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조금만 머리가 있어도 상대가 180석 의석으로 입법부를 장악한 상태에서 끝까지 싸움을 건다는 건 무리한 일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것이다. 자칫 너무 상대와 적대하다가 오히려 상대를 자극해서 더 곤란해지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도 한 무리를 이끄는 수장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고민이기도 하다. 그런데 윤석열은 왜 안되었을까?

 

물론 윤석열도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끊임없이 민주당 내부의 다른 결을 가진 의원들을 찾아 로비를 시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럼에도 민주당과 정면으로 적대하는 노선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별 것 없다. 아내와 장모가 걸렸다. 그리고 최측근인 한동훈이 수사대상에 올라 있다. 이대로 자기가 싸움을 포기했다가는 아내와 장모가, 그리고 최측근 한동훈마저 죄인이 되어 처벌받을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과연 검찰조직을 위해서 이들을 포기해야 하는가.

 

그래서 그런 윤석열의 결심을 재촉하기 위해 모든 언론이 총단결하여 윤미향과 박원순을 공격한 것이었다. 박원순 논란 당시 어째서 여성주의자들은 진혜원을 징계하겠다며 윤석열과의 접촉을 시도했었는가. 같은 여성을 단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징계하겠다고 윤석열 등 검찰 지도부를 움직이려 하고 있었다. 한겨레와 경향, 정의당 등 그동안 위안부운동에 적극적이던 자칭 진보들조차 윤미향을 공격하기 위해 그동안의 위안부운동을 철저히 부정하면서 박원순의 악마화에 힘을 싣고 있었다. 그 모든 행동들이 가리키는 바는 하나였다. 국민의힘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윤석열더러 현정부와의 싸움을 포기하지 말라며 자신들의 단합된 힘을 보여 준 것이었다. 하필 당시가 윤석열이 가장 움츠러 있던 시점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 감사원이 월성원전이라는 먹이를 윤석열을 위해 제공해 주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지난 8월 극우단체들의 광화문집회를 허가한 배후에 김명수가 있었을 개연성이 높다. 지금까지도 당시 윤미향과 박원순을 매개로 뭉쳤던 집단들이 광화문집회에 대해서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었다는 것이다. 코로나가 더 확산되어야 문재인 정부를 무너뜨리고 마침내는 노무현 정부처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를 위해서 법원은 집회를 허락하고, 주최자들은 핸드폰을 끄고 동선을 숨기게 하고, 자칭 진보들은 그것을 시민의 자유와 인권문제로 포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단합된 노력들은 어느새 윤석열에게도 다시금 자신감을 심어주어 민주당과의 싸움에 나서도록 만들었다. 민주당도 하나가 아니다. 민주당 안에도 다양한 목소리들이 있다. 과연 심상정이 미래통합당과 자기네 정의당 힘만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을 것이라 진짜 믿고 떠들었을 것인가. 민주당 내부의 다른 목소리들을 움직일 수 있으면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도 한 번 해 볼 만하다. 그래서 추미애가 윤석열 징계라는 초강수를 꺼내든 것이었다.

 

확실히 내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을 보면 직전까지 검찰의 로비가 상당부분 먹히며 검찰과의 타협을 받아들이려는 이들이 민주당 안에서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에 대한 징계위원회 소집이 치명적이었던 것은 그로 인해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검찰 사이에 타협의 여지 자체를 완전히 지워버렸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윤석열이 그냥 순순히 징계를 받아들였으면 모르겠는데 사법부까지 노골적으로 그 정체를 드러내며 지원군을 자처함으로써 민주당을 더 크게 자극하고 말았다. 윤석열은 남은 검찰총장 임기를 다 마치고 가족까지 지킬 수 있을 지 모르지만 민주당이 검찰이란 조직의 위험성을 더 크게 자극함으로써 그동안 그나마 남아 있던 타협의 여지마저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검찰의 입장을 배려해서 남겨두었던 수사권마저 모두 회수하고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겠다. 사법부까지 유탄을 맞는다. 더이상 검사와 판사가 개인의 이익과 감정을 위해 법을 이용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

 

사실 지금 윤석열을 상대로 들고 일어나야 하는 것은 검찰 내부의 일선검사들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나마 문무일이 열심히 버티면서 겨우 남겨놓았던 것들마저 윤석열로 인해 괜히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자극한 탓에 모두 잃게 될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아마 퇴직후 변호사로 개업해서 한재산 챙기는 것도 이로 인해 더 어려워지게 될 지도 모른다. 이게 다 누구 때문인가? 그나마 윤석열 대망론이라도 아니었으면 윤석열은 벌써 검사 사회에서 목매달리고 말았을 것이다. 그래서 자칭 진보까지 나서서 필사적으로 윤석열 띄우기에 나서는 것이다. 윤석열을 지켜야 민주당을 칠 수 있다.

 

아마 언론들 입장에서, 그리고 사법부 입장에서도 가장 큰 공포일 것이다. 자칫 이대로 윤석열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와 힘에 밀려 싸움을 포기하면 어떻게 하는가. 윤석열 말고 지금 문재인 정부를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이 자신들에게는 없다. 윤석열이 있어야 문재인 정부에 상처를 입히고 차기 대선에서 정권을 탈환할 여지를 만들 수 있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정의당과 한겨레 등 자칭진보들에게도 차기 대선에서의 정권교체는 정권탈환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이명박에 대한 한겨레의 평가를 다시 한 번 읽어보기 바란다. 그 절절한 충정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래서 부추긴다. 싸움을 포기하지 말라. 그래서 뭘로? 어떻게 싸우면 되는 것일까?

 

월성 원전 가지고 문재인 대통령에게까지 가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과정들이 많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수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더구나 구속사유라는 것도 감사하는데 컴퓨터 파일을 지웠다는 것이 고작이다. 감사결과에서도 정작 불법이나 부정의 정황은 밝혀내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검찰이 기소만 하면 남아공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으로도 문재인 대통령을 연쇄살인범으로 유죄판결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300년 전 인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과 200년 전 브라질에서 일어난 강간사건과 100년 뒤 북한에서 일어난 납치사건까지 모두 연결지어 흉악한 범죄자로 단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그럴싸한 뭔가가 있어야 기소도 가능해진다. 180석 의석에 민주당 후보 지지율 합계가 40%를 넘는 상황에 그것이 그리 수월할 것인가. 아마 지금 윤석열의 머릿속은 한동훈과 아내와 장모의 일로 가득하지 않겠는가.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윤석열의 저항따위 아무 의미가 없는 그냥 발버둥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낙연의 결심을 주문한 것이었다. 벌써부터 이낙연에게는 이재명과 다른 대군의 지휘관으로써 정규전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야 함을 이야기한 바 있었다. 대군을 이끌고 있으면 그에 어울리는 싸움법을 지켜야 한다. 오늘 민주당의 논평이 그런 점에서 매우 살벌하다. 제대로 언론을 통해 보도만 된다면 윤석열은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물론 언론은 윤석열이 싸움을 포기해서는 안되기에 더 미쳐 날뛸 테지만.

 

한 편으로 언론이 윤석열을 물고 빠는 것도 다 그런 정황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윤석열이 싸움을 포기할지도 모른다. 필사적인 것이다. 윤석열이 버텨주어야 자신들의 공격도 효과를 발휘한다. 얼마나 필사적인가. 그래서 그 피해는? 김명수도 참 나쁜 인간이다. 검사들 다 죽으라 하는 중이다. 쌓인 게 많았던 모양이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조직에 충성한다더니 그 조직이란 결국 자기 측근과 가족들이었던가.

 

문득 작년 12월 언론을 통해 보도된 윤석열의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이 떠오른다. 문재인을 죽이겠다. 아직 문재인에 대한 충정이 남아 있다. 윤석열의 측근 가운데 다른 길을 가는 두 사람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때도 아직 타협의 여지는 남아있었다. 누구일지 아마 대부분 짐작하고 남음이 있을 것이다. 문무일보다는 낫다. 항상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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