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윤석열을 당선시켜 영부인이 되겠다는 김건희에 대한 의혹이 이 지경인데도 오히려 지지하는 20대가 늘고 있다면 이유는 둘일 것이다. 하나는 그만큼 현정부에 대한 분노가 크다. 하나는 그마저 그들이 주장하는 공정과 정의에 포함되어 있다. 즉 전혀 문제라 여기지 않고 있다.

 

전자라면 결국 지금의 20대 지지율이란 그냥 화풀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주당을 혼내고 이재명에게 경고하기 위해 윤석열에 대한 지지를 천명하고 있을 뿐 투표라는 행위로까지 이어갈 생각은 없는 것이다. 당연하다. 현정부의 불공정과 부정에 분노해서 정권교체를 바라게 되었는데 그보다 더 심각한 윤석열 자신과 처가의 문제들을 외면한다면 그들의 공정과 정의란 스스로 부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윤석열은 지지하면서 현정부에만 분노한다면 과연 그것을 공정이라 정의라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다. 곽상도의 아들이 퇴직금으로 50억을 받았다 했을 때 많은 20대들이 공정의 문제가 아니라 떠들고 있었다. 곽상도가 검사 출신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렵게 시험봐서 검사가 되었고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올라갔었다. 그러므로 그 아들이 50억 정도 뒷돈으로 받는 것은 정당한 권리에 해당한다. 검찰총장의 아내인 김건희가 무수한 의혹에 휩싸였어도 오히려 당당해서 멋지다며 찬양하는 인간들이 나타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검찰총장의 부인 쯤 되면 그 정도 하는 것이 옳다.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느껴왔었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 주로 소비하는 장르소설을 통해서도 수도 없이 확인한 사실이었다. 저들의 공정이란 징벌하는 공정이다. 포상하는 공정이다. 약자는 도태되어야 하고 패배한 댓가로 징벌을 받아야 한다. 강자는 승리한 대가로 더 많은 것들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어느새 무협소설에서 일대제자와 이대제자를 나누는 기준이란 시험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는 것이 되었다. 시험을 통해 신분이 상승하면 낮은 신분의 상대를 업신여기고 차별해도 당연한 권리가 된다. 비판하는 것 같지만 은연중 그런 사회를 바라는 것이다. 엘프를 노예로 설정하고 비판하는 것이 노예제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닌 엘프를 노예로 삼는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노예제를 비판하기 위해 굳이 엘프를 노예로 설정할 이유가 무엇인가.

 

경희대 출신이기 때문이다. 검정고시로 중앙대에 들어갔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재인도 이재명도 저들은 인정하지 않는다. 인정하지 못한다. 조국은 서울대 출신으로 검찰에 한 번 썪이고 상처입었기에 마저 짓밟는 것이고. 그것이 진보고 정의다. 그래서 심상정이 선거운동을 다시 시작하며 조국부터 밟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서울대 출신 검찰총장의 부인이 무얼 어떻게 하든 그게 새삼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이 뭔 짓을 하든 저들에게 아무런 문제로 여겨지지 않는 이유도 그것이다.

 

그러고보니 기억난다. 노무현 대통령 임기말에 유학파 출신의 진퉁진보와 잠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전여옥과 다르지 않았다. 고졸출신이라고 멸시하는 것이 바로 느껴졌다. 그러니까 내가 자칭이라며 진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노무현의 대통령당선은 바로잡아야 할 불의이고 불합리였다. 다르지 않다. 그래서 윤석열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자칭 진보가 한 목소리로 나서는 이유일 터다. 심상정을 중심으로 뭉치는 것은 이준석이 주장한 민주당포위론의 한 방편이다. 오랜 전략이었다. 민주당을 왼쪽에서 포위하는 것이 바로 정의당이 존재하는 이유다.

 

30대가 20대와 분리되고 있는 실제 이유인 것이다. 20대의 공정과 30대의 정의가 다르다. 최소한 용납할 수 있는 선이란 것이 그만큼의 경험으로 합리적으로 재설정된다. 이재명의 역량과 윤석열의 도덕성을 어느정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20대는 과연 이전 세대들이 주장한 그대로일 것인가. 두고 볼 일이다. 아직은 웃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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