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2019년의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물론 유치원 3법이 발의된 건 전해인 2018년이었다. 그리고 지역유지들이기도 한 유치원 원장들의 영향력을 두려워 한 다른 국회의원들이 몸을 사리는 사이 박용진이 앞장서서 발의한 것도 맞았다. 그런데 유치원 3법이 본회의를 통해 최종 의결된 것도 모두 박용진 한 사람의 힘이었는가. 유치원 3법을 둘러싼 민주당과 당시 자유한국당의 갈등은 무엇이었고, 패스트트랙에는 어떻게 올려진 것인가?

 

2018년부터 유치원 3법이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2019년 초까지 언론의 보도를 보면 가관도 아니었다. 그나마 중립적이라는 JTBC와 KBS 정도가 당시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유치원 3법을 두고 충돌하는 것을 그나마 기계적 중립이랍시고 양시양비에 흔한 정치싸움으로 보도하고 있었고, 나머지는 아예 민주당에 오로지 적대적인 기사만 쏟아내고 있었다. 그래서 유치원 3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회에서 수도 없이 논의하고 토론하고 때로 정치적인 갈등과 충돌까지 빚어가며 끝내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린 민주당의 노력은 아예 배제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민주당은 오로지 자유한국당과 정치싸움만 했을 뿐이고 유치원 3법은 오로지 박용진 한 사람의 공이다.

 

사실 보수언론이 아주 잘하는 짓거리다. 민주당이 뭔가 잘해서 평가해야 할 때 민주당을 칭찬할 수 없으니 민주당 안에서 자기 목소리를 낼 것 같은 인물을 찾아 대신 칭찬하며 부추기는 것이다. 민주당에서 너만 진짜다. 너 한 사람 말고 다른 민주당 정치인들은 아무것도 아니다. 네가 결심만 하면 더 클 수 있다. 대개 민주당 내부의 분탕종자들은 그렇게 언론이 키우고 부추겨서 자기가 무슨 대단한 거물급 인사라도 되는 양 설치던 인간들이었다. 심지어 자기를 대선후보급으로 여기던 인간들도 있었는데, 당연히 실제와 상당히 거리가 있는 자기도취에 지나지 않았기에 결과는 모두가 아는 그대로다. 당시 그리 언론이 띄워주던 분탕종자들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지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여기서 뽕이 제대로 들어간 것이다. 유치원 3법은 오로지 자신의 공이다. 자기가 잘나서 유치원 3법을 발의도 하고 입법도 한 것이지 민주당은 그저 자신을 따라 온 것 밖에 없다. 삼성도 자기가 저격해서 타격을 주지 않았는가. 자기와 비교하면 민주당 안에 제대로 된 인물이 누가 있는가. 이 비슷한 심리상태의 인물로 국회 밖에 서민이라는 기생충학자가 있을 것이다. 언론이 자꾸만 자기를 추켜세우니까. 자기가 진짜 대단한 인물이라고 연일 기사를 써 주니까. 금태섭도 비슷하다. 언론이 금태섭의 말을 받아써주기 전까지 아무리 금태섭이라도 당론까지 무시하고 막나가는 모습을 보이거나 하지는 않았었다. 어차피 당 없어도 나 정도 되는 인물이라면 어디서든 환영하며 받아 줄 것이며, 오히려 민주당이 자기를 중심으로 바뀌지 않으면 박차고 나가는 쪽이 자신이 큰 인물로 거듭나는데도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더구나 박용진은 바로 국민의힘에 자신을 공천했던 김종인이 대표로 있는 것이다. 차라리 김종인에게로 가 볼까?

 

몇 번이나 말했지만 자칭 진보인사들에게 가장 하찮고 경멸스러운 것이 보수도 진보도 모두 진짜가 아닌 민주당이란 가짜정당인 것이다. 보수라기에도 어설프고, 진보라기에는 한참 모자르고, 더구나 하는 것 없이 모든 것이 무능하고 무기력하게만 보인다. 그에 비해 진보는 자기들이, 보수는 저들이 진짜가 아니던가. 자신들만이 진짜 대한민국의 주도세력인 것이다. 민주당과 하나로 불리는 건 그렇게 치욕스러운데 국민의힘과 하나로 불리는 건 전혀 아무렇지 않다. 더구나 이제는 자기 혼자 힘으로도 얼마든지 국회의원 배지 쯤은 달 수 있게 된 터이기에 민주당이란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짐일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틀렸고 내가 옳다. 정확히 민주당만 아니면 모두 옳은 것이다. 박용진의 최근 행보가 정의당의 그것과 닮아 있는 것도 전혀 우연은 아니란 것이다. 국민의힘과 손잡고도 자기 정도면 얼마든지 자신이 추구하는 진보적인 정치를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다.

 

문제는 실제로 박용진이 그럴 급이 되는 인물인가 하는 것이다. 유치원 3법은 패스트트랙에 올릴 것을 결정하고 실행에 옮긴 지도부와 그를 위해 다른 야당들을 설득해서 공조를 이끌어낸 원내대표의 공이 오히려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강경한 반대주장에도 패스트트랙이라는 돌파구를 찾아내고, 그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필요한 행동들을 실제 앞장서서 해 낸 민주당 지도부와 다른 국회의원들의 공이 작지 않은 것이다. 단지 보도하지 않을 뿐이다. 민주당이 자유한국당과 싸우면 단순한 정치싸움이 되어야 하기에 그래서 박용진만 남아서 그 모든 공을 가져간 것 뿐이다. 어쩌면 박용진 자신도 알고 있을 지 모른다. 그러나 언론들이 자신의 편에만 서 준다면 어쩌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래서 굳이 조선일보가 좋아할 말과 행동만 골라서 보이고 있는 것이기도 할 터다. 정의당이 조선일보 좋아할 말과 행동들만 골라서 보여주는 것과 같다. 그러나 그래봐야 쓸모가 다하면 조경태처럼 언론에 의해서도 철저히 잊혀질 분이다.

 

아무튼 그래도 박용진 개인으로 보면 지금보다 좋은 때가 없었을 것이다. 무려 자기가 40대 기수로 차기 유력 대선후보로 언론에 의해 조명받는 상황이란 것이다. 감히 꿈이나 꾸었을까. 국회의원 배지 한 번 달아보지 못하고 주변에서 낭인으로 전전하던 시절 감히 상상도 해보지 못한 상황인 것이다. 그래서 더 날뛰는 것일지도. 언론이 밀어주겠다, 김종인이란 비빌 언덕도 있겠다. 딱 그런 놈들만 잘 골라서 띄워주고 이용하는 것도 조선일보의 능력이라면 능력일 것이다.

 

그냥 늘 해 오던 일들의 반복인 것이다. 그렇게 열린우리당도, 이후의 민주당들도 언론이 키운 내부의 분탕종자들에 의해 자기들끼리 싸우는 무능한 정당이라는 인상만 강화시키고 말았었다. 다만 차이라면 당시는 내부에서 동조하는 놈들도 적지 않았는데 이제는 박용진과 정성호 등 그야말로 한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민주당을 벗어나고 싶은 것인지도. 이철희도 한겨레와 손잡고 개짓거리 하더만. 이번에도 과연 먹힐 수 있을 것인가. 다행히 박용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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