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기자간담회에서 조국 전장관이 안타까운 심정을 담아 호소한 바 있었을 것이다. 아직 20대인 자기 딸이 혼자서 사는 오피스텔에 건장한 남성 기자들 몇이 밤늦게 찾아와서 취재한답시고 문을 두드리는데 제벌 그것만은 말아달라. 당연히 여성이 아닌 남성이라도 밤늦게 누군가 문을 두드리고 하면 마음이 두렵고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런데 다음날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출연한 여성 기자에게 그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니 대답이 재미있었다.

 

"기자라면 취재를 위해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서에게 속옷심부름 시켰다고 저리 미쳐 날뛰는 여자 기자란 년들이 지껄인 소리들인 것이다. 낮잠 자는 것 깨우게 했다고, 혈압 재도록 시켰다고, 기분 맞춰주라 주위에서 시켰다고 저리 돌아서 날뛰는 기자란 년들이 그따위 소리를 지껄인 것이다. 조국 딸이어서. 그리고 기자라서. 아마 속옷심부름도 남자 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그리 한 것이라면 그럴 수 있는 일이라며 웃어 넘기지 않을까. 여자 혼자 사는 집 문을 밤늦게 떼로 몰려 찾아가 두드리는 것과 속옷심부름 가운데 어느 쪽이 당사자 입장에서 더 위협적이고 공포스러울 것인가.

 

기자란 년들의 이른바 성인지감수성이란 것에 대해 전혀 공감도 동의도 못하는 이유인 것이다. 자기들이 스스로 고백했는데. 기자는 예외다. 취재대상도 예외다. 그러니까 장자연씨의 죽음에 대해서 언론사에도 여자 기자들이 있을 텐데도 정작 지금처럼 크게 목소리를 내는 경우를 보지 못한 것이다. 김학의는 어떨까? 서지현 검사는? 그나마 김지은 씨는 대상이 안희정이라 마음놓고 여성주의를 부르짖을 수 있었다. 그런게 바로 언론의 여성주의라는 것이다.

 

새삼 당시의 기억의 새록새록 떠오른다. 지금도 라디오 듣다 보면 그때 그 기자가 나와서 여성 어쩌고 잘도 떠드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한 번 그 집 문을 밤 늦게 덩치도 큰 남자들과 함께 떼거지로 찾아가 두들겨 보고 싶다. 혼자 살든 가족이랑 살든 상관없다. 아마 신고도 안하겠지. 나 역시 취재를 위해 하는 일인데. 박원순 시장이 기자가 아니라 저 지랄들이란 것이다. 이소정이라는 KBS 앵커 역시. 기자였어도 저들은 저리 용감하게 여성을 부르짖을 수 있었을까.

 

그래서 더욱 여성주의를 지지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성주의는 물런 여성과 관련한 모든 이슈들에 대해서도 최소한 방관하는 태도를 취하기로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성들 자신이 타인의 어려움을, 심지어 같은 여성의 억울함마저 외면하고 있으니까. 여성 스스로 문제라 여기지 않는데 남성들이 나서서 거들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의 경우에서 보듯 어차피 뒤도 좋지 못하다. 여성 문제는 여성들끼리. 아 그조차도 못되는가? 여성주의란 참 버러지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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