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직장생활 하면서 깨달은 사실 하나는, 직장에서는 무조건 먼저 그만두는 놈이 지는 것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끝까지 남은 놈이 이기는 것이다. 직장 그만두고 나가서 어디서 뭘하는가는 상관없다. 중요한 건 밀려났다는 것이고 더이상 그 존재가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아있는 사람은 연차도 쌓이고 승진도 하고 하는 사이 그만둔 그 시점에 멈춘 채 그대로 잊혀지고 만다. 그래서 그만두더라도 이직이든 휴식이든 목적을 가지고 그만두는 것이 아니면 순간적으로 열받는다고 때려치고 나가는 것은 하수중의 하수인 것이다. 열받을수록 붙어 있어야 한다.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에 감탄하는 이유인 것이다. 나같으면 때려쳐도 열 번은 넘게 때려쳤다. 보통 수모가 아니다. 검찰의 수장으로서 법무부장관으로부터 수사지휘까지 받고, 심지어 수사배제도 되어 봤으며, 감찰대상이 되었다가,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어 직무배제당하고 정직까지 먹었다. 그래도 버틴다. 그래도 악착같이 대통령 물고라도 버틴다. 나가지 않는다. 그래도 현직 검찰총장인데 검찰총장 자리를 지켜야 뭐라도 있는 것이지 나가봐야 아무것도 없다. 이 얼마나 훌륭한 젖은 낙엽 정신인가 말이다. 이런 걸 본받아야 한다. 나가라 해도 끝까지 나가지 않고 버티는 정신.

 

다만 일반 직장인과 검찰총장, 그것도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인물의 행보가 같아서는 안된다는 것은, 남의 위에 서려는 사람은 절대 젖은 낙엽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한신이 끝내 모든 것을 잃고 반역의 혐의까지 쓴 채 삶겨 죽은 이유인 것이다. 스스로를 낮출 것이면 칼을 지니고 다니지 말던가, 칼을 지니고 다닐 것이면 가랑이 사이로 지나가지 말던가, 결국 당시의 평가가 죽는 그 순간까지 영향을 미치며 회음후 한신의 한계를 정하고 말았었다. 게기려면 끝까지 게기던가, 인내할 것이면 끝까지 인내하던가, 전임 검찰총장들이 자리를 걸고 거부하던 사항들을 죄다 허용하고 직접 당하기까지 한 상태로 버텨서 뭐하는가. 언론이 제대로 써주지 않으니 그나마 이 정도이지 보수지지자들조차 지금 모습은 영 마땅치 않은 것이다. 문재인 괴롭히라고 검찰총장 자리 지키라는 것이지 그 이상을 기대하는 지지자도 드물다. 왜? 사람의 급이라는 것이거든. 격이란 것이다. 저런 젖은 낙엽에게 과연 나라를 맡겨도 좋은 것인가.

 

비루한 것이다. 비굴한 것이고. 그렇게까지 검찰총장 자리를 지켜야 할 이유가 무얼까. 한 가지는 정정한다. 윤석열에게 정무감각이 아주 없지는 않다. 아주 없거나, 그래도 정상인 정도는 있거나일 것이다. 검찰총장 자리 박차고 나가면 아무것도 없다. 그래도 검찰총장 자리라도 지켜야 뭐라도 남는다. 한 마디로 검찰총장 그만두고 정치 시작해봐야 정작 손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란 현실인식이다. 검찰총장 그만두고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한 싸움을 그만두었을 때도 언론은 계속해서 자신의 편을 들어 줄 것인가. 언론이 돌아섰을 때 과연 지금 차기 대선후보로서 자신의 지지율도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니까 납죽 엎드려 붙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체면이고 염치고 상관없이 자리를 지켜야 하는 것이다.

 

아무튼 본받을 일이다. 하는 일이 힘들다 보니 내가 다니는 곳에서도 하루에 몇 번 씩 못 해 먹겠다고 짐 싸서 집에 가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러면 또 사무실에서 전화를 몇 번이나 해가며 다시 불러다 일을 시킨다. 일할 사람도 부족하다. 그렇게 그만두고 나가면 뒤에서 뭐라 하느냐면 그냥 그것밖에 안되는 사람이다. 자기 사정이 있어 그만두는 것이면 모르겠는데 조금 상황이 안좋다고 바로 박차고 나가고 하면 평가가 그렇게 안 좋다. 대통령 될 것이 아니면 직장생활은 윤석열처럼 해야 한다. 딱 거기까지가 윤석열에게 맞는 자리인 것이다. 그걸 언론도 다 알고 있다는 게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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