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대놓고 만지겠다고 작정하고 손부터 내미는 것은 하수들이나 하는 짓이다. 고수는 자연스러운 순간을 노린다. 남자라면 거의 알 것이다. 아니 여자들도 거의 알 지 모르겠다. 우연히 거리가 좁혀지고 몸이 서로 맞닿는 순간을 이용해서 의도적으로 상대의 몸과 접촉하고 그 느낌을 즐긴다. 원래 그러려던 것은 아니지만 주어진 기회를 놓칠 수 없기에 본능으로, 그마저도 계획한 상태에서 상대의 몸을 건드리는 것이다. 그러고서 혹시라도 당사자가 항의라도 하면 우연히 실수로 그런 것이라며 변명할 여지도 남긴다. 성추행일까? 아닐까?

 

다른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짧은 순간 과연 그 손은 상대의 중요한 부위를 움켜쥐었을까? 혹은 쓰다듬었을까? 다른 외설행위는 하지 않았을까? 그리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다. 한 번 손에 힘을 주어 만지는데 무슨 분 단위의 시간이 필요한가? 그래서 정작 그런 수치스런 일을 당하고서도 증거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경우가 현실에 적지 않다. 물론 그런 일을 저지른 당사자는 현장에서는 아니라고 발뺌하다가 동성의 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다. 물론 사회적인 지위와 체면이 있는데 고작 그런 일로 자랑 씩이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평소의 습관이 나온  것일 수도 있다. 앞에 여자가 있고, 우연히 신체접촉이 일어났으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 손가락이 움직였다. 

 

물론 피해자라 주장하는 여성의 억지주장일 수 있다. 너무 과민하게 당시의 신체접촉에 대해 반응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어찌되었거나 성추행당했다는 피해자가 전면에 나서서 가해자까지 지목한 상황이란 것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여성이라면, 더구나 여성에 대한 성범죄에 대해 사회적 이슈로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려 하는 여성주의자라면 어떤 반응이 구체적으로 나왔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물며 피해자가 언론사 기자라면 같은 기자로서 여성 기자들이 침묵하고 있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재작년 장용진이 지나가듯 한 말 한 마디로 여성기자들이 얼마나 몇 주를 난리를 피웠었는가. 그런데 지난번 지방지 기자에 이어 인터넷매체의 기자가 그런 일을 당했는데 여성주의자들과 여성기자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왜 저들은 저토록 철저히, 아예 없는 사실마냥 침묵하고 있는 것인가.

 

두 가지다. 결국은 하나다. 신분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의 신분이 남다르다. 한국사회의 주류들은 보수야 말로 한국 사회의 정당한 지배자라 생각한다. 심지어 자칭 진보들조차도 진보를 주장하기는 하지만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것은 보수여야 한다고 철석같이 믿는다. 그들이 바라는 노동존중의 사회는 민주개혁정당이 집권해서 이루어내는 것이 아니라 보수정권 아래에서 자신들의 강연과 세미나와 집회와 칼럼 등을 인정받아 보수정권으로부터 얻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정부에서는 민주정부 욕만 하며 날을 지새다가 보수정부가 들어서면 제발 들어달라고 글도 쓰고 강연도 하며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이다. 특별히 보수를 지지하고 진보를 혐오해서가 아니라 정당한 주류와 정당하지 못한 찬탈자에 대한 본능적인 반응 같은 것이다. 박근혜 앞에서 두 손 곱게 모으고 듣기만 하던 기자들이 정권이 바뀌었다고 기자회견장에서 남들 보라고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릴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마 조선시대 백정 출신이 정승 자리에 올랐으면 성균관 유생 가운데 저러고 반발하는 놈이 분명 하나쯤 나왔을 것이다.

 

여기에 피해자의 신분이라는 것이 걸린다. 박원순 시장의 경우는 그래도 같은 여성주의자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김재련이 대리인으로 나섰기에 여성주의자들의 문제로 커질 수 있었던 것이었다. 아니었다면 과연 일개 시장 비서의 하소연을 누가 들어주기나 했었을까? 대부분 여성주의자들은 타고나기를 좋은 집안에서 나서 좋은 대학 나와 번듯한 좋은 직장에, 때로 좋은 남편을 만나 고생 않고 사는 경우가 많다. 여성주의자들에게 보호받아야 하는 여성이란 그런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여성들인 것이다. 그런데 앞서 가해자의 신분에 비추어 '서울의소리'라면 강선 친문매체라는 점에서 여성주의자들의 존중과 보호를 받기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더구나 여성기자들 입장에서도 이전 지방지에 이어 이번엔 듣보잡 인터넷 매체다. 성희롱이나 성추행이 문제가 되는 것은 주류매체의 기자들이지 그런 하찮은 매체의 자칭 기자들이 아니다.

 

그래서 피해자라 주장하는 여성이 성추행을 당했다고 하소연하고 있음에도 그토록 다른 목소리를 용납지 않으며 2차 가해를 외쳤던 여성주의자들과 여성기자들은 철저히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설사 일어났더라도 자신들까지 개입할 사건은 아니다. 가해자가 고귀하신 신분에, 피해자는 비천한 천민인 것이다. 양반이 백정의 아낙을 성추행하면 양반 자신의 체면이 깎이는 문제이지 추행당한 아낙의 상처를 살필 사안일 수 없는 것이다. 결론은 뭐다? 김학의 출국금지가 정권차원의 범죄라 믿는 정의당과 한겨레를 보라는 것이다. 답은 분명하다. 벌레들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