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아직 내가 서울 살던 6년 전 한 달 월세가 수입의 4분의 1에 가까웠었다. 다시 말하지만 어지간히 대기업 아니면 노동자가 최저임금 이상 받기란 쉽지 않다. 기껏해야 오래 다녔다고 근속수당 겸 해서 얼마간 올려주는 정도가 고작이다. 지금이라고 과연 얼마나 다르겠는가? 나라 망할 지경이라는 지금 최저임금 기준으로 주간에 주 40시간 일하고 주휴수당까지 받으면 180 조금 넘는 정도 받는 것이 고작이다. 그리고 예전 살던 동네 기준으로 전용 13평이면 월세가 기본으로 50만원 이상에서 시작될 것이다. 보증금은 당시보다 더 비싸다. 과연 살 수 있겠는가.

 

주 40시간 주간근무에 주휴수당 받으면 180만 원 남짓이다. 주 52시간까지 일하고 주휴수당 받으면 한 220까지 받는 모양이다. 맞벌이로 풀타임 근무면 그래도 한 달에 400 정도 수입이 들어오니 굳이 임대주택까지는 필요치 않을지 모른다. 결국은 그마저도 안되는 사람들이 대상이란 것이다. 정부에서 30평, 40평 짜리 임대주택 지을 줄 몰라서 짓지 않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주거복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라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적자여야 하고 따라서 일정 수준의 임대료는 필수라 할 수 있다. 그래도 중견기업에 다니고 직업도 안정적인 이들조차 막상 20평대 임대주택에 살다가 넓혀가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일반 월세보다 훨씬 조건도 좋고 비용도 저렴한 공공임대조차 그런데 일반 임대라면 어떠하겠는가. 그런 사람들에게 13평 월 20만원짜리 아파트란 어떤 의미이겠는가.

 

물론 마음 같아서야 나도 300평짜리 대저택에서 가정부 집사 두고 고양이 마당에서 산책시키면서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 아니 300평도 좁은 것 같다. 한 1300평 쯤 되는 집에서 말도 한 마리 기르며 텃밭을 가꿔보면 어떻겠는가. 사람이 욕심대로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 사는 집도 월세 한 20만 원 더 주면 더 넓고 더 조건도 좋은 집에서 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월세 25만원이면 월세 40만원에 비해 한 달에 15만원을 더 아낄 수 있고 그만큼 더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타협의 결과다. 외벌이라면 한 달에 200만 원 월급 받기도 어려울 것이고, 맞벌이라도 아이낳고 기르고 하다 보면 풀타임은 어려울 테니 수입이 그리 넉넉한 수준은 아닐 것이다. 그런 처지에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 기르고 하려면 자기 수입만으로는 버거운 지출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 그런 조건에 있는 이들이 내 주위에만 적지 않다. 그냥 내 이웃이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마주치는 평범한 사람들인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지금 내가 내는 월세보다 더 적은 돈으로 더 넓고 더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다고 한다면 무엇이라 대답하겠는가. 한 달에 월세 20만원만 아껴도 4년이면 거의 천만 원 돈에, 더 열심히 벌고 아끼다 보면 잘하면 아쉽더라도 전세금도 마련할 수 있을 지 모른다.

 

그러니까 많은 언론들, 그리고 정치인이란 것들이 쉽게 간과하는 부분인 것이다. 최저임금 8590원으로 올렸다고 아예 나라가 망할 지경이다. 그런데 그 8590원 시급으로 법정 근로시간을 아득히 초과해서 죽어라 일해봐야 서울에서 월세 내고 나면 한 달 겨우 살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평수 조금 작고 월세는 훨씬 더 아낄 수 있는 임대주택을 지어서 공급하려는 것이다. 임대주택이나마 더 적은 돈을 지불하며 살면서 나중에 돈 모아서 더 나은 집으로 넓혀 갈 수 있기를 바란다. 상식이다. 최소한 서민의 삶을 직접 경험하고 있는 내 상식에 비추어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오히려 너무 좋은 조건인 것이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의 최저임금 이하만을 받고 있고, 그나마 최저임금이 통상임금인 노동자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13평짜리 월세 20만원 임대주택이 그렇게까지 모멸적으로 받아들여질 이유란 없는 것이다.

 

돈 많은 사람들이야 당연히 자기 돈으로 더 좋은 집 얻어 나가면 되는 것이다. 돈 많아도 아직 신혼이기에 돈을 더 모으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 나라돈으로 임대주택까지 지어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 하나까지는, 그래도 아직 어리면 둘까지도, 그렇게 최대한 모으고 모아서 제법 목돈이 되면 전세를 얻어 나가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전세까지는 무리더라도 보증금 더 주고 더 넓은 집에서 더 여유로운 삶을 누릴 수도 있는 것이다. 부모로부터 전세금을 지원받을 형편도 안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싶은데 주거가 걱정이 되는 이들을 위한 정책에 왜 이리 말들이 많은가. 아이 둘에 24평 27평이 적절하다 여기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이 아닌 그럼에도 13평 짜리 아파트라도 싸게 살 수 있으면 바라는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한 임대주택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한국 사람들 평균 수입이 신혼부부가 아이 둘 낳을 때 쯤엔 20평 짜리 아파트는 그냥 구해서 들어가 살 정도는 되는 줄 알겠다. 앞서도 말했지만 아이 낳고도 여전히 풀타임 근무에 부부가 맞벌이를 유지하는 경우란 오히려 매우 드문 것이다. 혼자서 벌거나, 맞벌이를 해도 한 쪽 수입이 부업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크게 치우쳐 있다. 그래서 서민인 것이다. 아니 맞벌이로 풀타임을 해도 더 싼 값에 최대한 오래 돈을 모으면 더 좋은 조건의 집에서 자란 아이들과 더 여유롭게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된다. 왜? 서로 사는 세계가 다르니까.

 

오래전 어느 미국 시트콤에 그런 장면이 있었다. 할렘가에서 자란 흑인 소년들이 백인 가정에 입양되었는데 어느날 학교에서 자라온 환경에 따른 갈등이 불거지며 그를 해소하기 위한 에피소드였었다. 깡통 열 개와 전선 한 다발로 뭘 만들 수 있겠는가? 돈을 만들 수 있다. 방 두 개에 목욕탕 하나짜리 집에서 몇 명이 살 수 있는가. 21명까지도 함께 살 수 있다. 정확한 내용은 아니다. 비슷한 맥락일 뿐. 벌써 40년도 더 된 시트콤일 테니. 그래서 13평 짜리 아파트에서는 몇 사람의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는가. 언론과 정치권의 평균과 현실의 일상이 그만큼 다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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