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지 않은가? 그러고보니 이명박근혜 때는 이런 경우가 없었다. 아무리 정책에 반대하고 부정과 비리들을 비판한다고 설마 당시 대통령이나 여당에 대해 집권의 자격 자체를 따져묻는 경우는 전혀라 해도 좋을 정도로 없었다. 대통령이 될 사람이 되었는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 것은 아닌가. 그럴 자격도 없는데 집권세력이 되고 여당이 된 것은 아닌가. 박근혜의 국정농단이 국민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도 그래서였다. 그래도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인 줄 알았는데 웬 듣보잡 아줌마의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대통령이 대통령이 아니었다.

 

작년 조국 사태를 떠올려 보라. 정의연사태나 추미애 장관 아들 논란 등도 한 번 가만히 처음부터 되짚어 보라. 너무 닮아 있었다. 2016년 광화문을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의 열기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다. 2016년 광화문에 모인 시민들을 지지하며 직접 참여하기도 했던 상당수 사람들이 바로 그때를 기점으로 돌연 태도를 바꾸어 현정부와 여당을 비난하기 시작했었다. 김어준이나 김용민, 이동형 등과 해석을 달리하는 이유다. 하필 시점이 너무 공교로운 것이다. 그냥 현정부에서 기대와 달리 한 자리 못한 게 그리 서운해서 그러는 것이라면 굳이 그때여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 그때를 기점으로 태도와 입장을 정하고 있었다. 왜?

 

요즘 내가 신입 소리를 듣는 중이다. 신입이다 보니 모르는 게 너무 많이 사고나 실수가 잦아 야단도 많이 맞고 있다. 그래서 떠오른 것이다. 물론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그런다는 것은 아니다. 아주 오래전 그런 회사들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신고식이란 걸 한다. 하긴 회사만이 나이다. 대학교에서도 신고식이란 게 있었다. 네 놈이 여기서 얼마나 잘 버티는지 보겠다. 네놈이 얼마나 이곳과 어울리는 놈인가 한 번 확인해 보겠다. 그리고 그와 가장 비슷한 것 가운데 시집살이라는 것이 있었다. 네 년이 얼마나 이 집에서 잘 버티는지 한 번 시험해 보겠다. 과연 이 집안의 며느리로서 필요한 자격을 갖췄는지 확인해 보겠다. 그래서 하여튼 별 시시콜콜한 꼬투리를 잡아서 아주 잡아댄다. 그래서 시험에 통과하면 며느리로 인정받는 것이고, 아니면 죽든 제 발로 나가든 상관할 바 없는 것이다. 어떤가? 매우 닮아 있지 않은가? 고작 표창장이고 고작 휴가연장이다. 고작 집을 샀고 자식 유학보낸 것이다. 그래야만 하는 분명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전부터 내가 해 온 이야기들의 또다른 변주인 셈이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보수정당은 한결같이 이 나라의 집권당으로 존재해 왔었다. 이승만부터 박근혜까지 이번까지 단 세 번을 제외한 역대 모든 대통령들이 보수정당 소속으로 정권을 잡고 있었다. 오히려 집권에 실패한 세 번이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로 너무나 당연하게 보수정당은 대한민국의 여당이었고, 보수정당 출신이 대통령의 자리에 앉는 것이 정상이었던 것이다. 그러면 거꾸로 원래 정당한 집권세력이 있는데 그를 대신하여 정권을 잡은 또다른 세력이 있다면 그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게 될 것인가. 김대중은 그나마 박정희 시절부터 민주화를 위해 목숨걸고 투쟁해 온 역사가 있으니 예외로 인정해 줄 만하다. 그래도 보수정당의 대통령이었던 김영삼과 동급으로 여겨지는 인물 아니던가. 마뜩지는 않아도 김대중 정도의 거물이라면 딱히 부정할 이유까지는 없다. 그런데 어디 부산에서 굴러먹다 온 하나는 고졸에 하나는 경희대 출신 듣보잡 인권변호사라면 어떨까? 그들을 따르는 인물들로 이루어진 정당이라면? 그 지지자들에 대해서는?

 

말하자면 검증과정인 것이다. 당연히 더 많은 유권자의 지지를 받았으니 대통령이 되었을 테지만 과연 대통령으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는가. 그를 따르는 집권세력들은 과연 대통령 만큼이나 정당하게 대한민국의 국정을 책임질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는가. 그래서 탄핵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정권교체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이다. 심지어 문재인이 대통령 되었다고 박근혜 동정론까지 나온다. 자칭 진보란 언론사의 기자들이 직접 자기 입으로 이명박근혜가 더 나았다고 토로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청와대는 악의 소굴이다. 민주당은 절대 집권당이 되어서는 안되는 부정하고 비정상적인 집단이다. 그리고 그들을 그렇게 만들어 준 유권자들에게까지 책임을 묻는다. 너희들이 어리석었기에 저런 자격없는 자들이 정권을 잡고 국정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유인 즉, 도덕적으로 한 점 흠결없이 깨끗해야 할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얼룩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표창장을 위조했고, 심지어 추미애 장관의 경우는 그런 의혹이 있다는 자체만으로 자격을 의심받는다. 장관으로서의 자격을 넘어 과연 현정부에게 집권자로서 자격이 있다고 여겨도 좋은 것인가.

 

이해찬이 20년 집권을 말한 진짜 이유일 것이다. 그러고보니 이에 대해서도 한 번 쓴 적이 있는 것 같다. 주류가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대표세력이 되어야 한다. 최소한 보수정당과 동등한 존재로 여겨질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대한민국의 변화와 개혁을 위해서가 아니라 구성원들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한 것이다. 지지자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아니라면 똑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하나는 그냥 의혹이고 하나는 명백한 사실임에도 서울대생들은 나경원에 대해서는 지금 단 한 마디 비판조차 않고 있는 중이다. 교수 가운데 여럿이 법인카드를 유흥비로 유용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고려대생들이 분노하는 대상은 오로지 한 사람 장하성 주중대사인 것이다. 그러므로 대통령을 탄핵하고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자칭 진보와 자칭 보수의 일갈에 그 답이 있는 것이다. 너희들은 자격이 없다. 우리가 철저하게 시험해 봤지만 너희들에게는 집권자로서 자격이 없다는 사실만 드러났다. 그러니 탄핵하고 다른 정당한 자격을 갖춘 주체로 정권을 바꿔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한겨레와 경향이 노골적으로 보수정당을 위한 선거운동까지 발벗고 나서게 된 이유인 것이다. 정의당이 차라리 입안의 혀처럼 국민의힘이 당당히 앞장서서 떠들지 못한 이야기들을 대신해서 떠들기 시작한 이유인 것이다. 류호정이 기자출입증으로 국회를 드나들던 삼성 임원을 찾아낸 것도 그에 비하면 사소한 보상에 지나지 않는다. 덕분에 공영방송인 KBS는 온갖 악의적인 보도로 정부와 여당에 상처를 입히는 한 편 류호정을 자기네 방송에 적극 출연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윤석열인 것이기도 하다. 윤석열이야 말로 시험관이다. 윤석열이 있었기에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검증할 수 있었고 이제 불합격 통지서를 받아들 수 있었다. 윤석열 없이 어찌 현정부의 자격을 논하겠는가.

 

한 때 진보를 자처하며 같은 편으로 여겼던 이들이 돌아선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라 볼 수 있다. 어째서 저들은 현정부의 집권 자체를 부정하며 정권교체를 입에 올리고 심지어 이명박근혜를 동정하며 아쉬워하는 것인가. 어째서 박근혜의 국정농단보다, 이명박 정부의 부정과 비리보다 표창장과 휴가연장을 더 중대한 범죄로 여기는 것인가. 자격이 되니까. 자격이 없으니까. 그래도 되는 신분이라면 그래도 된다. 현직 국회의원이다 보니 대리게임도 그럴 수 있는 일이 되었던 것처럼. 그러자고 권력을 가지고자 하는 것이기도 하다.

 

별 사소한 이유 가지고 집권해서는 안되는 놈들이 집권했다, 자격없는 놈들이니 당장 탄핵해서 내쫓아야 한다,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떠드는 소리들을 가만 듣고 있으려니 하나의 일관된 흐름을 보이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동안 내가 주장해 온 바와도 상당부분 부합한다. 그러니까 답은 뭐다? 누가 대한민국의 진정한 주인인지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도 군사독재 시절의 기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저 머저리들에게.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자신의 경험과 기억만이 전부라 여기는 저 얼간이들에게. 그럼으로써 앞으로 다시는 조국 전장관과 같은 희생자가 생기지 않도록 새로운 시대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은 재집권이다. 정권재창출이다. 이낙연이네 이재명이네 서로 멱살잡고 싸우는 것도 그래서 내 눈에는 사치로 보인다. 정권을 잃으면 다시 한 번 민주당은 집권의 자격이 없는 집단으로 낙인찍히고 마는 것이다. 그것을 극복하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더 필요할 지 알 수 없다. 기회가 되었을 때 잡아야 한다. 민주당 정권의 연장이야 말로 선이고 정의다. 그런 절박함으로 임해야 한다. 그래야 수 십 년 지배의 시간을 자산으로 대한민국의 주류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보수정당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것이다. 반드시 재집권해야 한다. 새삼 머릿속을 스친 깨달음이다. 승리에 목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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