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이승만은 한국전쟁 당시 종전은 커녕 휴전조차 반대하고 있었는가. 이미 국토가 초토화되고 수많은 국민들이 죽거나 다치고 생사를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그럼에도 끝까지 전쟁을 이어나갈 것을 주장하고 있었다. 그래서 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북한을 무찌르고 통일을 이루자는 '멸공통일'은 군사독재가 끝날 때까지 대한민국의 국시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그렇게까지 오히려 더 호전적으로 전쟁에 집착하고 몰두했던 이유가 과연 무엇이었는가.

 

결국은 아주 최근까지, 아니 지금 이 순간까지도 북한을 일컫는 '괴뢰'라는 단어에 그 답이 있는 것이다. 괴뢰란 한 마디로 꼭두각시 인형이다.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존엄하고 대등한 존재가 아닌 누군가의 사주에 의해, 혹은 조종에 의해 영혼없이 행동하는 존재를 일컫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다못해 한 사회 안에 존재하는 여러 다양한 주체들에 의한 병립정부가 아닌 불순하고 불온한 존재에 의해 이용당한 끝에 민족을 분열시키고 끝내 전쟁의 참화까지 겪게 만든 하수인들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전쟁도 아닌 '6.25동란'이었던 것이다. 전쟁조차 아니었다. 대등한 정치적 주체에 의한 무력충돌이 아닌 그저 반란에 지나지 않았다.

 

너무 간단한 비유인 것이다. 당장 조선시대 홍경래가 평안도에서 반란을 일으켰는데 조선조정에서 반란군과 휴전도 아닌 종전을 맺는다 가정해 보라. 더이상 조선조정은 홍경래군과 싸우지 않겠다. 그 말인 즉 홍경래군을 병립 가능한 독립적인 주체로써 인정하고 예우하겠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없었던 대등한 정치주체가 새롭게 등장하는 것이니 역사는 이를 '독립'이라 말하고, 그때까지의 무력충돌을 '독립전쟁'이라 다시 정의하게 된다. 물론 북한의 경우는 분열되던 당시 하나의 주권을 가진 정부가 없었으므로 사정이 약간 다르다. 명이 멸망할 당시 숭정제의 자살 이후 정통성있는 황제가 사라지자 너도나도 황제를 자처하던 병립정부의 상황과 비슷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은 언젠가 명이든 청이든 하나의 나라로 흡수통일되어야 한다.

 

그래서 재미있는 것이다. 종전선언은 그동안 사실상 하나의 독립된 주권국가로 존재해 오던 북한을 완전히 인정해주는 요식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다시 말해 종전선언에 반대한다는 것은 독립된 주권국가로써 병존하는 자체를 반대한다는 의미로도 읽힐 수 있다. 차라리 통일을 주장하는 이들이 종전선언으로 통일의 가능성이 영영 사라졌다 말한다면 이해나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통일에 반대한다는 놈들이 종전선언에 무작정 반대부터 하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더구나 종전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북한과 대치하는 전선으로 끌려가야 할 20대 남성들이 그러고 있다.

 

통일이 싫으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종전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여전히 북한은 대한민국에게 있어 통일의 대상으로 남고, 따라서 그를 위한 다양한 노력과 시도 또한 계속해서 이루어지게 된다. 명목상이더라도 그로 인한 낭비가 결코 작지 않다. 통일을 비용 때문에 반대한다면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종전선언에 찬성해야 하는 것 아닌가. 언론이 병신인지, 그런 언론만 믿고 떠드는 어린 놈들이 더 병신들인 것인지.

 

하긴 더 어이없는 것은 그래서 스스로 보수의 입장에서 종전선언에 반대한다는 놈들 가운데 이같은 맥락을 들먹이는 놈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드는 이유가 일본과 미국이다. 일본과 미국 때문에 종전선언을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역사와 미래를 위해서가 아니다. 그게 한국 보수의 수준이다. 그런 놈들에게 휘둘리는 자칭 20대 공정남들의 수준인 것이고. 이준석이 딱 그 놈들 수준이기는 하다. 우습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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