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이 해고를 쉽게 해야 고용도 는다고 주장한 것을 열렬하게 지지하던 젊은 놈이 하나 있다. 그런데 정작 자기가 계약종료 통보를 받았다. 분노한다.

 

"왜 쟤가 아닌 내가?"

 

바로 자기 대신 잘려야 할 사람들 이름이 튀어 나온다. 그러니 자기가 계약종료당한 건 부당하다.

 

사실 매우 직관적이다. 거의 본능과 이어진다 보면 된다. 무능하면 자르고, 실적 못내면 자르고, 대신 유능하고 결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을 고용하자. 능력 안되면 그만큼 대가를 치르면 되는 것이고, 능력이 되면 그만큼 대가를 누리면 되는 것이다. 그런 것을 정당하다 여기는 것이 바로 청년세대의 공정이란 것이다.

 

대학입시에서 가난한 집 아이들이 우대받는 것도 불공정하다. 교육환경도 열악한 농어촌 아이들에게 기회를 더 주는 것도 공정하지 않다. 그러니까 공부를 잘할 수 없는 환경에 있는 아이들도 더 돈 많고 더 혜택받은 환경에서 더 유리한 조건에서 공부할 수 있는 아이들과 동등하게 경쟁해야 한다. 그리고 경쟁에서 패하면 벌받아야 한다.

 

인국공 논란에서 보았을 것이다. 공부 못했으면 정규직 되어서는 안된다. 사무직을 노려서도 안된다. 대기업은 잡일조차 감히 꿈꾸어서는 안된다. 최저임금도 더 낮추고, 일하는 시간도 더 늘리고, 일하는 조건 역시 더 열악하게. 그래야 노력해서 성공하려 할 것 아닌가. 

 

내가 낸 건강보험으로 가난한 놈들 혜택보는 게 싫다며 의료보험 민영화를 주장하던 젊은 놈이 있었다. 돈 없으면 고속도로 안 타면 되는 것이다. 돈 없으면 고속버스나 타고 다니던가. 아니면 기차타고 지방 다니던가. 어째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 자신이 낸 세금이 차도 없는 가난뱅이들을 위해 쓰이는가? 부동산에 대해서도 부동산 가격이 오른 것에 분노하기보다 부동산 규제로 그 오른 가격으로 자기가 이익을 누릴 수 없음에 더 분노한다.

 

20대 남성이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것이 비단 페미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저들의 공정의 기준은 기성세대의 그것과 상당히 다르다. 그래도 그동안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함께 고생했는데 계약종료는 너무하지 않은가. 정규직 될 수 있게 기회도 주어야 하지 않은가. 하지만 다르다. 쟤보다 내가 낫고, 내가 잘리는 거면 쟤도 같이 잘려야 한다. 

 

아무리 20대의 표가 중요해도 20대의 사고를 굳이 따라갈 필요까지는 없다는 이유인 것이다. 70대 표 받겠다고 색깔론을 민주당이 받아 쓸 필요가 없는 것과 같다. 20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그보다는 결과로써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방식이 20대 남성들과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이렇게 옳았다.

 

그게 바로 신념이고 이념이고 이상이다. 정당이 마땅히 추구해야 할 바인 것이다. 여기서 이런다고 저기서 저런다고 그때마다 흔들리는 부평초가 아닌 깊이 뿌리내린 지성과 의지의 결과다. 

 

20대 남성의 분노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민주당이 그동안 추구해 온 가치며 신념이며 지향인 것이다. 그것은 곧 민주당의 정체성이다. 그것을 부정하고서 민주당이라 할 수 있을 것인가.

 

내가 김용민 개새끼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민주당의 민주당다움을 저버리라 하는 주장을 너무 태연히 지껄인다. 어째서 이준석인가? 그렇다고 이준석이어야 하는가?

 

참고로 20대의 정서는 국민의힘과 정의당 사이에서 그 차이가 극단적으로 좁혀지고 있는 모양이다. 청년정의당 논평을 보면서 더욱 그것을 깨닫게 된다. 정의당의 청년들은 국민의힘 청년들과 같다. 원래 같았었지만. 벌써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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