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면 대목이라 대량의 추가고용이 필요하다. 그런데 어차피 최저임금에 일까지 힘든데 단기로 하려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다. 그래서 위에서 직원들에게 호소한다.

 

"주위에 일할 만한 사람 있으면 말 좀 해 주세요."

 

바로 그동안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할 때마다 나왔던 지인찬스 논란의 실제 사례인 셈이다. 최저임금 얼마 올렸다고 온 나라가 들썩이는 진짜 이유이기도 하다. 어차피 다들 최저임금이나 받는 자리들이란 것이다. 어차피 최저임금 받을 것이면 더 쉽고 더 편한 일자리가 좋다. 괜히 더 힘들고 더 수고스러운 일은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그런 일자리들 대부분은 뭘 해도 이보다 못하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에 이직률도 높고 새로 사람을 구하려 해도 하겠다는 사람도 적다. 무엇보다 그런데도 일단 믿고 일을 시켜 볼 만한 사람을 채용해야 이후 문제가 생기지 않는 법이다. 당장 급하다고 아무나 고용했다가 뭔 사고를 칠 줄 알고.

 

구내식당 주방보조도 그런 경우다. 최소 수 십, 수 백 명 분의 식사를 때마다 준비해야 하는데 그 일이 절대 쉬울 리 없다. 무거운 식자재도 많고, 물기 가득한 공간에서 항상 손이 젖어 있어야 하며, 이것저것 번거로운 일들도 많다. 시설관리 역시 다르지 않다. 심지어 대부분 시설관리는 경비와 마찬가지로 밤낮을 바꾸는 교대근무다. 그러고서도 최저임금 겨우 받는 정도다. 그래서 항상 하는 말이 '최저임금 받으며 이런 일 하는 자체가 너무 신기한 일'이란 것이다. 그래서 사람도 자주 바뀐다. 당장 작년까지 일하던 곳에서도 내가 그만두기까지 젊은 직원들 얼굴이 꽤 많이 바뀌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다고 당장 사람이 없으면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급하게 사람을 구하려는 경우 공개적인 모집보다는 다른 경로를 통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전에 일하던 직장에서도 그래서 결원이 생기면 공개적으로 구인을 하면서도 기존의 직원들에게 넌즈시 사람을 추천해 달라고 말하고는 했었다. 역시 같은 경우인 것이다. 공개적으로 구인광고를 통해 모집하는 것보다 알음알음으로 추천받아 채용하는 쪽이 빠르고 더구나 보증할 당사자도 있으니 믿을 수 있다. 어차피 더 긴 시간 동안 기존에 있던 직원들에 부담을 지우며 업무에 차질을 주기보다, 어차피 최저임금이나 받는 남들 하기 꺼리는 일에 믿을만한 사람을 채용하려면 그것이 최선이다. 그러니까 그래봐야 겨우 최저임금이나 받는 자리란 뜻이다.

 

어째서 정규직을 뽑는데 시험봐서 뽑지 않는가. 그러니까 주방보조나 시설관리나 경비나 뭔 시험을 어떻게 봐서 뽑아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결국 그런 생각으로 서울대에서 미화원을 대상으로 시험을 강요했던 것인데 결과가 어떠했는가. 그에 대해 어찌 생각들 하는가. 그렇게 추천을 받아 단기로 써보고, 그래서 쓸만하면 기간제 계약직으로 일도 시켜보고, 그래서 정말 잘한다 싶으면 무기계약 정규직으로 고용을 보장해 줄 수 있다. 그러나 그래봐야 최저임금이다. 일한 기간에 따른 수당상승이 있을 수 있고, 정규직이 되었으니 정책에 따라 복지가 달라질 수도 있기는 하지만 어디 가서 뭘 하든 크게 다르지 않은 최저임금이나 겨우 받게 된다는 뜻이다. 법정근로시간대로 한 달 내내 일해봐야 200만원도 안되는 돈이나 겨우 받을 뿐이다. 그래서 정규직이 되어서도 그런 일들은 이직률이 매우 높다.

 

한 마디로 세상경험이 없는 것이다.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관련한 논란 대부분이 세상 경험이 적은 청년세대나 혹은 기자들, 아니면 계급적으로 서로 얽힐 일이 없는 정치인 사이에서나 불거지게 되는 것이다. 정규직이 된다고 급여가 더 오를 리도 없고, 같은 정규직이라고 보안원이 사무직으로 바뀔 일도 없다. 그냥 고용과 복지만 정규직에 준하게 되는 것 뿐 여전히 최저임금일 테고, 일의 고단함과 수고로움도 여전할 것이다. 그런데도 정규직이라니 대단한 신분상승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러니까 정규직 시키려면 시험봐서 뽑아야 한다. 최소 몇 달을 해당 업무에 종사하면서 경험과 실력을 쌓았을 텐데 그것으로 부족하다는 것일까. 현장에서의 경험보다 시험이 더 믿을만하다는 주장인가.

 

아무튼 그런 주장에 따르면 지금 직장에서도 불공정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돈도 적고 일은 힘들고 고용도 불안정해서 하겠다는 사람이 없어도, 그래서 필요한 인원에 턱없이 못미치는 사람만 고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도, 그럼에도 공정하게 시험봐서 성적순으로 사람을 뽑아야 한다. 우리나라 실업률이 괜히 높은 것이 아니다. 특히 청년실업률이 30대 이전까지 매우 높은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다. 그 돈 받고 그런 곳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 그런 대우 받고 그런 조건에서 그런 일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일들이 현실에는 너무나 널려 있다. 그런데도 급여도 너무 높다, 대우도 너무 좋다, 너무 노동자가 권리만 주장하고 있다, 마치 자기들은 노동자가 아닌 것처럼.

 

이것이 현실이다. 사람을 구하려 해도 구하기 쉽지 않다. 최저임금만으로 사람을 구하려면 그만큼 애로사항이 있다. 더구나 시간은 무한하지 않다. 사람이 부족한 만큼 기존의 직원들은 더 크게 고생하지 않으면 안된다. 일이 제대로 돌아가야 직장도 유지되는 것이다. 악은 대중의 무지를 선동한다. 맞는 말이다. 개새끼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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