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중용이라는 말을 오독한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 정치적인 것은 나쁜 것이라는 독재시대의 유산을 여전히 학습하고 있는 이유도 있다. 중도는 옳다. 치우친 것은 나쁘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누군가 치우쳤다 하면 반대편을 본다. 이를테면 민주당과 가깝다 하니 일단 욕부터 하고 보는 2찍 진보들이 그런 경우일 것이다. 진보라고 이념적으로 치우쳐서는 안되고 합리성과 객관성을 전제로 보편의 가치 위에서 주장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뭔 개소리인가?

 

그래서 한국에서 보수가 정치하기 편한 것이다. 민주당이 집권한다고 특정한 대상을 두고 이념적이라 공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원래 민주당의 성향 자체가 그렇다. 그래서 사실만 가지고 다툴 뿐 이념을 두고 이러네 저러네 따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반면 보수정당은 언제나 이념부터 걸고 넘어진다. 사실 기술이다. 그러면 자칭 중도들은 생각한다. 나는 이념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이념편향에서 벗어나야 한다. 보수정당이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민주당도 같다며 애써 무시하는 것도 그런 예다. 그러니까 자기는 어느 정당도 편들지 않기 때문에 이념적인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하다. 그래서 어떻게 되는가? 더 큰 부정과 불법과 부패가 존재하는 국민의힘이 여전히 정권을 잡고 국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놈도 같고 저놈도 같다 그러니 아무나 해도 상관없다. 그래서 이번에는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으니 이번에는 국민의힘이 정권을 잡는 게 옳다. 판단을 않는다. 사고를 않는다. 그냥 중간에 있는 그 자체로 만족하고 만다. 그러니 정치하는 저놈들 잘못이지 내 잘못이 아니다. 그러니까 그런 놈들을 거르라고 주권이라는 게 있는 거라니까. 방기다. 그냥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으니 누구로부터도 비난받지 않는 상태에 만족하며 더 이상의 사고를 멈춰 버린다. 그 결과가 지금의 상황이라 보면 된다. 지금 윤석열이 하는 언론장악을 두고도 이념적이지 않기 때문에 애써 민주당도 같다고 등치시켜 버린다. 그러므로 그냥 정치가 나쁜 것이다. 그런 걸 부추기는 게 진보와 보수를 넘어선 언론이란 것들이고.

 

그러니까 이게 뭐가 문제냐면 남자종에게 강간다한 여자종이 황희를 찾아와 고발한다. 쟤가 나 강간했어요. 남자종이 항변한다. 난 안했어요. 그러니 중간에서 그냥 난 모르겠다. 그러면 누구에게 피해가 돌아가는가? 거꾸로 여자종이 남자종에게 앙심을 품고 거짓으로 고했다면 또 누구에게 피해가 돌아가겠는가? 판단을 않는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살인자와 피해자 가족이 있는데 두 사람이 알아서 하라며 판사가 뒤로 빠져 버리면 결국 이익을 보는 것은 범죄를 저지른 악인이 되는 것이다. 중용은 그냥 한가운데 있으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중심을 가지고 판단하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렇게 되는대로 가는대로 흘러가듯 판단을 맡겨 버리는 상황을 경계한다. 하긴 당시에도 그런 것을 지혜라 여기는 병신들은 많았다.

 

아무튼 그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KBS 앵커는 윤석열 당선되었을 때 그리 좋아하더니만 역시나 그것으로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KBS 장악에 대해 별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KBS 구성원 스스로가 바란 결과이기 때문이다. 정권 바뀌고 파업한 뒤 노조위원장이라는 놈이 한 소리를 기억한다. 문재인 목을 따서 파업의 정당성을 입증하겠다. 누구에게? 차라리 나을 수 있다. 괜히 중립인 척 편드는 놈보다는 대놓고 편드는 쪽이 오해도 줄어들 것이다. 원래 KBS가 그랬는데 더 나빠져봐야 그동안 오해하고 있던 이들의 생각을 바로잡을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차라리 대놓고 편향적인 게 낫다. 그러니까 jTBC도 더이상 눈도 돌리지 않는 것 아닌가. 손석희 때문에 속았다가 손석희 덕분에 깨달았다. KBS도 그럴 수 있기를.

 

문재인 정부에서 언론장악을 시도했다라.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뭐만 하면 까는 기사가 그렇게 넘쳐났구나. 대놓고 문재인 정부를 저주하는 언론이 그렇게 넘쳐나는데 사실관계에 대한 것이 아니면 과연 공권력을 동원해 뭐라도 시도한 적이 있는가 한 번 물어 보고 싶다. 한상혁도 차라리 김어준을 징계했지 TV조선이든 채널A든 아예 손도 대지 않았었는데. 그 새끼는 좀 당해도 싸다. 이 새끼도 같은 부류다. 나는 객관적이고 합리적고 중도적이다. 중도는 병이다. 악성종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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