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사는 집이 방 두 개 11평 짜리다. 거실 겸 주방 하나에, 목욕탕 하나에, 방 두 개, 혼자 살기 딱 좋겠다 싶어 구했는데 옆집 사람이 어느날 내게 묻더라. 그 넓은 집에 혼자 살아요? 

 

어떤 사람에게는 11평이 혼자 살기 딱 좋은 넓이인데, 어떤 사람에게는 혼자 살기에 너무 넓은 집일 수 있는 것이다. 전에 살던 집은 지금 사는 집보다 더 좁았는데도 같은 평수의 옆집에 일가족이 최소 4명 이상 살았던 모양이다. 그래도 부엌 하나에, 제법 넓은 화장실 하나, 방 두 개니 그럭저럭 살 만 했던 모양이다.

 

어떤 사람들은 일가족이 복작거리며 사는데 나 혼자 여유부리고 살 수 있는 이유는 사실 하나다. 내가 혼자 살기 때문이다. 당연히 혼자 사는 만큼 버는 돈이 있으면 딱 나 혼자 쓰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여유가 있다. 일가족이 함께 살면서도 항상 쪼들리던 이웃집에 비해 벌이는 어쩌면 더 적었을 테지만 나는 나 하나만 건사하면 되었다. 그래서 가족이 겨우 복작이며 사는 집이 내게는 여유있게 살기 좋은 집이다.

 

어떤 사람들은 13평이 좁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13평도 너무 넓다고 말한다. 그러면 13평짜리 임대주택은 어떤 사람들을 위한 것일까? 그마저도 없어서 더 좁고 열악한 환경에서 가족들끼리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들이 우리의 현실에는 아직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13평은 아이 둘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기에 너무나 간절한 환경일 수 있다.

 

오래전 사람들이 결혼도 않고 출산도 않으려는 이유가 매스미디어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미디어를 통해 보는 한국인의 평균적인 섦과 실제 현실에서 겪는 일상의 삶과의 사이에 괴리게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처지를 절망케 만들고 끝내는 많은 것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다. 당연히 결혼했으면 13평 아파트 따위는 너무 좁고, 아이가 둘 있으면 30평대 아파트에서 살아야 한다. 아이가 둘 있는데 13평 아파트에서 살 수 있다 말하는 대통령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현실에서는 아이가 있어도 그만도 못한 집에서 그보다 더 비싼 월세를 내가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과연 사람들이 그런 현실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드라마에서 가난이 사라진 지 오래 되었다. 드라마에서 묘사하는 가난이 진짜 가난같이 느껴진 경우는 내 기준으로 '나의 아저씨'에서 이지안 정도 말고는 거의 없다시피 했었다. 그조차도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은 특수한 사정들이 이지안에게서 일상성을 제거하고 있었다. 그래도 평범하게 사는데 그렇게 가난하게 살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이지안이 세살던 동네라는 게 결국 그런 사람들 모여 사는 곳이 아니던가.

 

13평짜리, 그것도 전용면적이 13평이면 아주 넓다고는 못해도 그리 좁다고만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신혼부부가 아이를 데리고 살 만한 곳이 못된다. 일가족이 함께 살려면 큰 일이 나는 곳이다. 언론이 그렇게 떠들고 사람들도 덩달아 그리 부화뇌동하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신혼부부가 아이 낳고 13평 짜리 집조차 얻지 못할 정도면 결혼도 말고 아이도 낳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저런 집에서 사느니 그냥 애 낳지 말라. 그러고도 출산률이 어떻고 잘도 떠들어대고 있는 것이다.

 

없어도 사는 것이고 가난해도 사는 것이다. 모자르면 모자른 만큼 살아가는 게 바로 일상의 사람들인 것이다. 그런 게 현실이다. 11평이면 혼자 사는 게 적당하고, 11평이면 가족이 함께 살기에 충분하고, 최저임금 올렸더니 나라가 휘청일 정도로 최저임금만 겨우 받는 사람들이 그리 많은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어째서 기준들만 그리 높은가. 최저임금만 받아서 그나마 아파트라도 장만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이해는 한다. 지금 언론사 기자들 거의 있는 집 자식들이다. 돈 들여서 과외해가며 좋은 대학 들어가서 어렵사리 언론고시 합격하고 기자씩이나 되었다. 그들에게 가난이란 딱 그 정도까지인 것이다. 정의당이며 한겨레도 그 꼬라지인데 다른 언론이야 말할 것이 있을까. 그래서 13평 아파트에서 애 둘 기르는 게 그렇게 큰 일 날 일이란 것인가.

 

물론 대통령의 말은 언론의 보도와는 전혀 다른 의도와 맥락에서 나온 것일 터다. 신혼부부에 아이 하나가 기준이고, 아직 어릴 경우 둘 까지는 함께 살 수 있다. 장차 아이가 자라면서 더 넓은 평수의 집이 필요해질 때 그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사다리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월세 20만원이면 한 달에 얼마를 더 저축할 수 있을까. 전용면적 13평짜리 집 월세가 얼마인지 시세를 알면 답이 바로 나올 것이다. 그럼에도 그 발언 자체를 소비하는 언론의 방식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이다.

 

가난을 이해하지 못한다. 언론이 가난을 전혀 절대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하게 되었다. 노력조차 않는다. 배에 기름이 낀 자칭 진보를 보고 있으면 시절이 그리 되었음을 느끼게 된다. 아직 가난은 현실에 넘쳐나는데. 화도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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