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자기 전까지 걱정했었다. 물류센터 일이라는 게 대부분 밤에 하는 일이라 낮에 자고 밤에 일어나야 하기에 진짜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좆같은 결론이 나오면 그때는 어째야 하나 고민이 많았었다. 민주당 지지 포기할까? 그러면 대안은? 씨발 이럴 때 민주당 당적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설마 그 정도 준비는 마치고 발언을 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평의원들은 몰라도 몇 명 안 되는 최고위원 정도는 최소 과반 이상 동의를 받아낸 상태에서 요식으로 최고위원 간담회를 여는 것이다. 최고위원 가운데는 이낙연이 꽂은 사람도 있고, 이낙연에 벌써 줄 선 사람도 있을 테고, 원래 성향이 그런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웬걸? 자고 일어나 보니 최고위원들조차 받아들이지 않아 그냥 나가리 됐네? 혼자만 병신된 거다.

 

승부수라는 건 확실하게 이길 자신이 있거나, 아니면 최소한 이겨야 한다는 당위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 던지는 것이다. 이미 이겨놓은 상태에서 결과만 확인하거나, 설사 지더라도 자신이 정당함을 모두에게 알릴 수 있을 때 승부수로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즉 어떻게든 자기에게 확실하게 이익이 있거나 명분이 있을 때 승부수는 승부수로써 역할을 한다.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결론이라도 유리하게 났으면 당내 의원들의 반발에 철회하더라도 면이 서게 된다. 그래도 최고위원들만큼은 자기 사람들로 설득을 마쳐 놓았구나. 당위 여부와 상관없이 그래도 리더로서 그 정도 능력은 갖추고 있다. 아마 진짜 평의원들까지 다 설득해서 당론으로 정했다면 이낙연 무서운 새끼라며 욕하면서도 다시 지지했을지도. 그런데 그것도 아니었네? 아무 계산없이 막 지른 것이다.

 

물론 자신은 확신이 있었을 것이다. 이명박근혜의 사면이야 말로 국민통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자기가 이런 주장을 하면 국민들이 그 진심을 알아주고 지지해 줄 것이다. 부추긴 새끼 당장 한강다리에 목매달기 바란다. 도대체 누가 이명박근혜 사면을 그리 반길 거라고. 그냥 헛발질인 것이다. 자기가 얼마나 낡은 인물인가 스스로 입증하고 만 것이다. 다만 그 낡음에 매료되어 지지했던 것이기에 나로서는 조금 더 지켜보겠다 이해하며 결심한 것이고. 그래도 설마 최고위원들에 대해서조차 사전에 정지작업조차 하지 않고 간담회부터 열었다니. 진짜 지능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결국 이로 인해 대선은 물론 민주당 당내에서도 당대표로서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워지게 되었다. 당원들이 불신한다. 평당원과 지지자들이 이낙연 대표를 불신하게 되었다. 바로 최고위원과 당내 평의원들에 의해 그 의지가 꺾이고 말았다. 누가 두려워하겠는가? 권력이란 기본적으로 그 두려움에서 나오는 것일 텐데. 저 새끼 하는 꼬라지 보니 우리가 나서서 찍어누르면 알아서 짜지겠다 싶으면 아무도 그 말에 권위를 부여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대선후보로서 지지율까지 폭락하면 당대표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그게 가장 큰 실망이다. 그래도 그런 정도 정치력은 있을 줄 알았다.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민주당을 장악하고 대통령을 압박할 수 있을 정도의 수완은 가지고 있을 줄 알았다. 그 정도가 아니면 함부로 승부수를 던져서는 안된다는 판단 정도는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과대평가다. 대권이 눈에 아른거리면 사람이 저렇게 망가지는 것인가.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사면건의 자체가 당내에 반발만 불러올 뿐 반대편에서도 그저 조롱과 무시의 대상으로 이낙연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발언이었다. 열린우리당 시절이면 모를까 지금 그런 게 진짜 먹힐 것이라 생각한 것일까. 시대착오도 이만한 시대착오가 없다. 한숨만 나온다. 저런 게 집권여당의 유력 대선후보였다. 씨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