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군 중에 군량이 떨어졌다. 그리고 눈앞에는 목표한 적의 진지가 있다. 아군이 적의 10배이고 적의 진지에는 아군을 모두 먹이고도 남을 물자가 쌓여 있다면 지휘관 입장에서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하겠는가. 군량이 없어 병사들이 굶을 것을 우려해서 후퇴해야 하겠는가? 그래도 아직은 버틸 수 있으니 전력의 우세를 믿고 공세에 나서야 하겠는가? 

 

그러면 그런 적을 마주한 상대편 입장에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옳겠는가? 어차피 군량도 떨어졌으니 알아서 흩어지거나 물러날 것이라 믿고 목소리나 높일 것인가? 아니면 그럼에도 여전히 압도적인 적의 전력을 전제하여 최대한 버틸 수 있게끔 대비를 갖추겠는가? 적이 알아서 흩어지고 물러난다면 그보다 좋을 수 없겠지만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려 하면 충분한 대비 없이는 오히려 더 곤란해질 수 있는 것이다. 

 

확실히 민주당이 달라졌다는 것이 이런 부분일 것이다. 예전 열린우리당 시절에는 과반의 의석을 가지고서도 주위에서 조금만 흔들면 바로 겁먹고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이고는 했었다. 언론이 공격하고 여론이 악화되고 그래서 지지율까지 빠지면 조금이라도 상황을 돌려보려고 멈춰서고 물러서며 흩어지는 모습만 보이고 있었다. 물론 그런다고 언론이 공격을 멈추지도 악화된 여론이 돌아오지도 않는다. 오히려 아무것도 못하는 무능한 모습에 지지율만 더 급하게 빠져나갈 뿐이었다. 지지자들마저 실망해서 돌아서는데 하물며 적극적으로 지지하지도 않는 중도층은 말할 것도 없다.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말이 아니다. 보여주기식 퍼포먼스가 아니다. 실제 결과를 낼 수 있는 법이고 정책이다. 정부의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더 구체적이고 더 확실한 더 강력한 법을 입법부인 국회를 장악한 자신들의 힘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그 법안들에 문제가 있어 정책이 실패하면 당연히 민주당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이 기대한 그대로 효과를 발휘한다면 잠시간의 지지율의 하락은 얼마든지 반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힘을 보여준다. 민주당이 과연 어디까지 마음대로 할 수 있는가 그 실력을 유권자들에 각인시켜준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민주당은 어찌되었거나 주어진 힘으로 무언가를 하려는 정당이고 할 수 있는 정당이다. 그런데 고작 지지율 얼마 떨어졌다고 지레 겁먹고 움츠러들어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면 과연 어떻게 도겠는가.

 

그래서 미래통합당이 멍청하다는 것이다. 정의당이 차라리 낫다. 국회 안으로 들어와서 입법과정에 모두 참여하면서 그 과정 자체를 문제삼으려 하는 중이다. 물론 그럼에도 정의당 따위 얼마든지 무시해도 법안을 통과시키는데 크게 문제가 되거나 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이라면 다르다. 그래도 100석 넘는 의석으로 상임위마다 출석해서 법안에 대한 토론등을 통해 그 기세를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고 법안의 내용에서도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미래통합당은 큰 성공을 거두는 것이다. 어차피 아무것도 못하도록 시간만 끌고 있어도 정부와 여당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게 될 텐데 굳이 마음대로 다 해보라고 자리까지 비워 줄 이유는 없는 것이다. 여기서 장외투쟁까지 한다? 더 고맙다.

 

그러고보면 21대 총선 이후 미래통합당으로 인해 민주당이 가장 곤란했던 상황이란 국회가 열리기까지 협상과정에서 비타협으로 일관하며 시간을 끌던 무렵이었다는 것이다. 당장 국회에서 뭐라도 해야 하는데 국회가 열리지 않으니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상임위조차 제대로 구성되지 않아서 국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국회가 열리는 순간 이미 예정된 과정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상임위단계에서라도 브레이크를 걸 수 있도록 상임위원장을 몇 개 받았어야 하는데 그마저도 하지 않았었다. 그 결과가 일사천리다. 미래통합당은 국회 밖에서 언론과 함깨 정부와 여당을 욕하고, 정부와 여당은 국회에서 필요한 법안들을 통과시킨다. 그래서 승자는 누구일 것인가.

 

결국은 법안들로 인한 결과를 통해 모든 것이 결정될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정당에 점수를 줄 유권자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언론이 사실대로만 보도했어도 미래통합당은 벌써 나노단위로 박살났을 상황이란 것이다. 심지어 자칭 진보언론조차도 아무것도 않으며 국회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미래통합당에 대해 어떤 비판도 내놓지 않고 있는 중이다. 오로지 민주당만 비난한다. 하지만 그래서 지지율이 어떻게 변화하든 결과적으로 실제 현실에 영향을 주고 그 판단을 받는 것은 오로지 민주당 뿐이란 것이다.

 

심상정은 아는데 김종인은 모른다. 아니 김종인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국회에서 열심히 싸워는 모습을 보여야 할 동기가 있는 수도권 출신 국회의원의 수가 턱없이 줄어들었다. 그나마 남은 국회의원도 대부분 초선나부랭이들이다. 그래서 과연 지금 일시적으로 오른 미래통합당의 지지율이 이후로도 계속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더욱 몰아붙여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모든 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 민주당만이 오로지 앞으로 4년 동안 토론과 협상의 대상이란 것이다. 아직 실감을 못하는 모양이다. 늬들이 지금 늬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대화해야 할 대상은 누구인가.

 

지지율을 너무 무시해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얽매일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지지율은 그저 따라오는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지지율이 동기가 되어서는 안된다. 잘하면 오르고 못하면 떨어진다. 그 전에 언론부터 확실히 손봐야 한다. 다시는 감히 가짜뉴스로 까불지 못하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한 조속한 입법이 필요하다. 언론만 잡아도 상황은 크게 나아질 수 있다. 헛소리 지껄일 때가 아니란 것이다. 언론에 잘보이기보다 언론이 두려움을 느끼게 해야 한다.

 

어찌되었거나 강해지기는 진짜 강해졌다. 무엇보다 자기가 얼마나 강한가를 알게 되었다. 반복학습이 필요하다. 더 확실하게 자신이 강하다는 사실을 구성원 모두가 각인할 필요가 있다. 초선이기에 더욱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기 수월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민주당은 강하다. 그 사실만 바로 알면 된다. 강해도 너무 강하다.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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