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직장에서 계약직 몇 명이 무기직으로 전환되었다. 전에도 썼지만 무기직이란 승진이나 전보가 없는 정규직이라 할 수 있다. 진짜 정규직이라면 직장생활 하면서 부서도 몇 번 옮기고, 승진해서 직급이며 급여도 바뀌고 할 테지만 무기직은 그런 것 없다. 근속에 따라 일정하게 변동하는 급여를 적용받을 뿐 퇴직할 때까지 정해진 부서에서 정해진 업무만을 보게 된다. 한 마디로 정규직이 되었다는 소리다.

 

당연히 시험같은 건 보지 않았다. 그냥 계약직으로 면접만 간단히 보고 채용해서 1년 가까이 일하는 모습을 살핀 뒤 업무능력과 성실성, 인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후 갱신될 계약을 무기계약으로 변경한 것 뿐이다. 큰 일이지 않은가? 그래도 공기업인데 정규직을 뽑으면서 시험도 보지 않았다. 서울대는 이미 뽑힌 미화원들조차 영어에 한문시험까지 치르고 난리인데. 2030, 특히 서울대생들을 뿌듯했을 것이다. 이야말로 공정 그 자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노가다라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깟 힘쓰는 일따위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이나. 그런데 서울교통공사 주방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화원이나 시설관리 역시 특별한 전문지식이나 자격이 필요치 않은 저숙련노동에 해당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원은 그나마 전문성을 상당히 요하는 자리다. 그냥 일반경비가 아니라 특수경비라고 따로 더 많은 시간을 교육받고 시험도 쳐야 하는 분야다. 그런데도 계약직 무기직 시켜준다고 얼마나 난리였는가. 그에 비해 곽상도 아들 50억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분위기다. 곽상도 아들인 만큼 그만한 역할을 했으니 돈을 줬겠지. 그게 뇌물인데 그것을 공정이라 말한다. 그에 비하면 조국 전장관 딸의 표창장이며 추미애 장관 아들의 병가는 얼마나 불공정한 것인가.

 

2030이 공정이니 떠드는 소리를 개소리라 치부하게 되는 이유다. 그냥 어린 것들이다. 세상물정 모르고 저 잘난 맛에 척수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수준이란 것이다. 딱 타진요의 재현이다. 인터넷 수사관에 재판관들의 군상이다. 내가 권력이다. 내가 판단하고 정의하는 위치에 있다. 그래서 공정도 내가 정의한다. 그리고 그와 똑같이 인국공에 불공정 잣대를 들이대던 것이 바로 자칭 진보들. 2030은 보수화된 것이 아니다. 유아화 퇴행화된 것이지.

 

아무튼 덕분에 앞으로 계약직 들어오는 사람들만 빡세지게 되었다. 이전에는 어차피 정규직 안 될 것 알기에 대충 하다 그만두면 실업급여나 타먹겠다는 사람이 적지 않았으니. 그렇게 일하던 사람들은 거의 그만두고, 진짜 열심히 기존 직원들과 잘 어울리며 일도 잘하던 사람들만 남아 무기직이 되었다. 원래 이렇게 되었어야 하는데. 그러나 2030이나 언론이나 자칭 진보는 이를 불공정이라 욕하겠지. 그래서 어딘지는 말 못하겠다. 씨발 것들이란 생각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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