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기로도 휴가 도중 피치못할 사정이 생기면 굳이 복귀하지 않고도 부대장에게 바로 연락해서 허락만 받으면 그대로 휴가를 영장할 수 있도록 규정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처음 추미애 장관의 아들과 관련해서 의혹이 불거져 나왔을 때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기고 그냥 지나쳤던 것이었다. 그런데 설마 이렇게 오래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줄이야.

 

굳이 군에 대해 잘 알지 못해도 그냥 일반의 상식에만 비추어 생각해봐도 바로 답이 나올 사안이란 것이다. 병사가 휴가를 갔다. 그런데 휴가 도중 피치못할 사정이 생겨서 복귀를 못하게 생겼다. 그런데도 과연 무조건 일단 복귀부터 하고 봐야 하는 것인가? 그렇기 때문에 만일 복귀할 수 없는 사정이 생기면 부대장에게 먼저 보고부터 하고, 부대장은 절차를 밟아서 휴가연장의 불가피성에 대해 판단한 뒤 바로 허가를 내주면 되는 것이다. 다만 휴가는 부대장의 재량에 속하는 영역이기도 하기에 절차를 다 밟지 않았더라도 규정을 넘어서는 정도가 아니라면 임의로 처리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군생활 해 본 사람은 거의 알 것이다. 포상휴가도 일정 기간 이내라면 부대장이 바로 보낼 수 있다.

 

그래서 실제 수술을 했고 후유증이 있었는가의 여부가 중요한 것이다. 수술을 했고 후유증으로 치료의 필요성이 인정되기에 보좌관이 절차를 물어서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했고 사전이든 사후든 그를 통해 부대장이 휴가연장 결정을 내렸다. 그것도 새롭게 규정에 없는 휴가를 더해 준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휴가 가운데 차감하는 청원휴가 형태로 연장해 준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 모든 과정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오해를 살 만한 부분이 있었다면 하필 휴가연장과 관련한 규정을 물었던 것이 추미애 당시 의원의 보좌관이었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추미애 장관이 당시 직접 전화를 걸었다면 그데 더 문제가 아니겠는가 하는 것이다. 부대장 자신이 어떤 외압도 없었다 말하고 있는데.

 

그러니까 군대 갔다 온 입장에서 - 그것도 사람 가치를 똥보다 좀 낫게 여기던 90년대 군대 갔다 온 입장에서도 도대체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는 일 가지고 벌써 1년 가까이 이토록 시끄럽다고 하는 것이다. 설사 규정에 어긋나는 행동이 다소간 있었더라도 그것이 이렇게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 만큼 중대한 문제이기는 한 것인가. 아마 나였어도 입대 이전 이미 수술을 받았고, 그 후유증으로 당장 복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으면 어찌되었거나 부대에 연락을 해서 휴가연장을 요청했을 것이고, 아마 내가 있던 부대 중대장이었다면 기꺼이 그 요청을 받아들여 주었을 것이다. 좀 싸가지가 개싸가지이기는 했는데 이런 일로 괜히 병사들 서운하게 만들고 하던 부대장은 아니었었다. 그래서 추미애 장관이 외압을 행사해서 규정에 없는 휴가를 보낸 정황이 나왔는가면 그것도 아니고 단지 절차 가운데 미흡한 부분이 있더라는 정도가 고작이다. 추미애 장관 측은 모든 자료를 다 보냈고 다만 부대에서 그 자료들을 보관하고 있지 않다는 게 문제다. 그러니까 그게 도대체 왜 그리 큰 문제가 되느냔 것이다.

 

더 어이없는 것은 추미애 장관 아들을 통역병으로 보내라는 외압이 있었다는 주장인데, 그런데 외압이란 말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하는 주장인가 묻고 싶어진다. 외압이란 거부할 수 없으니 외압인 것이다. 거부하기가 부담스러우니 외압이 되는 것이다. 그냥 안 들어주었다면서? 그러면 설사 그런 시도가 있었어도 외압이라기보다 그냥 추천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추미애 장관이 직업 그랬다면 분명 부적절하기는 하지만 아니라니 바로 물러섰다면 별 문제는 되지 않는 것이다.

 

이건 뭐 지금 민주당에 대해 들이대는 도덕적 잣대를 사회 일반에 갖다 대면 진짜 남아날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하다못해 인턴증명서까지 낱낱이 검증해야 한다. 인턴에 출석한 시간이며 날짜, 심지어 한 일까지 일일이 검사의 수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 뭔 개지랄들인 것인지. 그러면서도 뿌듯해 하겠지. 나는 지금 살아있는 권력의 도덕적 치부를 파헤치고 있다. 그러니까 뭐가 그리 대단한 도덕적 치부냐는 것이다.

 

대충 내가 이해하는 과정은 이렇다. 내 군상활 경험에 비추어 재구성한 상황이다. 병사가 원래 아픈 것을 안다. 수술받은 것도 안다. 그래서 휴가를 나갔는데 상태가 좋지 않다며 휴가연장을 요청해 왔을 때 부대장 입장에서 무어라 대답해야 하겠는가. 선의로 규정 안에서 휴가연장을 해주면서 과연 얼마나 엄격하게 꼼꼼히 일처리를 했을까? 그냥 정기휴가 날짜 안에서 차감해가며 연장하는 것 가지고 엄격하게 따질 부대장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언론이 개새끼란 것이고, 저만 똑똑한 척 하는 지식인이란 것들이 버러지란 것이고, 자기 군생활 까먹은 대가리도 붕어대가리란 것이다. 아니면 군대가 뭐하는 곳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아파서 복귀 못하면 연장해주는 군대가 좋은 군대인 것이다. 한국 군대 규정이 그리 막장이 아니다. 사람이 막장이었지. 답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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