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란 의견을 듣는 것이다. 합의는 의견을 맞추는 것이다. 차이는 무언가? 결국 서로 의견을 주고받은 결과 동의 아래 어떤 결론을 내린다. 합의다. 의견을 듣기는 들었는데 결국 의견의 차이가 있음에도 가장 낫다 여기는 방향으로 알아서 결론을 내린다면 협의가 된다. 이른바 여러 사람에게 의견을 묻고 결정은 자기 멋대로 내린다 할 때 이 협의를 쓰는 것이다. 최근 언론이 아주 악랄하게 오염시키는 개념 가운데 하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두의 생각이 같을 수는 없다. 모두가 하나의 주장이나 의견에 동의할 수도 없다. 그래서 결국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최대 다수의 의견을 묻는 표결이란 것을 하게 된다. 2017년 대선에서 홍준표나 안철수, 심상정에게 투표한 유권자들의 의견도 분명 충분히 존중하고 귀기울여야 하겠지만 어찌되었거나 대통령은 문재인인 것과 같다 할 수 있다. 거의 과반에 가까운 국민이 트럼프에게 투표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국민이 바이든을 지지했기에 대통령은 바이든이고 바이든의 신념과 철학에 의해 미국의 국정은 꾸려질 것이다. 결국 서로간에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국민이 위임한 의석을 기준으로 표결로 결정할 수밖에 없고 그 또한 민주주의의 원칙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야당의 동의 없이는 어떤 법안도 통과시켜서는 안된다는 합의라니.

 

정의당이 민주주의를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 주장하는 이유인 것이다. 정의당의 민주주의는 고대의 만장일치제가 아니면 국민의힘을 상원으로 두고 거부권을 인정하는 중세공화정에 더 가까울 것이다. 국민의힘의 동의 없이는 어떤 법안도 통과시켜서는 안된다.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사안을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어서는 안된다. 즉 모든 법안은 의회에서 국민의힘의 허락을 받은 다음 결정되고 집행되어야 한다. 대등한 각각이 헌법기관인 국회가 아니라 특정 정당이 비토권을 가지고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요상한 국회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정의당의 무의식일 것이다. 민주당은 천민이고 자신들은 귀족이다. 민주당은 비주류고 자신들은 대한민국 사회의 주류다. 그러니 자신들의 허락을 받으라. 국민의힘과 자신들을 동일시한다.

 

그게 지금 언론이 주장하는 협치인 것이다. 국민의힘더러 조금 더 정부와 여당의 입장에 대해 듣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라는 소리따위 절대 하지 않는다. 들어야 하는 것도 양보해야 하는 것도 모두 정부와 여당이다. 아예 야당에 맞춰 모든 정책을 펼 것을 주장하기까지 한다. 자칭 진보언론들조차 수구정당인 국민의힘에 굴복하지 않는 정부와 여당의 오만과 독선을 질타한다. 독재다. 민주주의란 국민의힘의 의견을 들어서 그들의 동의 아래 무엇이든 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협의란 말도 쉽게 오용되고 만다. 검찰인사에 있어 검찰총장과 충분히 협의하겠다. 의견을 듣기는 하겠는데 인사권자는 장관인 자신이니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 합의가 아니다. 동의나 허락도 아니다. 뭐가 문제인가?

 

정상적인 것이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계약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데 다른 직원들의 의견을 묻는다. 그런데 결정은 누가 하는가? 내가 보기에 저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이 사람이라면 무기계약직으로 바꿔주는 것이 회사를 위해서도 좋은 결정인 것 같다. 그러나 상관없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의해 인사가 결정된다. 그래서 협의하지 않은 것인가? 언론의 농간이다. 버러지새끼들인 것이다. 넘어가면 같은 수준이 된다. 웃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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