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검찰의 김학의에 대한 무혐의판단은 잘못된 것이었다. 따라서 재수사가 필요했고, 그를 위해서는 김학의가 도피하지 못하도록 출국부터 금지시켰어야 했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대검에서 김학의에 대한 출국금지 요청을 묵살한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주장하면 법무부의 출국금지를 옹호하게 되는 것이므로 언론이라면 절대 그래서 안된다.

 

어찌되었거나 검찰이 무혐의 판단을 내렸으므로 김학의는 당시 피의자도 아닌 무고한 일반인이었다. 그러므로 법무부는 시민으로서 김학의의 권리를 최우선으로 지켜주어야 할 책임이 있었고, 따라서 김학의의 출국금지를 절차를 무시하고 진행한 것은 잘못이다. 심지어 김학의에 대한 재수사를 대통령이 지시했으므로 대통령에게까지 책임이 돌아갈 중대한 정권차원의 범죄가 되는 것이다. 언론의 논리다.

 

양승태의 사법농단은 대한민국의 헌정질서 자체를 뒤흔드는 큰 사건이었다. 사법부가 행정부의와 거래를 통해 판결까지 좌지우지하려 했었다. 사법부가 자신들에게 주어진 재판이라는 중대한 책임을 거래의 수단으로 삼아 조직의 이익과 교환하려 했었다. 그런 행위에 앞장선 현직 판사가 있는데 재판을 통해 혐의 대부분이 입증되었음에도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런 중차대한 국가적인 범죄를 저지른 인물에게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고 무사히 퇴직해서 전관으로서 이익까지 챙기도록 내버려 둘 것인가. 물론 이조차도 정부의 편을 드는 것이므로 언론은 달리 말해야 한다.

 

사법농단 좆도 아니다. 사법농단에 앞장섰다고 크게 책임을 물을 일도 아니다. 사표 냈는데 그만두면 그만이지 무슨 탄핵까지 하는가. 그래서 박근혜가 문재인보다 낫다. 차라리 최순실이 조국보다 낫다. 이명박이 노무현보다 낫다. 그래야 정부의 편을 들지 않는 객관적인 언론이다. 정부에서 하면 최저임금인상도 반대하고, 근로시간단축도 반대하고, 탈원전도 반대하고, 코로나19 방역도 반대하고, 백신도 반대하고, 심지어 바로 어제까지 동지로 여기던 정의연조차 민주당 당적을 가지니 조선일보와 함께 공격에 나선다. 차라리 박근혜의 위안부협상이 정의연보다 나았다.

 

그게 바로 한겨레의 정의인 것이다. 중립이고 객관이고 공정이다. 한겨레만이 아니다. 경향도 정의당도 입장은 같다. 홍세화도 진중권도 서민도 심상정도 모두 같은 입장이다. 그래야 자신들은 진보일 수 있다. 검찰의 세월호에 대한 수사결과 역시 검찰을 비판하는 것은 정부의 편을 드는 것일 수 있으므로 말을 조심해야 한다. 보수화가 아니다. 그냥 그들의 진보가 원래 그랬던 것이다. 자기에게서 비롯된 기준과 가치가 아닌 타인의 눈에 보이는 기준과 가치다. 그러므로 자신들은 진보이기 위해 문재인 정부에서 반정부의 입장을 고수해야 한다.

 

자칭 진보의 보다 솔직한 속내인 것이다. 그동안 자칭 진보들이 당연하게 해 왔던 일들이 그나마 정리되지 않은 어수선함으로 인해 한겨레를 통해 불거져 나왔을 뿐. 문재인 정부의 편을 드는 것은 악이다. 반대편에 서는 것은 선이고 정의다. 진리고 진보다. 참 단순한 놈들이다. 원래 그런 놈들인 것은 알았다. 비루하고 비루하다. 한심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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