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당시, 아니 문재인 정부 내내 2030 가운데서도 특히 이공계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토가 높았었다. 문재인 정부가 아닌 민주당 자체에 대한 비토였었다. 오죽하면 윤석열 정부에서 R&D 예산 깎는다니까 이재명을 더했을 것이라며 자위하는 반응이 주를 이루었겠는가. 문재인만 아니면 된다. 민주당만 아니면 된다.

 

더구나 정의당과 녹색당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2020년 총선부터 2찍 진보들의 구호는 한결같았다. 민주당만 아니면 된다. 문재인만 아니면 된다. 그래서 민주당이 혹시라도 진보진영에서 표를 더 가져갈까봐 여성주의 정당을 만들어 그를 중심으로 결집하기까지 했었다. 민주당의 표를 조금이라도 깎기 위해 한겨레는 대놓고 오보를 내고, 2찍 진보들은 여성주의 정당을 앞세워 표를 가르려 애쓰고 있었다. 그런 2찍 진보들의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두 가지 사례가 심상정의 문재인 탄핵 발언과 한겨레의 김학의 출국금지에 대한 문재인 책임론이었다. 그래서 2022년 대선 당시 2찍 진보들은 윤석열과 이재명 가운데 누구를 더 비판하고 더 적대시하고 있었는가.

 

같이 공부하던 졸업생이 구호를 외치다 끌려나가는데 조금의 동요도 없이 그저 조용하기만 했던 카이스트의 모습이 그 증거인 것이다. 기껏해야 진보정당이나 기웃거리던 찌그래기따위 끌려나가든 쥐어 터지든 아마 어디 가서 소리소문없이 파묻혔어도 카이스트 학생들은 조용했을 것이다. 그나마 요즘 정의당이 윤석열 눈에 들기 위해 알리바이를 만드는 중이라 전에없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이다. 혹시라도 정의당이 이번 정부 들어서 윤석열 정부에 이번처럼 적극적으로 적대하는 모션을 취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는 사람 이야기해달라. 이렇게 신속하게 반응하는 경우를 문재인 정부 이후 본 적이 없다. 무엇인가? 짜고치는 고스톱이고 아니더라도 당사자가 원래 바라던 현실이란 것이다.

 

민주당만 아니면 된다. 문재인만 아니면 된다. 이재명만 아니면 된다. 그래서 다수 2찍 진보들은 윤석열 지지를 선택했고 아니더라도 최소한 방관하는 입장에 있었다. 그래서 결과가 어떠한가. 그나마 벌써 2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것이다. 그 동안 2찍 진보들은 얼마나 현정부의 반진보적인 발언이나 행보 정책들에 비판의 입장을 취했었는가. 그동안 2찍 진보들은 반진보적인 현정부와 민주당 가운데 어느 쪽을 더 앞장서서 비난하고 있었는가. 그나마 총선이 다가오니 비례자리 하나, 혹은 지역구 하나 얻어보겠다 저리 지랄인 것이지 아니었다면 녹색정의당 대변인 타이틀 달고 대통령 앞에서 발언할 일도 없었을 것이란 뜻이다. 윤석열 정부가 하는 짓거리는 정말 어이가 없는데 그렇다고 끌려나간 졸업생에 대해서도 아무 생각이 없다고나 할까. 당장 같은 카이스트 졸업생들조차 아무일 없었다는 듯 조용하기만 한데 내가 거기에 뭔 말을 더할까.

 

2찍 진보들이 바라던 세상인 것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끌려나간 녹색정의당 대변인이라는 졸업생 역시 민주당만 아니면 된다고 윤석열 지지했거나 그나마 최소한 심상정 지지를 통해 이재명 당선을 막아낸 것을 자촉하고 있었을 것이다. 탈원전은 대통령이 사법처리되어야 할 중대한 범죄라 주장하던 2찍 진보들과 합당한 녹색당 당원이라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이 도한 K-진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검찰이 무고하다 했으니 김학의는 무고하고 감사원이 문제가 있다 했으니 탈원전은 범죄다. 언론이 문제라 했으면 최저임금인상과 근로시간단축도 지지해서는 안되었다. 한 적도 원래 없었다. 

 

별 생각이 들지 않는 이유다. 민주주의의 근본을 부정하는 행위이기는 한데 끌려나간 졸업생 스스로도 그러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거나 최소한 수긍할 수 있다 여겼던 것 아니었던가. 아직도 2찍 진보를 지지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정황은 사실에 가까운 확신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하긴 그동안 조용하다가 총선 앞두고 그러는 것부터 의심의 눈으로 볼 만한 근거가 되기는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결국 연대하는 학생 하나 없이 모두가 조용했다는 것이 2찍 2030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현정부에 대한 비판과 별개로 흥미를 잃게 되는 이유인 것이다. 그들이 바란 결과다. 너무도 당연하게. 항상 그들의 승리를 축하해 준다. 참 잘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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