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정치란 타협의 연속이다. 정의당이 모를 리 없다. 그동안 끊임없이 국민의힘과 타협하고 조중동과 타협하며 심지어 노동존중의 정당이라는 헌사까지 바쳤다. 그런데 어째서 중대재해법에 대해서는 저리 크게 반발하는 것일까?

 

더 웃기는 건 그렇게 문제가 많은 중대재해법을 들고 노회찬의 묘소를 찾는 행위일 것이다. 노회찬은 살아생전 정의당에서 항상 비주류로 겉돌고 있었다. 그런데 죽어서도 대중적 인기가 높으니 그렇게 문제가 많아서 기권까지 해야 했던 법안을 들고 찾아가 참배하는 쇼를 보여준다. 자기들이 언제부터 노회찬을 그리 생각했다고.

 

사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참여정부 당시에도 한나라당이 보수적 관점에서 참여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면 민주노동당은 진보적 관점에서 완전무결하지 못함을 비판했었다. 자기들이 한나라당과 결탁하여 타협하면 현실이고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이 타협하여 양보하면 후퇴다. 그러면 한나라당과 조중동으로부터 예쁨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민주노동당이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을 공격하면 민주노동당 소속 정치인의 이름과 사진까지 대문짝하게 신문에 실릴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도 같은 행동이 반복되고 있었다. 최저임금인상하겠다 하니 자유한국당은 나라 망한다고, 정의당은 그것으로 부족하다고 비난한다. 근로시간단축하겠다니 조중동은 역시 나라 망한다고 한겨레 경향은 노동자 죽는다고 역시 비난한다. 그래서 여론의 부정적 반응에 동력을 잃고 후퇴하면 딱 인용하기 좋게 정의당이 논평을 내놓는다. 과연 중대재해법과 얼마나 다를 것인가. 하필 그 주역이 조선일보 창간기념회에 기쁘게 다녀온 류호정이다. 그렇게 박원순 시장에 대해서는 인격모독적인, 유족을 모욕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던 류호정이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성범죄에 대해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라. 

 

원래 그런 놈들이다. 아마 전에도 말한 바 있을 것이다. 인간으로서 자칭진보와 여성주의와 개신교와 서울대가 어우러지면 최악이라는 말조차 부족해지게 된다. 진보라는 이상론에 종교적인 엄숙함과 배타성에 서울대라는 우월감까지 더해지고 나면 답이 없는 것이다. 그런 주제에 현실이 이상을 따라가지 못하니 모범생 답게 다른 대상에 의존이하려는 의타성을 보이게 된다. 주로 인용하는 것이 유럽의 선진국들이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프랑스에서는 어떻다더라 잘도 떠드는 인사들이 있었을 것이다. 비슷한 맥락이다.

 

어째서 자칭 진보가 윤석열과 검찰을 추종하는가 예전 설명한 적이 있었을 것이다. 차라리 종교적 열정에 가깝다. 한겨레가 조선일보에 포섭된 이유도 비슷하게 이해하면 된다. 과연 진보언론으로서 자신의 정체성과 정당성을 무엇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인가. 그 기준을 조선일보라는 거대언론으로부터 찾는다. 조선일보로부터 인정받으면 진보언론으로서 잘하고 있는 것이고, 조선일보로부터 부정당하면 진보언론으로서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을 알면서도 조선일보가 앞장서면 무작정 뒤따르고 본다. 한겨레가 조중동의 가짜뉴스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것을, 더구나 조선일보가 작심하고 여론을 주도하려 할 때 반박하고 나서는 것을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가. 그래서는 안되는 이유는 언론으로서 자신들의 정체성과 정당성을 지켜야 한다는 당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의힘이 노동존중의 정당이 되었던 것이었다. 국민의힘은 주류 중의 주류니까. 말하자면 민주당이 정의당이 욕하는대로 부르주아 정당에 지나지 않는다면 정의당은 국민의힘과 마찬가지로 단지 진보적 가치를 앞세운 수구 기득권 정당이라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왕정 아래서 진보는 이루어져야 한다. 기득권의 지배 아래서 진보적 가치들은 실현되어야 한다. 여성주의조차도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전혀 다르게 적용되는 이유다. 민주당은 기득권에 저항하는 반역자에 지나지 않고, 국민의힘은 명분과 정통성을 모두 갖춘 진짜 기득권 정당이다. 민주당 2중대는 그렇게 모욕적인데 국민의힘 전위대는 차라리 영광스러운 이유이기도 하다. 뭐 하도 반복한 말이라 새삼스럽지도 않다.

 

아무튼 그런 자칭 진보기에 중대재해법과 관련해서도 자신들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국정운영을 책임진 여당으로서 여러 입장을 조율하여 타협한 법안을 내놓지  않으면 안되는데 그 자체를 부정한다.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중대재해법 통과 자체를 부정하는 수구언론에 중대재해법 자체가 가지는 문제들을 지적하여 양쪽에서 포위할 논리를 제공한다. 다만 참여정부 당시와 차이가 있는 것은 그래봐야 정의당을 지지하는 자칭 진보란 이제 겨우 한 줌이나 남았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구나 그동안 너무 자주 반복해 온 일이라 새삼 신경쓸 가치도 없다. 원래 그런 놈들인데 또 한 번 반복한다고 뭐라 한다는 것도 의미없는 것이다.

 

바로 수구언론을 위한 퍼포먼스인 것이다. 노회찬의 묘소를 찾는 것이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는 지지자를 위한 것이었다면, 중대재해법에 문제가 많다고 기권한 행위는 수구언론과 정당에 먹잇감을 던져주기 위한 공조행위였던 것이다. 왜 류호정이었겠는가. 원래 그런 극적인 행위들은 정당 안에서 역할을 나눠서 맡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류호정은 누구보다 앞장서서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첨병역할을 해 오고 있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히 해 오고 있었다. 수구언론들도 그런 류호정의 노력에 기사로써 보답해주고 있었다.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그러는 것이란 뜻이다. 민주당을 공격해야 한다. 민주당을 비난해야 자기들도 칭찬받고 이쁨받는다. 한겨레가 사실을 알면서도 조선일보를 따라가는 이유와 같다. 저들의 정체다. 비루하고 비굴한.

 

중대재해법이 문제라서? 중대재해법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서. 가진 자들을 위한 세상을 비판하며 국민의힘과 조선일보와는 기꺼이 손잡고 웃으며 화합한다. 자칭 진보가 떠드는 소리는 가전제품의 노이즈와 같다. 아무 의미도 가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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