주변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런데 정작 그 자신은 그런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일단 그것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문재인 전대통령이 보인 무능하다 싶을 정도의 답답한 행보는 바로 이 점을 대입해 이해하면 의외로 쉽게 납득할 수 있다. 민주당 인사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모든 언론들의 이낙연 띄우기에 이은 윤석열의 반란과 그 반란 앞에서 무기력했던 청와대와 민주당의 모습은 윤석열의 배경인 서울대라는 학벌을 통해서만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주의자들에게 정당이란 것이 의미가 없는 것처럼 서울대 학벌에 있어 정당과 이념 같은 것은 별 의미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시민 같은 경우도 자신이 서울대 출신이라는 점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알기 때문이다.
전제왕조에서도 절대적인 권력을 가졌다는 군주들조차 정작 자기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거의 없다시피 했었다. 그래서 절대적인 권력을 누렸던 중국의 황제들조차 유력자를 황후나 후궁으로 들여 배후로 삼았고, 환관들에게 힘을 주어 친위세력으로 만들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문재인은 출발부터 탕평이네 뭐네 하는 개소리에 넘어가서 같은 당이면서도 전혀 보고 듣는 것도 생각하는 것까지 모두 다른 인사들을 자신의 주위에 배치해야 했었다. 그리고 그런 이들로부터 조언을 듣고 의견을 구하며 대화와 협력을 통해 모든 문제들을 풀어가야 했었다. 그런데 그런 인간들이 자신을 발탁한 보스인 대통령보다 다른 무언가를 더 우선해서 고려하고 판단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것도 그들이 집단으로 같은 목적을 가지고 행동한다면 더욱이.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잘못도 아주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이익을 가지고 상대를 유인하는 것이다.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 이미 목적을 위해 행동하고 있다는 자체가 설득이 통하지 않는 상대라는 뜻이다. 그럴 때는 더 큰 이익이나 혹은 위협이 되는 피해로써 상대를 유인하고 강제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조차도 문제가 그럴 경우 상대를 대신할 또다른 대안, 그것이 위협이 될 만한 자기만의 세력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 그래서 가장 먼저 김경수부터 쳐낸 것인지도 모르겠다. 정치인 문재인에게 온전한 자기사람이라 한다면 김경수 정도가 거의 유일햇을 테니. 그리고 다음이 조국이었다. 그 사이에도, 그 이후에도 문재인과 가까운 이들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공격이 가해졌었고 그때마다 문재인은 양보하듯 자신의 손과 발을, 뼈와 살들을 내주어야 했었다. 그런데 그런 대통령이 뭔가 다른 생각이 있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겠냐는 것이다.
코로나 시국에 재난지원금을 푸는 것조차 대통령이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그냥 밀어붙여도 되었을 텐데도 아마 내부의 반발이 대통령의 권한으로도 경제부총리를 마음대로 압박할 수 없을 정도로 꽤나 거세었었을 것이다. 대통령의 최측근들이라도 대통령의 뜻에 따라 손발이 되어 움직여주었어야 대통령이 부총리든 장관이든 자신의 권한으로 찍어누를 수 있는 것인데 여기에서부터 파열음이 나오면 그냥 꼴만 우스워지고 마는 것이다. 실제 문재인 정부 내내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달리 정작 일선 부처들은 대통령과 상관없이 지들 꼴리는대로 움직이는 방만한 꼬라지를 보이고 있기도 했었다. 그럼 대통령의 권위보다 더 우위에 있었던 그것은 무엇이었겠는가 하는 것이다.
사실상 포위된 것이나 다름없다. 나중에 청와대 출신 인사들로부터 들려오는 이야기들만 봐도 그렇다. 이후 청와대출신 인사들이 보인 행보들 또한 그런 사실들을 직간접적으로 확인시켜주고 있었을 것이다. 저들이 대통령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고 있었는가.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얼마나 외로운 처지에 놓여 있었는가. 문재인 전대통령이 퇴임 즈음이나 퇴임 이후 보여준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모습 역시 아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지난 임기에 대해 미련을 가지기에는 뜻대로 이룬 것이 거의 없다시피 했었다. 그만큼 대통령이 되었어도 민주당 안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입지는 여전히 외롭고 쓸쓸하기만 했었다. 그조차도 결국 정치력일 테지만, 그리고 그럼에도 그 모든 일들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대통령이라는 자리겠지만, 그렇기에 마냥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
내가 가끔 정신나간 사람처럼 문재인 욕하는 것을 본 사람이 아마 많을 것이다. 노무현도 욕한다. 김대중도 욕한다. 다만 이명박이나 박근혜를 욕하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그만큼 분노가 크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사람 자체를 미워하는 것은 아니다. 기대와 애정에서 비롯된 실망과 분노인 것이지 원망과 미움에서 비롯된 증오나 혐오는 아니라는 것이다. 실패한 대통령이다. 맞다. 어떻게 아무리 긍정적으로 평가하려 노력해봐도 문재인 전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이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아주 일부를 제외하고는 없을 것이다. 결국 정권을 내주는 바람에 기껏 임기동안 이룬 성과들조차 전부 전보다 더 못한 꼴로 후퇴하고야 말았다. 다만 그럼에도 그 이유와 원인에 대한 것이다. 어째서 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그토록 적극적으로 자발적으로 윤석열 지지에 나섰던 것일까? 그를 선동했던 것일까?
2030 남성들이 삼성에 자신을 이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중소기업 청년들에게 정부재원을 들여 지원하는 것에는 오히려 분노하면서 대기업과 그 오너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에 지지하는 이유란 무엇이겠는가. 그를 통해 대상과 자신을 동일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 국민들처럼 느끼기 위해 그들은 일본의 경제도발에 있어서도 철저히 일본의 편만을 들었던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서울대라는 학벌에 주눅이 들고 동경을 품고 있는 경우라면 더욱 포섭되기 쉽다. 서울대 학벌에 많은 것을 의존하고 있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하필 그놈들이 그 학벌을 통해 서로 연결된 놈들이면 답이 없는 것이다. 그런 놈들에게 문재인 전대통령은 5년 내내 청와대에서 포위되어 있었던 것이었고.
이재명이 만에 하나 대통령이 되면 처음부터 쓰던 사람들 데려다 쓰라고 조언해 주고 싶은 이유인 것이다. 언론이 뭐라 떠들든 늘 보고 항상 겪어왔고 그래서 자기가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을 데려다 주위에 배치하라 오히려 강요하고 싶은 이유인 것이다. 그런 정도는 되어야 저 지긋지긋한 카르텔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다. 온전히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책임을 다할 수 있다. 그러고보니 미국 바이든도 비슷한 처지였을까? 오히려 대통령 그만두고 홀가분한 듯 보이기도 한다. 대통령선거조차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로 끌어내려지듯 사퇴해야 했었다. 그래서 트럼프가 미국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을지도. 해리스가 후보가 되는 과정조차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으니.
갑자기 문재인 전대통령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져나오길래. 나도 욕하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마냥 욕하는 게 달갑지는 않은 때문이다. 결국은 윤석열이 그리 날뛰도록 부추기고 방치하고 힘을 실어준 놈들이 원인인 것이다. 아직도 민주당에 적잖이 남아있는 것이 보인다. 그래도 곤조는 있다고 눈치를 보느라 나대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친명을 선언하지도 않는다. 눈치를 보는 것만도 대단하다. 전과는 많이 달라진 부분이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 많다. 적과 아군부터 구분해야 한다. 적은 적, 아군은 아군, 거기서 실패했다. 그것부더 시작해야 한다. 아무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