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면 보수정치인이나 보수지지자들이 언론에 대해 무어라 말하든 언론이나 지식인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란 거의 없었다. 보수정치인이 특정 언론사의 취재를 막는다고 언론탄압이라며 반발하는 경우도 거의 없었고, 보수지지자들이 특정 언론사를 찾아가 시위하거나 비난한다고 파시즘이라 비판하는 경우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런데 민주당 정치인과 지지자들은 예외다. 심지어 명백한 범죄행위인 협박취재에 대해 수사하려는 것마저 언론탄압이라고 자칭 진보언론들마저 나서서 비판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인가.

 

하긴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고 채 며칠도 지나지 않아서 한겨레가 보인 히스테릭한 반응 역시 이해가 안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오히려 그동안 한겨레를 신뢰하고 구독해 온 독자들이었을 텐데도 경력도 오래된 베테랑 기자가 나서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상대로 싸움을 걸고 있었다.

 

"덤벼라, 문빠들아!"

 

그 기자만이 아니었다. 최근 김용민tv에 출연해서 자기들은 아닌 척 입바른 소리를 떠들어대는 미디어오늘의 기자도 역시 참전했다가 도매급으로 욕먹고 있었다. 심지어 기사를 통해서 정작 욕을 들었던 지지자들의 분노와 반발을 '댓글폭탄'으로 매도하는 표현을 쓰기도 했었다. 경향일보도 끼어들었는가는 모르겠다. 그러나 심정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저 문빠 폭도새끼들. 저 깡패새끼들. 물론 나도 가끔 대놓고 블로그를 통해서 문빠들을 그렇게 욕하기는 한다. 다만 차이라면 나는 그냥 같은 시민의 입장이고, 저놈들은 언론인으로서 그런 생각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데 있을 것이다.

 

진중권이 왜 저리 미쳐 날뛰는 것인가. 자칭 지식인이라는 것들은 어째서 문재인 정부나 그 지지자들에 대해 저토록 적대적인 것인가. 민주당이 총선에서 압승한 것을 보면서 진보를 자처하는 지식인들은 어째서 저토록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는 것인가. 마치 지식인이면 민주당의 편에서 어떤 주장을 해서는 안된다는 강박이라도 있는 듯한 모습이다. 우연히 누군가 링크를 건 한겨레의 어느 칼럼에서 진중권의 행동을 '파시즘'에 대한 경계와 견제라며 애써 선의로 포장해주는 내용을 보면서 결국 한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사실 아주 오래전에 한 번 썼던 내용이기도 하다. 의심이 확신이 되었다. 저 무도한 무지렁이들이 감히 자신들을 무시하고 조롱하고 있다.

 

아주 오래전에 자칭 진보들과 어울리며 느낀 것 가운데 하나다. 이놈들은 진짜 자기 학벌에 대한 자부심이 하늘을 찌른다. 자기들이 얼마나 좋은 대학을 나와 얼마나 대단한 것들을 배우고 알고 있는가에 대한 자부심이 그야말로 성층권을 넘어 우주를 노닐고 있다. 자신들만이 진실을 알고 올바른 판단도 내릴 수 있다. 대중이란 그런 자신들이 이끌어야 하는 대상이지 대중이 자신들을 넘보려 해서는 안된다. 진중권이 무시당하는 이유였다. 무식하다고. 일단 서울대이기는 한데 있는지도 모르는 미학과 출신에, 사실 글빨은 화려한데 논거는 상당히 빈약한 편이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무지렁이 대중이라면 자신들을 우러르지는 못하더라도 두려워하기라도 해야 할 텐데 가만 보니 오히려 자신들을 비웃고 무시하기 일쑤란 것이다. 과연 기분이 어떨까?

 

흔히 하는 말이 있다. 한겨레, 경향 기자들의 자랑은 명문대 출신이 보수언론보다 많다는 것 하나더라. 실제 명문대 출신들이 많기는 하다. 물론 그래봐야 대부분 월급도 더 많은 조중동 지원했다가 실력이 미치지 못해 떨어진 것들이기는 하다. 그래서 기자로서 경력을 쌓아서 다시 경력직으로 도전해 보려고 그나마 언론사인 자칭 진보언론에 몸담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실패자에 낙오자인 자신들에 대한 보상으로써 과도하게 비대해진 자의식을 가지기 쉽다는 것이다. 전에도 이야기한 바 있다. 상처가 많고 열등감이 깊을수록 지나치게 자신을 포장하고 과시하려는 경향을 가지기 쉽다고. 그래도 사회정의와 진보적 가치를 위해서 열악한 조건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자신들인데 어찌 저따위 무지렁이 대중따위가 자신들을 모욕하고 조롱할 수 있는 것인가.

 

한겨레와 경향이 이른바 친노에 대해 가지던 뿌리깊은 적대감의 정체이기도 했었다. 감히 노무현이 언론을 상대로 싸움을 걸었었다. 언론의 말을 듣지도 않고, 오히려 언론을 개혁의 대상으로 여겼었다. 노무현과 함께 그 지지자들이 언론을 상대로 공격을 가하던 당시의 기억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지식인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언론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 역시 철저히 부정하고 있다. 이놈들을 이대로 내버려두어서는 안된다. 노무현 자신도 민주화운동에서 철저히 비주류였거니와 이후 대통령이 되고 지지자들과 함께 보여준 행동들은 위협을 넘어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언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었다. 언론은 항상 정의롭고 존경과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했었다. 그런데 노무현이나 그 지지자들은 아니었다.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에 비해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기는 했지만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에서는 얼마나 언론을 두려워하며 예우까지 해 주었었는가.

 

진중권이 문재인 정부를 가리켜 한국사회를 퇴행시키고 있다 말하는 진짜 이유인 것이다. 한겨레 기자가 스스로 자백한 바 있었다. 차라리 이명박근혜 시절보다 지금이 자신들에게는 더 어렵다. 대중이 검증하려 한다. 대중이 언론의 보도를 믿지 않고 일일이 검증하며 언론인들에 진실을 요구하기까지 한다. 예전에는 그냥 쓰기만 하면 기사가 되었는데 이제는 대중의 눈치를 보며 스스로 검열까지 해야만 한다. 화가 나는 것이다. 자기가 그러려고 힘들게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간 것이 아니다. 어려운 시험을 치러가며 언론인이 된 것이 아니었다. 진중권 역시 자신 정도면 더 대중들로부터 예우받아야 하는데 고작 최성해가 만들어준 대학교수 자리가 전부였었다. 그에 비하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상대로 아무말이나 쏟아내면 진지하게 다루어주는 보수언론은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

 

한국사회가 자신들을 존경하지 않는다. 정확히 저 무도한 문빠들이 감히 자신들을 전혀 인정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고 있다. 저놈들이 악이다. 저놈들을 몰아내야 한다. 유독 거의 모든 언론들에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만이 아닌 그 지지자들까지 적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일 것이다. 공중파라고 예외가 아니다.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에 대한 대우가 다르다. 민주당 진영과 미래통합당 진영에 대한 판간의 기준 역시 다르다. 복수다. 너희들이 주장하는 그 공정함과 정의로움에 한 번 당해보라. 오로지 민주당 인사들에게만 적용되는 공정함과 정의인 것이다.

 

차라리 이명박근혜가 나았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가 퇴행이다. 그러면 어째서 문빠들은 그들 지식인, 언론인들을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고 조롱만 퍼붓게 된 것일까? 언론 스스로는 절대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자신들이 그렇게 보도했으면 그것이 사실이고 정의여야 한다. 무지렁이 대중들은 그렇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국민이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무렇지 않게 모욕하고 조롱할 수 있는 정의당처럼. 엘리트라는 것일까? 과거 조선의 사대부들을 떠올리면 비슷할 지 모르겠다. 차라리 이념은 다르더라도 같은 엘리트인 보수언론과 정치인들이 더 대화가 통하겠다.

 

그래서 파시즘인 것이다. 무지한 대중이 떼로 몰려다니며 난동을 부리는 것이니. 아마 전제왕조시절 백성들이 몰려다니며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려는 것을 보는 지배층의 태도가 저와 비슷했을 것이다. 그래서 '난'이라 불렀다. 저들의 입장에서 지금은 '문빠들의 난'이 일어나는 와중인 것이다. 진압해야 한다. 그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뭐다? 그 수괴인 문재인의 목을 베는 것이다. 구한말 조선조정이 동학의 교주였던 최재우와 최시형을 처형했던 것처럼. 한겨레나 경향이나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실패에 올인한 상황이다. 그 최선두에 진중권이 있는 것이고. 그들의 목적은 같다. 동기도 같다. 자칭 진보들의 허튼 엘리트의식이 문재인을 중심으로 모인 대중의 의식과 충돌하는 것이 이유인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지금 한겨레나 경향, 혹은 진보를 자처하는 지식인들의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공격은 숭고한 성전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거의 과거 군사독재와 싸우던 시절 민주화운동을 하던 당시의 심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성전은 그 자체로 정의로운 것이다. 그 과정에서의 모든 행위들은 성전이라는 이름 아래 정의롭게 된다. 다만 그렇더라도 너무 심하게는 하지 말라는 것이 소수자를 끌어들이는 진중권의 행동에 대한 사소한 비판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동기와 목적은 같다.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저들이 폭도이고 악인 것이다. 조중동과 다르지 않다. 저들의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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