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20대 남성들이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혐오하게 된 계기란 다른 것이 아니었다. 여자도 군대 가게 해달라고 청원을 올렸더니 대통령이 웃어넘겼다. 왜 안되는지, 어째서 들어줄 수 없는지 차근히 이유를 논리적으로 풀어 설명했다면 아마 불만은 있더라도 어쨌든 그렇구나 넘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 대꾸도 없이 그냥 웃어 넘겨 버리니 무시당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조롱당했다는 분노가 생겨나는 것이다. 이 새끼는 그냥 내 적이다.

 

우연히 사장에게 윤석열 뽑겠다고 했다가 최저임금 없애고 근로시간 늘리면 늬들 월급도 깎고 일하는 시간도 늘리겠다는 대답이 돌아오자 어찌 그럴 수 있느냐 항변하더라는 젊은 직원들 이야기를 보았다. 참 유치하구나. 그냥 어리구나. 그러고보니 윤서인이 최저임금과 관련해서 한 발언도 그런 맥락이었을 것이다. 최저임금과 근로시간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반발논리도 그것이었다. 내가 열심히 하면 사용자도 인정해서 월급도 알아서 올려 줄 텐데, 그러면 더 많은 시간 일해서 돈도 더 벌 수 있을 텐데 정부가 최저임금 올려서 그럴 기회 자체를 빼앗겨 버렸다.

 

임대차보호법에 대한 반발논리도 비슷하다. 이런 법 없이도 집주인과 관계만 잘 형성하면 적당히 전세 올려주면서 계속 살 수 있을 텐데 법 때문에 전세인상률이 제한되면서 오히려 내쫓길 상황으로 내몰리고 말았다. 뭔 말이냐면 가진 자의 선의, 즉 기득권을 가진 어른의 선의에 막연하게 기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잘만 하면. 내가 열심히만 하면. 그러면 돌아봐 주지 않을까. 인정해 주지 않을까. 배려도 해 주지 않을까. 그런데 그런 걸 법으로 강제하려 한다. 그러니 상대의 인정도 배려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용서할 수 없다.

 

비슷한 심리였던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자신들이 지지해서 청와대로 보냈으니 자기들이 뭐라 하면 들어주겠거니. 그런데 아니었다. 아예 생까고 무시해 버렸다. 복수하겠다. 그것이 지금 20대 남성들이 윤석열을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인 것이다. 윤석열이 되더라도 상관없다. 자기들이 촛불을 들고 나서면 윤석열도 어쩔 수 없이 자기들 말을 들을 것이다. 무엇보다 자기들이 문재인과 민주당을 조져 버리지 않았는가. 오히려 윤석열의 정치보복 발언에 고무되어 있는 이유인 것이다. 윤석열이 문재인이고 이재명이고 민주당을 싸그리 다 조져서 없애 버리면 정치권에서도 20대 남성들의 무서움을 알 것이다. 그러니 자기들 말을 들으려 할 것이다. 이 얼마나 순수하고 아름다운 아이같은 사고인가.

 

2007년에도 그런 병신들이 있었다. 바로 지금 40대 초반이 되었을 멍청이들이다. 이명박의 공약을 하나하나 이야기하며 어떻게 이런 인간을 지지할 수 있는가 물었었다. 이런 공약들에도 진정 이명박을 지지하려는 것인가. 그때도 비슷한 대답이 돌아왔었다. 일단 찍어주고 반대하면 된다. 국민이 반대하는데 과연 대통령이 마음대로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가?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그런 소리 지껄이는 놈들치고 최루탄이든 물대포든 무릅써가며 시위에 나설 용기를 가진 인간은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반대해서 거리로 나선 사람들조차 조롱하는 것으로 끝났다. 실력을 쌓아서 해결해야지 떼를 써서야 되겠는가. 그러고 보니 닮았지?

 

이명박이 하고자 해서 못한 것이 없었다. 박근혜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차이가 있다면 2016년 겨울 서울시장이 박원순이었다는 것이다. 저쪽에서 박원순을 아예 부관참시해버린 이유다. 자칭 진보가 박원순이란 이름을 아예 지워 버리려 한 이유였다. 진보란 여성주의다. 그리고 그 여성주의와 가장 강하게 결탁한 대통령이 박근혜였다. 그 원한을 잊지 않은 것이다. 만일 2016년 당시 서울시장이 오세훈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정부에서 시위를 차단하라 진압하라 요구하거나 아니면 스스로 그럴 동기를 가지고 있었다면 당시 촛불시위가 그렇게 평화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을까?

 

광우병시위 역시 시작은 평화시위였었다. 하지만 서울시가 정부에 적극 협력하는 가운데 경찰병력이 시위대를 계속해서 자극하면서 결국 충돌로까지 이어졌던 것이었다. 그때 과연 저따위 주장 하는 20대 가운데 거리에서 버틸 수 있는 인간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하긴 20대 남성들이 민주당에 삐진 이유부터가 그것이다. 그나마 민주당은 자기들이 말하면 들어주는 시늉이라도 했다. 그런데 여성주의에 대해서만큼은 아니었다. 배신감인 것이다. 20대 남성들이 오로지 여성주의 이슈에만 반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른 이슈에 대해서는 민주당도, 아니 민주당이야 말로 적극적으로 20대 남성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이슈만큼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준석을 선택한 것이었다. 이준석만이 자기들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으니까.

 

도취감일 것이다. 자기들의 지지에 힘입어 이준석이 국민의힘 당대표까지 되었다. 윤석열이 지지율 1위로 대통령 당선에 유력하다. 언제 자기들이 이런 중요한 위치에 있어 본 적이 있는가. 그래서 복수심에, 지금의 고양감을 지키고자 저들은 윤석열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정이니 정의니 하는 것은 이미 저들의 머릿속에 없다. 윤석열이 설사 거리 한복판에서 연쇄살인을 저질러도 저들은 지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길잃은 고아의 심리와 같다. 아니면 자기들은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그래야만 한다.

 

그래서 가엾다는 것이다. 돌아보라는 것이다. 지금 너를 고용하고 있는 그 사람, 혹은 위에서 지시를 내리고 있는 그 사람이 과연 몇 살 쯤 되었는가. 윤석열이 진짜 당선되어 근로시간 늘어나고 최저임금 없어지고 해고도 자유로워지면 가장 먼저 그 대상이 되는 것은 어디의 누구인가. 그런데도 오로지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는 정치인이 있으니까. 문재인 대통령의 잘못도 없지 않다. 당시도 보고 있던 나마저 어이가 없어 잠시 멍하니 있었다. 이후로도 과연 국민청원 가운데 그렇게 성의없이 상대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는가.

 

아무튼 그러므로 결론은 20대 남성 잡겠다고 헛짓할 필요 없다는 것이다. 자식이 부모를 저버릴 수 있는가. 아직 부모에 의지해야 할 자식이 부모를 버린다는 것을 과연 상상이라도 할 수 있겠는가. 이수정에도 신지예에도 저들이 흔들리지 않은 이유인 것이다. 그럼에도 윤석열은 자기들의 말을 들어 줄 것이다. 이재명과 문재인만 죽이면 민주당도 자기들 말을 들어 줄 것이다. 과연 그럴까는... 거기까지 생각할 머리라면 이런 상황까지 안 왔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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