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한겨레가 본격적으로 참전했다. 기자 이름도 낯익다. 배지현. 몇 번 본 이름이기도 하다. 역시나 정부와 여당을 공격하기 위해서 정의연을 버리기로 결심한 모양이다. 기사가 참 재미있다. 정작 건물을 판 당사자는 기사 안에서 원래 9억에 팔려던 것을 7억 5천에 팔았다 증언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결론은 너무 비싸게 샀다는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웃기지 않은가. 건물을 지은 당사자가 고가형으로 비싸게 지어서 비싸게 팔았다는데 그게 왜 의혹일까?

 

그러고보면 언론이 한 목소리로 쏟아내고 있는 안성 쉼터 고가 구매의혹이라는 것도 대개 이런 식이다. 당장 판매자가 지인의 지인이라는 이유로 시세보다 비싸게 산 것이 어째서 의혹까지 되어야 하는 것인가. 이를테면 나도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친척이 한다는 컴퓨터매장에서 시세보다 거의 두 배 비싸게 주고 조립컴퓨터를 샀던 적이 있었다. 그러면 내가 그 친척에게 특혜를 주었던 것일까. 기자들 주변은 어떤지 모르겠다. 그냥 지인의, 그것도 지인의 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 조건도 대가도 없이 그냥 막 몇 억 씩 이익을 안겨주고 그러는지. 그러나 그동안 밝혀진 대부분 특혜들은 그만한 대가를 동반하고 있었다. 자선사업도 아니고 대가도 없이 그냥 이익만 안겨주고 하는 경우란 현실에 거의 없다.

 

그러니까 의혹이 되기 위해서는 비싸게 샀다는 것 말고 다른 정황이 나와야만 한다. 판매자로부터 정의연 관계자에게 뭐라도 대가가 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전해진 정황과 같은 것이다. 아니라면 비싸게 샀다는 자체만으로 의혹을 제기하기엔 무리가 있다. 더구나 시세보다 비싸게 산 건물이라면서 나중에 싸게 팔았다고 의혹으로 몰아가는 것은 그냥 자기들이 내린 결론에 나머지를 끼워맞추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나만 해야 한다. 비싸게 산 것인가. 아니면 싸게 판 것인가. 참고로 아파트조차 신축이 구축보다 비싼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건축 이슈라도 없으면 투자목적이 아닌 이상 시간이 흐를수록 건물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아무튼 웃기는 것이다. 물론 서울에도 그 가격에 살 수 있는 그만한 평수의 주택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의연에서 사용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정의연에서 목적한 용도에 맞는 구조와 조건이 있다. 그래서 안성 쉼터도 문제가 된 것 아닌가. 애매하게 거리가 멀어서 사실상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쉼터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었다. 그럼에도 당시 정의연 관계자들에게 있어 주어진 예산 안에서 자신들이 애초 의도한 용도에 맞는 조건을 갖춘 최적의 건물이라 여겨졌기에 구매결정을 내렸다면 서울에 비슷한 가격대의 주택이 몇 채가 있었든 더이상 의미가 없는 것이다. 나같은 소시민들도 단지 가격만으로 살 집을 구하거나 하지는 않는데 하물며 억 단위가 넘어가면 말할 것도 없는 것이다.

 

더구나 기준으로 삼는 건물의 적정가격이라는 것도 실제 현장을 찾아가서 꼼꼼히 살피고 내린, 말 그대로 감정가가 아닌 기자가 제공한 정보에 의거한 추정가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 확인한 구체적인 정보에 의해 내려진 결론이 아닌 정황과 추측만으로 판단한 결과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 건물을 지었던 판매자도 할 말이 생기는 것이다. 언론이 인용한 전문가들의 추정가보다 더 비싼 자재로 지어서 비용도 더 들었고 따라서 원래는 더 비싼 가격에 팔았어야 했다. 건물의 가격이 원가만으로 정해지는 것도 아니고, 원가라는 것도 구체적인 사안으로 들어가면 변수가 얼마나 많은데, 어디에 지어진 건물이라는 이유만으로 비용에서 매매가격까지 모두 확정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오만이며 성급함인가. 그래서 기자들도 인용한 전문가들도 직접 확인하고 내린 결론이 아닌데 비싸게 산 것조차 사실이기는 한 것인가.

 

결국은 인상을 강제하기 위한 기사인 것이다. 사실은 상관없다. 그동안 회계부실에 대한 기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기사 안에 그에 대한 모든 반박과 해명까지 다 담고 있음에도 그저 정의연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렇게 보도를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배지현이라면 검찰까지 움직인 것일까. 아무튼 정부와 여당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정의연까지도 기꺼이 자신들이 먼저 내던져 버릴 수 있다. 단호하게 오물구덩이에 쳐박아 버릴 수 있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정의연과 연대하던 자칭 진보언론임에도.

 

물론 이해는 한다. 감히 윤석열 검찰을 건드리려는 청와대와 여당을 가만 보고만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눈물겨운 충정에 더해 조중동이 앞장서는데 가만히 있을 수만 없다는 조바심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조중동에 감히 한겨레따위가 맞설 수는 없는 노릇이고, 나중에 이직할 경우를 생각해서라도 조중동의 논조를 쫓아가는 쪽이 자신들에게도 좋다. 자칭 진보의 갈 길은 조중동의 인정을 받는 것이지 조중동을 거스르며 싸우는 것이 아니다.

 

차라리 이용수 할머니의 인터뷰를 빌어서 피해자들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정의연의 활동과 존립 그 자체를 문제삼았으면 뭐라 할 말도 없었을 것이다. 그거야 말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정의연의 존립을 위한 첫째 전제였을 테니까. 하지만 의혹이 너무 부실하다. 처음 다른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했을 때도 그래서 지켜보는 입장이었었다. 언론의 보도는 일단 의심하고 보는 것이 허튼 함정에 빠지지 않는 최선의 방법이다. 그래봐야 최악이 사기를 당했겠거니.

 

정의연이 해체되어야 한다는 전제에는 동의한다. 윤미향 당선인도 비례대표를 사퇴해야 한다. 그와는 별개다. 과연 의혹이 될만한 것을 의혹이라고 보도하는가. 과연 진짜 문제가 되는 것들을 문제라고 보도하고 있는 것인가. 그래서 바로 그 부분을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30년 동안 한결같이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쟁해 온 단체를 몰아가는데 과연 기사들의 근거가 확실하고 타당한가. 기자새끼들에 대해 기대하는 자체가 실례인 것이다. 욕하기도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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