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민주당이 유시민을 담글 때 민주당 지도부의 의지를 느끼고 있었다. 더 윗선에서 의도적으로 유시민을 배제하려 한다. 누구일까? 당시는 이낙연을 의심했는데 그보다 더 윗선이 있었던 모양이다. 설마 양정철이 비선실세였다니.

 

대통령이 되기 전 노무현은 국회의원도 몇 번 해 보지 못한 그야말로 정치낭인에 지나지 않았었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당연히 청와대란 어지간히 신념이 투철해도 거부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이점과 매력을 가진 곳이었다. 그러면 여기에서 문제, 당시 좀 쓸만한 인재라면 거의 김영삼과 김대중이 경쟁하듯 끌어가고 있었는데 노무현 주위에 아직 남아 있었다면 어떤 사람들이겠는가? 대통령 되고 나서 청와대로 들어간 경우라면 대통령과 반드시 성향이 일치하겠는가?

 

받아주는 이 없으니 그나마 써주는 노무현 주위에 머물던 놈들도 있을 것이고, 그저 청와대가 좋아서 대통령 측근입네 하던 놈들도 있었다. 당연히 그들 대부분은 참여정부가 끝난 순간 스스로 노무현 전대통령을 부정하고 친노로 불리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열성적인 지지자들에 기대 다른 꿈을 꿔보려는 놈들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봐야 진정 참여정부의 이상과 지향에 동의하는가는 별개인 것이다. 더구나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외모 만큼이나 생각도 말도 행동도 다 바뀌게 된다. 전해철이나 이광재만 보더라도 과연 친노라는 게 이제와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선거에서 너무 크게 이긴 영향이란 것이다. 그 전에 민주당 내부에서 친노랍시고 양정철과 짝짝꿍하던 놈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총선에서 압승한 사실을 등에 업고 당의 지도부를 포섭하기 시작했다. 전대통령들 사면을 적극 건의한 것이 양정철이었다지? 사실상 이번 21대에서 민주당 초선 가운데 상당수는 양정철이 공천한 것이나 다름없다. 양정철이 인터뷰에서 발언한 내용은 초선들이 지랄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째서 지금 민주당이 이재명에 대해 저토록 공격적인가. 누군가 강하게 의지를 드러낸 때문이지 않을까.

 

송영길은 의리가 없다. 그래서 아무리 양정철이 자기를 도와도 이익이 되지 않으면 굳이 돌아볼 이유가 없다. 지금 송영길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어디의 누구인가. 그동안 양정철이 해 온 일들이란 윤석열을 천거하고,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막고 여러 개혁정책들을 저지시키는 것이었다. 이대로 양정철의 말을 들어서 다음 대권이 있을 것인가. 입지가 좁아진 것이다. 막후의 책사노릇에 도취되어 있던 양정철이 전면에 나선 것을 보면. 그리고 대놓고 조국을 넘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부정하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 전체를 부정하고 있었다. 지금 민주당이 보이는 공식입장과 비교해 차이가 나지 않는가.

 

언제부터 양정철이 문재인 대통령과 갈라서게 되었는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원래 맞지 않았던 것이다. 원래 자기 똑똑한 맛에 사는 인간들은 조금만 생각이 있는 리더라면 바로 무시당하기 마련이다. 그리 똑똑한 것 같지 않다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그 결과 민주당의 폭망과 정권교체에 모든 걸 내건 것이다. 윤석열을 자기가 천거했으니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면 자기도 한 자리 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 여기에 편승한 것이 조응천, 백혜련, 초선 5인방일 테고. 윤석열은 문재인에 비하면 단순무식한 인간이니 양정철도 제법 중용될 수 있을 것이다.

 

어째서 그동안 김어준이 양정철의 의도대로 움직였는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이 주진우였을 것이다. 그리고 김어준이 끝까지 윤석열과 적대하며 관계가 틀어진 결과가 김어준이 자기 방송에 유시민을 출연시킨 것이었다. 양정철은 자기를 책사라 여기기에 자기만큼이나 똑똑한 유시민을 용납하지 못한다. 그래서 지난 총선에서 유시민을 노골적으로 담궈 버리려 시도한 것이었다. 유시민과 관계를 가지면 양정철과 관계를 이어갈 수 없다.

 

아무튼 옥상옥이라고 당대표 위에 실세가 따로 있었던 것이다. 당내 계파의 구심이 원내가 아닌 원외에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연결고리 역할을 했던 것이 아마 전해철이 아닐까. 이재명을 찍느니 남경필을! 딱 지금 양정철이 하는 개소리와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째서 중용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가는 장면이다. 모르지 않는 사이였으니 더욱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었으리라. 이놈들은 절대 쓸 수 없다.

 

송영길이라는 사실을 다행스럽게 여기게 된다. 세상에 대통령도 안중에 없는 소인배인데 양정철 따위야. 아마 우원식이나 홍영표였으면 이렇게 단호할 수 없었을지 모르겠다. 송영길을 지지하게 된다. 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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