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십 수 년 전까지도 한국 제품은 그야말로 싼 맛에 쓰는 것이었다. 심지어 대부분 한국 국민들에게도 돈만 되면 일본 제품이나 다른 선진국 제품을 쓰고 싶은데 그만큼 수입이 안되니 아쉬운 마음에 타협하며 쓰는 것이 바로 한국 기업의 제품들이었다. 그냥 중국산 저가제품들을 떠올려보면 얼추 맞을 것이다. 성능이나 품질에 대한 큰 기대 없이 그저 가격 하나만 바라보고 쇼핑몰에서 최저가로 검색해서 구입하는 그런 수준이었던 것이다.

 

마르크스도 말한 바 있지만 아무리 저가제품이라고 핵심소재나 부품의 가격을 낮추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자기가 생산하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이미 기술을 확보한 해외로부터 사들이는 것이다. 심지어 자국보다 더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우위에 있는 나라다. 하청이라고 원청에서 쪼아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구조가 아닌 것이다. 그저 싼 맛에 쓰는 제품이라고 마냥 싸게만 만들어서는 미래가 없는 것이다. 싸더라도 어느 정도는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어야 브랜드의 가치도 높이고 더 앞으로 나갈 기대와 희망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니까 희망고문이다.

 

어째서 노동자의 임금을 올리고 노동시간을 단축시키겠다 하면 기업과 보수언론에서 거의 발작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가. 그러니까 어차피 우리가 자체적으로 만들 수 없는 설비나 소재, 부품, 원료 등에서 임의로 원가를 낮출 수 없으니 다른 곳에서 원가를 낮춰야만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국내기업에서 대부분 생산해서 납품할 수 있게 된 지금은 그 기업들을 쥐어짜서 최대한 원가를 낮추고 있는 중이다. 그러고서도 다시 원가를 낮추려면 어디서 비용을 줄이면 되는 것인가. 지금도 그때의 기억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중국과 가격경쟁을 벌이기 위해서는 중국 수준으로 한국 노동자의 임금을 낮춰야만 한다. 그렇게 당시도 노동자에게 생활조차 불가능한 임금만을 주며 쉬는 날도 없이 일하도록 내몰아서 최대한 원가를 낮추고 이익을 줄여서 해외에 상품을 수출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마우지 경제란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말했다. 해외로부터 사들여야 하는 설비나 소재, 부품, 원료등의 원가는 낮출 수 없다. 오히려 한국 기업들에 대한 신뢰나 인지도도 바닥이던 상황에서 일본 기업들에 아쉬운 소리를 해가며 그것들을 사들여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품질을 일정 이상 낮출 수는 없었기에 마냥 그 비용을 아낄 수도 없었다. 그런 과정에서 일본 기업들은 한국 기업에 자신들의 제품을 팔면서 필요한 만큼 충분한 이익을 남길 수 있었지만 한국 기업들은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자국 노동자들을 쥐어짜며 심지어 경우에 따라서는 손해를 보면서 팔아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했었다. 그러니까 기껏 한국 기업들이 제품을 생산해서 팔아봐야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은 일본기업이었던 것이다. 결국 한국 기업들이 더 많은 제품을 만들어 팔수록 오히려 돈은 일본기업들이 더 많이 버는 구조가 가마우지 경제의 정체였던 것이다. 그리 먼 이야기도 아니다. 과거 일본제품 불매가 그토록 어렵기만 하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면 지금은 어떤가. 그토록 일본 기업들이 독점하고 있다며 걱정하는 반도체와 관련한 설비와 소재, 부품, 원료등의 한 해 수입액이 많아야 수 십조 정도다. 그런데 그 반도체를 생산해서 파는 삼성전자 하나의 한 해 순이익이 그 정도 나온다. 다시 말해 일본 기업들에서 반도체 제조를 위해 공급하는 생산재나 중간재들의 가격을 모두 더한 이상을 삼성전자는 한 해 이익으로 거두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 누가 돈을 버는 것인가? 오히려 이제는 일본 기업들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생산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필수적으로 수입해서 자국 제품생산에 쓰고 있는 중이다. 이제 한국 기업들이 열심히 제품을 생산해서 팔면 한국 기업들이 더 많은 구조가 정착되어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오판한 부분이다.

 

정말 어이가 없다는 것이 아무리 일본 정부가 그리 결정했다고 하청에 불과한 일본 기업들이 원청인 삼성그룹의 오너인 이재용을 대놓고 홀대한 사실이었다. 자심들이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제품의 가격을 모두 더해도 삼성전자의 한 해 영업이익에도 미치지 못한다. 다시 말해 자신들의 제품을 납품받지 않아도 그 막대한 영업이익 가운데 일부만 포기하면 되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도 마치 자기들 아니면 삼성전자에서 아무것도 못할 것처럼 일본 정부 말만 믿고 삼성전자의 오너를 홀대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실수가 아닐 것이다. 평소 자신들이 한국기업과 한국인들을 대하는 사고와 태도가 바로 행동으로 드러나고 만 것일 뿐.

 

정작 가마우지를 부리는 사람은 가마우지가 넘겨주는 작은 생선들을 넘겨받고 가마우지는 마음껏 자기가 잡은 생선들을 배가 터지도록 먹어치울 수 있다. 그 정도가 되면 오히려 사람이 가마우지에 기대 살아가고 있다 봐야 하는 것이다. 가마우지를 위해 집도 내주고 보호도 해주면서 가마우지로부터 얼마간 생선을 얻어 생활한다. 그만큼 한국 기업들이 이전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뜻인 것이다. 더이상 한국의 기업들이 생산한 제품들은 아무 기대없이 싼 맛에 쓰는 그런 저가의 것들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의 일류기업들은 일본제품보다 더 고가에 더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으며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일본의 전자기업들이 거둔 이익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크다. LG나 하이닉스 역시 그에 미치지는 못해도 일본 기업들보다도 한참 우위에 있다. 그런데 누가 누구에게 갑질을 하겠단 것인가.

 

지금 당장 한국 기업들이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던 설비나 소재, 부품, 원료 등을 다른 곳에서 공급받겠다 하면 발벗고 나설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차고 넘친다는 것이다. 아니 필요하다면 정부까지 나설 수 있다. 그만큼 한국 기업들의 매출과 규모가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고 있다. 단지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혀서 일본이 아니면 안된다. 일본이 돌아서면 안된다. 일본 없이 한국 기업만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정작 한국 기업들을 그토록 폄훼하고 무시하는 것은 한국 보수언론과 정치인들이 아닐까? 그들의 친기업이란 한국기업을 위한 것인가? 일본 기업을 위한 것인가?

 

물론 모든 한국기업이 그런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 한국 기업들에게 지각변동의 시기가 있었다. 더이상 저가의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에서 고가 고품질의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개발하여 생산하기 시작한 시기였었다. 그때 자신들의 가치를 높인 기업들은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고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그냥 국내에서 재벌놀음이나 하는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마저도 중국 경제가 성장하며 경쟁력을 잃고 위기에 내몰리고 있었다. 한둘이 아니다. 친기업정책이란 그런 기업들 살려달라는 것인데 자기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것을 누구더러 책임지라는 것인지.

 

결국 부가가치에 달린 것이다. 제품을 생산해서 얼마의 부가가치를 남길 수 있는가. 과거에는 설비와 소재, 부품, 원료를 공급하는 일본 기업들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관계가 역전되었다. 일본 기업들이 아무리 많은 이익을 남겨도 한국 기업들은 일본 기업들로부터 납품받아 그 이상의 이익을 남기고 있다. 그것이 한국과 일본의 역전된 관계를 말해준다. 일본과 한국 보수만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한 마디로 바보들이란 것이다. 웃는 이유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