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말했지만 처음 민주당 지지자들이 했던 생각은 문재인 대통령이 적폐청산과 중요한 개혁들을 마무리지으면 보다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대통령이 그로 인한 사회의 갈등과 혼란을 수습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성향이 강한 이낙연이 문재인 대통령과 차별화되는 다음 대통령감으로 벌써부터 낙점되었던 것이었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중도에서도 선호하는 확실한 대통령감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기에 이낙연이 지금 저 꼬라지가 된 것일까?

 

당연하게 정권말이 되면 여러가지 잘못과 실수와 오해들로 인해 지지율하락이 심화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정권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이들은 그를 보완하고 개선할 대안을 들고 나오며 이전 정권과 차별화를 시도하게 되는 것이다. 같은 정치세력에서 정권의 계승과 연장을 부르짖으며 나서는 이들 또한 한 편에서는 동질성을 강조하면서도 한 편에서는 이전 정권에서의 아쉽고 부족했던 점들에 대한 자기만의 대안을 들려줌으로써 차별화를 이루어내야만 실망하고 분노한 대중의 마음까지 끌어안을 수 있게 된다. 한 마디로 정권교체란 서로 다른 정치세력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같은 정치세력인데 이전과 다른 그러면서 더 나을 것 같은 개인이나 집단이 있다면 그 또한 현재를 보완하고 개선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써 정권교체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신중하고 품위있는 언행으로 문재인 정부 초반 존재감을 드러냈던 이낙연의 선택은, 아니 그의 성품이나 역량은 당시까지만 해도 최선을 넘어 최고라 할 수 있었다. 다음 정부의 대통령으로 이 이상의 인물은 없지 않을까. 안희정과 김경수까지 꺾이고 난 당시 상황에서는 그것 말고 대안이 없었다.

 

문제는 조국사태였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유시민이 했던 말이 있다. 그냥 대통령 한 사람 바뀌었을 뿐이다. 그래서 이해찬도 이야기했었던 것이다. 지금부터 최소 20년은 더 집권해야지만 비로소 온전한 개혁을 위한 기반을 대한민국 곳곳에 뿌리내리게 할 수 있다. 이전까지 개혁의 대상이었던 검찰이 오히려 수사권과 기소권을 이용해서 정권을 흔들려 하고 있었다. 검찰과 언론이 손을 잡고, 보수야당이 손을 잡고, 사법부까지 연결되어 하나가 된다. 여기에 장하성과 김상조까지 밀어낸 기재부는 이제 더이상 내부에 견제할 아무것도 없이 대통령마저 우습게 여기며 전횡을 일삼는 중이다. 하여튼 하나같이 이낙연이나 그 지지자들은 전혀 문제도 아니고 오히려 지지하며 응원까지 하는 부분들이지만 그러나 정체는 명확했다. 이 새끼들이 지금 문재인 정부의 개혁 자체에 저항하며 그를 좌초시키려 하고 있다.

 

검찰이 뽑아든 칼이 조국을 넘어 청와대까지 겨냥하면서 지지자들은 위기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검찰만이 아니라 언론과 사법부까지 보수야당과 한 편이 되어 청와대와 대통령을 정면으로 노리기 시작한 순간부터 자칫 이대로 다시 2009년의 비극을 반복할지 모른다는 절박함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었다.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 개혁에 저항하려는 저들의 조직된 힘은 너무 막강하고 이번 한 번의 집권만으로 적폐청산과 중요한 개혁들을 마무리짓지 못한 채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게 될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때 대통령을 포획하다시피 보수적인 경제정책들을 주도하고 있던 홍남기와 정면에서 맞붙는 이재명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똥파리들이 이재명을 극도로 혐오하는 또 하나 이유다. 감히 문재인 정부의 관료와 싸우며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지적했다. 하지만 결국 그로 인해 많은 지지자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아쉽고 부족했던 부분들에 대한 대안으로써 더 완고하고 과감한 개혁을 주창하는 대안을 찾게 되었던 것이었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전문가가 아니었다. 정치인으로서 경제정책에 전문성이 있는 것도 아니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란 걸 시작한 햇수라 해봐야 2012년부터니 아직 10년도 채 되지 않는다. 장하성이나 김상조 같은 명망 높은 교수들조차 기재부 관료들이 데이터를 앞세워 논리를 밀어붙이면 바로 반박하기가 쉽지 않은데 대통령은 더욱 경제와는 거리가 먼 변호사 출신이었다. 보수언론의 지원까지 받아 그같은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인사들이 정부에서 모두 밀려난 지금 정부의 경제정책을 주도하는 것은 어디의 누구일 것인가. 전문용어로 이를 포획이라 부른다. 김대중 대통령도 노무현 대통령도 바로 이러한 전문관료들의 농간에 수도 없이 농락당한 바 있었다. 그리고 그같은 포획의 최선두에 있는 것이 지금의 홍남기인 것이다. 김동연은 장하성과 팽팽하게 겨루는 관계였는데 이제 홍남기는 경계할 상대 하나 없이 대통령마저 우습게 여기며 마음대로 정책을 주무르고 있다. 그마저도 기재부의 논리에 포획된 결과 대통령의 의지로 여겨지며 나타난 결과가 바로 이번 재난지원금 선별지급으로 인한 지지율 하락이었다. 바로 똥파리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다며 당원게시판에서 분탕질치던 그것이 대통령의 지지율마저 떨어뜨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주창했던 초기의 개혁적인 경제정책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금 과연 다음 정부에서는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바로 여기서 갈리게 된 것이다. 검찰은 아예 대놓고 대통령을 향해 반기를 들고, 사법부는 대통령을 능멸하며, 전문관료집단은 대통령을 포획해서 농락하려 들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개혁의 대상들을 나누고 타협과 화합의 안정을 추구해야 하는가? 아니면 더 강한 개혁으로 이들을 바로잡아야 하겠는가? 오히려 민주당 밖에서 그런 요구들이 거세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민주당만으로는 안된다. 문재인 정부만으로는 안된다. 그래서 한때 그 지지가 정의당을 향하기도 했었다. 다른 대안은 없을까? 검찰의 난동도, 사법부의 폭거도, 전문관료들의 전횡도 한 번에 바로잡을 더 강하고 더 선명한 대안은 없는 것인가? 이낙연이 조국사태를 최소 방관했다는 주장을 사실로 전제하고 말하는 것이다. 그것이 이낙연의 자충수였다. 그 결과 오히려 이낙연의 존재이유는 사라지고 이재명의 존재만 드러나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로 개혁은 끝이 아니다. 오히려 더 크고 더 강한 개혁이 문재인 정부의 뒤에 강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럴 수 있는 인물을 찾아야만 한다. 상황이 그런데도 보다 시급하게 개혁들을 밀어붙이라며 준 180석 의석으로 이낙연은 엄중놀이나 하고 있었다. 심지어 해가 바뀌자마자 이명박과 박근혜의 사면까지 주장하면서 반개혁적인 면모를 더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때까지는 그러는 것이 옳아 보였을 것이다. 그러자고 자기가 문재인 정부를 계승할 차기 대선후보로써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던 것이니까. 그러나 상황은 바뀌었고 지지자들의 요구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낙연으로 과연 지금의 저토록 완고한 기득권의 저항을 누르고 못다한 개혁들을 마무리지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도 오히려 윤석열이나 보수언론과 입을 맞추고 민주당을 내부에서 공격하기 시작한 이낙연은 그냥 정신이 나간 것이다. 한 때 압도적인 지지율 1위에서 홍준표만도 못한 처지로 전락한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한 결과 정상을 잃은 것이다.

 

이낙연이 민주당 대통령후보로써 지지자들의 선택을 받고자 했다면 오히려 더 선명하게 윤석열과 들이받았어야 했던 것이다. 추미애 장관과 함께 윤석열 검찰과 싸우고, 때로 이재명과 손잡고 홍남기를 앞세운 기재부 관료들과 싸우는 모습도 보여주었어야 했다. 때로 과감하게 사법부와도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야 했다. 하나같이 대통령을 우습게 여기고 대통령의 개혁에 반기를 들었던 이들이다. 대통령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온건하게 그들과의 공존을 꾀하는 이낙연과 더 강경하게 새로운 개혁대상을 찾아 나서는 이재명 가운데 누구의 손을 들어주고 싶겠는가. 심지어 지금 이 순간에까지 윤석열과 국민의힘보다 이재명을 더한 적으로 여기고 그동안 민주당을 도와주던 이들마저 능멸하고 있는 중이다. 민주당과 관련한 소송에서 이름을 빌려주며 도왔던 법조인들이 졸지에 파렴치한 범죄자로 전락했고 그 가운데는 현직 민주당 국회의원까지 포함된다. 조언한 참모가 있다면 그 대가리를 정중하게 뽀개 줄 것을 추천한다.

 

상황을 읽지 못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재명에게 도덕적인 순결함 같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이재명의 잘못과 문제들을 파헤쳐 고발해도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이낙연 자신이 이재명과 비교해서 미치지 못하는 인물이라 여기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래도 이재명의 대안은 된다 여겨야 이재명에 실망한 사람들이 이낙연에게로 돌아선다. 시대적 과업이라는 것도 있다. 그래서 과연 이낙연은 이재명을 향한 지지자들의 기대를 대신할 자격을 갖춘 것인가.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어떻게 이재명을 대신해서 이재명보다 더한 개혁을 자기가 이룰 수 있을 것인가.

 

이재명이 인간적으로 훌륭한 인물이라 여기는 지지자는 아마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정치를 오래 하다 보면 이리저리 오물도 만지며 여기저기 때도 묻게 된다. 아니 무엇보다 인격적으로 멀쩡한 인간이 그리 집요하게 권력을 탐할 리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재명이기를 바라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거기서 차이가 드러나는 것이다. 자기가 집권하면 2년 안에 확실하게 강한 개혁을 밀어 붙이겠다. 무엇을 요구하는지 아는 것이다. 그에 비해 이낙연은 심지어 감옥 운운하며 지지층만 분열시키고 있다. 누가 대통령에 더 어울리는 인물인가. 최소한 이낙연이 감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내가 한때 이낙연을 차기 대통령감으로 전혀 의심없이 지지했던 이유였었다. 민주당에서도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대중이 기대하는 국정운영의 역량을 보여줄 인물이 하나는 필요하다. 괜히 개혁한다고 들쑤시기보다는 한 번 쯤 쉬어가며 사회적 역량과 열망을 추적하는 과정 또한 필요하다 보았다. 개혁만 밀어붙이다가 자칫 피로감을 느끼면 정권을 다시 내 줄 수 있다. 그리고 이제 문재인 대통령 한 사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이 다른 이유로 이재명을 마음에 두게 된다. 그것이 혹시라도 이낙연의 선택에 의한 것이라면 안타까운 묵념이라도 해 줄 수밖에. 우스운 것이다. 한심한 깜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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