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여성주의란 자체가 부르주아 운동이었다는 것이다. 당장 먹고 사는 일로 고민할 필요도 없고, 주위에 항상 보이는 것이 사회적으로 상당한 지위와 권력을 누리던 남자들이었고, 그러니까 아버지와 남편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그들만한 사회적인 지위와 영향력을 가져보자. 그래서 여성주의에는 노동자도 소수자도 존재하지 않았다. 백인 여성은 흑인 남성보다 우월하다. 여성 사용자는 남성 노동자보다 우월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상식인 것이다.

 

바로 얼마전에도 보았을 것이다. 단지 자신들이 주장하는 바와 다른 말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계약직인 여성 방송인이 실직하도록 압박하고 있었다. 단지 자신들과 같은 주장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남성권력인 검찰지도부를 움직여서 같은 여성인 일선검찰을 징계하려 시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시도를 하던 여성주의자들 자신은 혹은 변호사거나 혹은 정치인이거나 혹은 대학교수들이었다. 혼자 살더라도 그다지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것 같은 직업에, 더구나 남편까지 제법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그들 입장에서 계약직 여성 하나, 검사장도 못되는 검사 하나 직장을 잃는다고 신경쓸 일도 아닌 것이다.

 

확실히 정의당이 여성주의 정당이 된 것을 알겠다. 그러고보면 한겨레와 경향도 정작 비정규직 노동자와 관련한 이슈였던 이른바 인국공 논란에서 그다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박원순 시장의 경우와 다르다. 그때는 매일같이 기사를 쏟아내고 있었다. 정의연의 경우도 뻔히 오보인 것을 알면서도 조선일보를 따라쓰느라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굳이 정의연을 언급한 이유는 정의연 논란이야 말로 여성주의의 아픈 고리라 할 수 있는 박근혜에 부역했던 과거를 가리기 위한 의도된 공작이었기 때문이었다.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를 지지하며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도 철저히 박근혜와 입장을 같이 했던 과거를 지우기 위해서라도 당시 대립했던 정의연의 도덕성과 정당성에 크게 흠집을 낼 필요가 있었다. 실제 정의연 논란 당시 박근혜의 위안부협상에 대한 재평가는 물론 이명박 정권 당시 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시도들마저 모조리 끄집어내어 위안부문제 해결을 막은 당사자로 정의연을 공격하던 논리가 크게 기성을 부리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등장한 것이 화해치유재단 출신의 김재련이고 그가 여성주의의 중심에 선 상황이다. 이해가 되는가?

 

이번 코로나19의 재확산조짐에 대해 정의당이 바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의 실시를 주장할 수 있는 이유인 것이다.  저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바로 오한부터 느끼고 있었다. 아다시피 나는 지금 실직 상태다. 한 달 정도 충전하고 일자리를 구하겠다 마음먹고 있는 중이란 것이다. 그런데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실시되어 보라. 과연 그런 상황에 어느 사업주가 새로 사람을 구하겠으며, 사람을 구하더라도 어떻게 면접을 보러 갈 수 있을 것인가. 가장 만만한 공사장 일용직이야 당연히 공사가 중단되며 사라질 테고, 서비스업도 사람들의 왕래가 끊기면 더이상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당장 영업이 중단되며 폐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 PC방이나 헬스장 등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이런 때 가장 취약한 이들이 굳이 해고도 필요없는 이같은 비정규 시간제 일자리들인 것이다. 그런데도 그렇게 쉽게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인가.

 

이유는 아마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어차피 노조도 못만드는 그런 시간제 일자리들이야 자기들 알 바가 아닌 것이고, 또 하나는 설사 그들이 신경쓰인다 하더라도 현정부를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어찌되었거나 이 사회의 밑바닥을 이루고 있다 할 수 있는 진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나 고민 같은 것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주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되는 자신들이니까. 대부분 좋은 대학 나왔을 테고, 생계문제로 고민할 필요가 없으니 진보정당운동도 할 수 있는 것일 게다. 내가 민주당 당적을 가지고 있는 동안에도 워낙 먹고 사는 일이 바빠서 오프에서 행사 한 번 참석하지 못했었다. 당비도 그리 많이 걷혔다면서? 그러니 그런 말을 해도 된다.

 

코로나로 국민이야 죽든말든 상관없이 일단 정부부터 공격하겠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가짜뉴스로 정부를 공격하는데 보수언론만 앞장섰던 것이 아니었다. 일본이 다시 쳐들어와도, 중국이 다시 대한민국을 식민지로 삼으려 해도, 대기업이 아예 정규직을 모두 해고하고 계약직으로 바꾸려 해도, 그러나 정부만 공격할 수 있으면 자신들은 아무것도 상관하지 않겠다. 그런 필사적인 의지에 여성주의는 명분이 되어 준다. 그래도 자신들은 진보이기에 여성주의를 위해 이렇게 열심이지 않은가. 그런데 언제부터 여성주의가 진보였을까? 김활란과 박마리아가 과연 진보였었는가? YWCA가 진보적인 여성주의 단체였었는가? 여성주의는 미래통합당도 한다. 오히려 이수정 교수가 선택한 정당이 미래통합당이었을 정도다. 하긴 이미 미래통합당과 손잡고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포위하려 하는 곳이 정의당이기도 하다.

 

아무튼 듣는 순간 바로 욕부터 튀어나왔다. 다음주부터는 어찌되었거나 면접 보러 돌아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한 달 놀았으면 됐지 두 달 노는 건 무리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오래 놀면 사람이 망가진다. 하다못해 공사장 잡부라도 찾아보려 했더니만 그마저도 하지 말라고 고사를 지내고 있다. 이 똥덩어리 새끼들은 진짜 일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 노동자들이 정작 정의당을 지지하지 않는 것일까? 노동자 정당 정의당은 죽었다. 사실을 확인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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