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일보야 더이상 말할 것도 없다. 이미 참여정부시절부터 경향일보는 반민주라는 한 가지 노선을 확정하고 일관되게 그 방향을 추구해 왔을 것이다. 민주당만 아니면 된다. 민주당만 빼고 다른 어느 정당이라도 상관없다. 미래통합당이라도 좋다. 아니 미래통합당이라서 더 좋다. 반면 한겨레는 가끔 사람을 헷갈리게 만들 정도로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을 곧잘 보이고는 한다. 그래도 아직은 진보언론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잊지 않은 것은 아닐까?

 

사실 한 가지 경우만 제외하면 한겨레도 제법 멀쩡하게 진보언론다운 기사도 쓰고 할 것이다. 진보언론답게 사회의 그늘진 곳을 비추며 약자를 위한 기사를 쓰는데 누구보다 적극적이기도 하다. 다만 그 한 가지 경우가 문제라는 것인데, 바로 '언론'의 이해가 걸린 사안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참여정부 시절 기자실의 폐해를 직접 확인하고 폐쇄하기로 결정했을 때 한겨레가 조중동과 한 몸이 되어 반대하고 나선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하긴 그 전부터도 기자실에서 조선일보 기자가 야마를 정해주면 한겨레 역시 그대로 받아쓰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었을 것이다. 기자실이 폐쇄되면 더이상 조선일보의 야마를 받아서 기사로 쓰지 못한다. 정부를 비판하지 못한다.

 

작년 조국사태에도 역시 한겨레 기자들은 누구보다 날선 기사로 조국 전장관과 가족을 비난하고 조롱해야 하는 이유로 다른 언론사로부터 비웃음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앞세우고 있었다. 자칫 다른 언론사들과 다른 기사를 내거나 할 경우 그들로부터 어용언론이라는 조롱과 함께 따돌림까지 당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은 보수언론이 만들어 놓은 판 위에서 그들과 함께 조국 전장관과 일가족을 공격하는 기사를 써야만 했던 것이었다. 얼마전 정의연 논란의 경우에도 뻔히 내막을 아는 상태에서도 조선일보가 의혹을 제기했으니 정의연은 해명해야 한다며 따라가는 기사를 냈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었다. 자신들도 언론이기에 다른 언론사들과 보조를 맞추며 그들을 거스르려 해서는 안된다.

 

당장 그동안 다른 언론사들과 맥락이 다른 보도를 곧잘 내놓았던 MBC가 그들 언론사들로부터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가를 본다면 바로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MBC는 정부의 입장에서만 보도하는 어용언론이기에 그 보도의 신뢰성을 전혀 믿을 수 없다. 그래서 MBC가 첫보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어느 언론도 받아쓰려 하지 않는 것이다. 오죽하면 검찰의 사주를 받고 취재를 빙자한 협박을 일삼으며 특정한 개인을 음해하려 했던 채널A 기자에 대한 수사는 반대하면서, 정작 그 사실을 보도한 MBC에 대해서는 압수수색까지 해야 한다는 취지의 기사마저 쏟아내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인 것이다. MBC는 언론도 아니다. 그러므로 MBC에 대한 어떤 수사도 탄압도 언론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아니다. 그러나 채널A는 같은 편에 선 언론이므로 어떤 정당한 수사조차 함부로 이루어져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 성명을 낸 기자협회의 회장이 바로 한겨레 기자라는 것이다.

 

그렇게는 되기 싫다. 그러니까 언론으로서 언론의 입장에서 보도를 시작하면 한겨레는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든 언론들이 나서서 언론의 이해를 걸고 기사를 쓰기 시작하면 어찌되었거나 무조건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중에 다른 소리를 하더라도, 중간에 다른 기사가 나가더라도, 절대 그 방향만큼은 거슬러서는 안되는 것이다. 코링크PE의 익성실소유주 가능성을 가장 먼저 보도하고서도 이후 조국 전장관과 일가족과 관련한 기사들에서 단 한 번도 그에 대해 언급한 적 없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언론이 합심해서 조국 전장관과 그 가족들을 죽이려 하고 있는데 한겨레만 다른 길로 갈 수는 없는 것이다. 모든 언론이 윤미향과 정의연을 죽이려 한다면 자세한 내막을 알고 있더라도 모른 척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대협이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라는 이름을 쓰게 된 이유도, 위안부운동에서 김복동 할머니가 가지는 의미도 모두 알지만 다른 언론과 맞춰야 하기에 모르는 척 따라가야 한다.

 

문제는 그러면 과연 누가 결정하는가? 지금의 사안이 언론 전체의 문제라고 누가 판단하고 모두에게 선언하는가? 그래서 기자들에게 가장 영향력있는 언론으로 조선일보와 TV조선이 항상 꼽히고 있는 것이다. 한겨레 기자들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조선일보가 먼저 치고 나간다. 조선일보 기사를 아예 보지 않으니 정확히 어떤 키워드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먼저 치고 나가며 이것이 언론 모두의 문제라 선언하면 그때부터 모든 언론이 달려들며 그야말로 군대처럼 일사불란하게 하나의 방향으로 기사들이 쏟아지게 되는 것이다. 언론의 사명을 걸고서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싸움이라며 비장하게 선언하면 성전에 임하는 기사들처럼 기자들 역시 조선일보를 쫓아서 아무거라도 기사를 쏟아내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차라리 자신들의 신념에 의해 반문과 반민주당을 선택했던 경향일보에 비해 한겨레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할 수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에 종속되어 버렸다. 스스로 같은 언론으로서 다른 언론과 다투거나 혹은 거스르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 결심한 순간 조선일보가 주도하는 이슈에 스스로 갇혀 버리고 만 것이다.

 

그래서 더 헷갈리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신호를 보내기 전까지는 한겨레는 멀쩡한 진보언론인 것이다. 여러 사회적 이슈에 대해 자신들의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는데 여전히 적극적이고 열정도 가득하다. 그런데 정작 조선일보가 앞서서 치고 나가기 시작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그 뒤를 쫓느라 어제 자신이 했던 이야기마저 뒤집기 일쑤다. 아니 오늘은 조선일보를 쫓아 그들이 만든 프레임 안에서 기사를 쓰다가 내일은 또 엉뚱한 소리를 딱 거스르지 않을 만큼 흘리는 경우마저 있다. 하긴 그러고보면 월급도 얼마 안 되는데 더 나은 조건의 직장에 경력직으로 들어가려면 다른 방법이 없기는 할 것이다. 삼성에 가방셔틀로 들어가지 않을 것이면 돈도 많은 보수언론에 경력직으로 들어가는 것이 유일하게 미래를 보장받는 길인 것이다. 그것이 지금 한겨레의 모습이다. 어떤 때는 진보적이다가 어떤 때는 조중동과 다르지 않다. 본질은 후자에 더 가깝다. 정작 중요한 순간은 바로 후자의 기사를 내보낼 때이니.

 

결국 '진보'언론이 아닌 진보'언론'이기를 선택한 결과일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경향일보가 나을지 모른다 하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지금의 노선이 진짜 '진보'라 여기고 있는데, 한겨레는 진보보다는 언론이기만을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언론이기에 언론으로서 감히 보수의 프레임을 거부할수도 거스를수도 없다는 것이 지금 한겨레의 모순인 것이다. 그래서 한겨레는 진보언론인가? 차라리 경향일보를 진보언론이라 부르는 게 옳겠다. 자칭이기는 모두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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