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무협을 좋아하고 역사를 좋아하는 탓이다. 기왕에 충성을 바치려면 자기 목숨 뿐만 아니라 가문의 재산과 영광과 명예까지 모두 내던질 수 있어야 한다. 주군을 위해서라면 어떤 고통도 모욕도 참아낼 수 있어야 진짜 충신인 것이다. 아니 그를 넘어서 스스로 그 모든 것을 내던져 바칠 수 있어야 그 충성은 더욱 빛나는 것이다.

 

한겨레와 경향이 그동안 얼마나 윤석열의 똥꼬를 빨아왔는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윤석열의 똥꼬를 빨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오보를 내고, 심지어 내부쿠데타까지 기획해서 연기해 보이고 있었다. 젊은 기자들이 반발하기 전부터도 한겨레는 윤석열의 똥이나 빠는 똥걸레로써 철저히 윤석열 검찰을 위해서 받아쓴 기사를 내보내고 있었다. 조국사태에서도 그랬었고, 추미애 장관에 대한 윤석열 항명 때도 마찬가지였었다. 윤석열이 항명하던 당시 한겨레 기자들이 성명을 낸 것 보고 뜨악했던 사람들이 제법 될 것이다. 그 전부터도 윤석열 검찰의 주장만 철저히 받아쓰던 한겨레에서 뭔 젊은 기자들의 성명이란 말인가. 그 전부터도 한겨레의 논조는 조선일보의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았었다.

 

KBS의 검언유착 의혹이 불거지자 하어영이 앞장서서 오보를 내서 청와대가 윤석열을 저격한다는 오해를 만들었고, 다시 추미애 장관으로 인해 윤석열 검찰이 권위를 잃어가자 자기 몸을 내던진 오체투지의 사과로써 그 권위를 살리려 애쓰고 있었다. 오세훈을 위한 의도된 오보는 역시 보수야권의 후보로 두각을 드러내던 윤석열을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었었다. 윤석열 검찰이 그렇다면 김학의에 대한 재수사도 출국금지도 모두 범죄인 것이다. 한 면에서는 탈원전을 주장하면서 한 면에서는 월성원전을 조기폐쇄했다고 정권차원의 비리라 주장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배경에서였다.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사찰 역시 검찰이 그렇다고 하므로 더이상 전정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보라. 윤석열이 말하기를 조중동이 아니면 언론조차 아니다. 조중동이 아니면 고발도 폭로도 해서는 안된다.

 

하긴 한겨레의 원래 태도도 그러했었다. 정의연논란 당시 한겨레는 자체적인 취재원과 취재내용을 가지고도 철저히 조선일보의 논조에 맞춰 기사를 내고 있었다. 조선일보가 그렇다면 일단 그것을 사실로 전제하고 그 다음에 자기들이 취재한 내용을 부연하고 있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사실이 이러할 테지만 취재해 보니 이런 말도 있더라. 마치 요미우리가 1위하고 자기의 팀은 2위만 하면 된다던 예전 일본 프로야구 구단주들을 보는 듯한 태도였었다. 언론에는 조선일보가 있고, 동아일보와 중앙일보가 있으며, 바로 그 다음에 한겨레와 경향이 있다. 그래도 조중동 뒤를 따라가는 언론으로서 조중동이 언론의 필두가 되고 그 다음에 한겨레가 있다는 자부심을 드러낸 것이었다.

 

물론 경쟁자는 많다. 일단 조선일보가 언론의 필두임을 인정하고 그 다음에 KBS를 놓느냐 연합뉴스를 놓느냐 SBS를 놓느냐로 서로 경쟁이 치열하다. 아무튼 조선일보야 말로 언론 그 자체이기 때문에 자신들은 그저 따라갈 뿐이다. 한겨레가 그동안 조선일보의 오보에 대해 단 한 번이라도 정면에서 비판하는 모습을 과연 보인 적이 있기는 했는가. 당연하다. 차라리 조선일보가 오보를 내면 그를 근거로 민주당과 민주정부를 비판해도 조선일보를 비판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당시도 조선일보가 받고 나서야 비로소 한겨레는 자신들이 취재한 내용을 풀어내고 있었다. 그러므로 조중동만 언론이라는 윤석열의 태도는 지극히 옳다.

 

그러고보면 조중동 같은 메이저 언론이 아니라면 다른 언론들에 대한 고소고발은 언론에 대한 탄압으로도 여기지 않던 것이 바로 이들 언론들이었을 것이다. 지방언론이나, 인터넷언론들이나, 혹은 군소언론들에 대한 심지어 성폭력조차 기자들에게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여성주의자들에게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KBS 정도는 되어야 언론으로서 혹은 여성으로서 보호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정말이지 눈물겨운 충성심이라고나 할까. 다만 윤석열에게 더이상 대권의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니 때로 홍준표나 다른 국민의힘 후보로 눈길을 돌리는 것이 진짜 충성의 대상이 윤석열은 아니었다는 증거로 읽힐 수 있을 것이다. 정확히 윤석열이 아니다. 윤석열로 대표되는 검찰이다. 검찰이라고 하는 시험을 통해 정당하게 획득한 권력일 것이다. 다른 말로 기득권이라 부른다. 자신들 역시 진보에서 기득권이 되고 싶다. 그런 점에서 오랜동안 한겨레를 구독해 온 독자들조차 자격이 없으므로 독자로서 존중할 필요조차 없다. 어느 언론이 자기 독자를 정면으로 모욕할 수 있겠는가. 그럴 수 있는 것은 한겨레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윤석열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홍준표라도 좋고 원희룡이라도 상관없고 윤희숙이나 이준석이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세훈을 위해서도 기꺼이 오보라는 오명까지 감수할 수 있다. 언론이 아니라도 좋다. 조중동이 인정받으면 한겨레 역시 따라 인정받는 것이다. 그것이 언론의 가치고 존엄이다. 너무 솔직해서 감탄이 나올 정도다. 벌레는 벌레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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