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위나라 영공은 미소년들을 시종으로 거느리고 다니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총애한 이로 미지하가 있었다. 얼마나 총애가 깊었으면 어머니가 위독하다고 자기 수레를 몰고 나가고, 심지어 먹던 복숭아를 건넸는데도 허허 웃으며 넘어갔을 정도였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미자하의 미모가 시들해지자 바로 당시의 일을 끄집어내고 있었다.

 

"네 놈이 감히 내 수레를 타고 나가고, 먹던 복숭아를 주었었지?"

 

사람의 마음이 바뀌면 이전까지 문제가 되지 않던 일들도 큰 죄가 될 수 있다는 유명한 사례 가운데 하나다.

 

좋을 때는 백치미고, 싫을 때는 멍청한 거고, 좋을 때는 걸크러쉬였다가, 여자답지 않은 것이다. 평소 옷 잘 입는다고 좋아하다가도 마음이 식으면 옷에 너무 많은 돈과 시간을 쓰는 것이 거슬린다. 원래 문제가 아니었던 것도 문제삼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정의연이 장학금을 숨어서 준 것도 아니고, 윤미향 이사장이 차명으로 자기 계좌를 올려 홍보했던 것도 아니며, 오히려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지원 이외의 사업들에 대해서도 대중은 크게 지지하고 있었단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장학금을 문제삼고, 이사장 개인계좌로 모금한 것을 트집잡고, 그동안 벌여온 사업들을 비난한다.

 

정의연의 회계장부는 그 가장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속아넘어가기 딱 좋게 써 놨다. 하지만 말했듯 내가 직원 4명 있는 회사에서 사장과 번갈아 영수증 정리하고 했었단 것이다. 내 일도 바빠죽겠는데 어떻게 영수증이며 장부를 꼼꼼히 점검하고 기재하겠는가. 내가 일 때문에 작성하는 서류에도 오타와 오기가 아주 썩어 넘쳐난다. 듣자니 정의연에서 그 일만 담당하는 직원이 한 명이라고 한다. 모르긴 몰라도 이 일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 일도 하면서 이 일도 하거나, 아니면 이 일 하면서 다른 일도 불려가거나. 대개 결산같은 것 하려면 연말이나 분기별로 몰아서 하는데 바쁘게 몰아서 하다 보면 여기저기 구멍나는 경우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그 빈 구멍이 다른 곳으로 돈이 새어나간 흔적인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랬다면 벌써 그 부분을 문제삼았겠지.

 

당장 조선일보 장부부터 까보면 되는 것이다. 중앙일보와 세계일보 장부부터 까면 더 결론을 명확할 것이다. 웃기는 건 그렇게 시민단체들 회계장부를 문제삼는 언론들이 정작 자기들 회계장부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연 그런 식으로 회계장부 내역 하나하나를 문제삼으면 문제가 되지 않을 기업이나 법인이 과연 있기나 한 것일까. 그래서 부실을 문제삼는 것이다. 그러나 회계의 부실은 범죄조차 되지 못한다. 그냥 무능한 것이다. 그런데 유능하려면 그만한 인력과 노력과 자원이 필요하다. 기림비 사업도 하지 말라는 것들이.

 

그래서 실제 얼마나 되는 돈이 활동가 개인에게로 흘러갔었는가. 얼마나 되는 돈이 회계장부에서 사라져 개인의 이익으로 착복되었는가. 없다. 그냥 회계장부에서 얼마가 사라졌다. 그러니까 언론사 회계장부도 한 번 까 보자니까. 영수증단위로 한 번 낱낱이 까보면 뭐가 나올까. 언론탄압? 그래서 시민단체 탄압이다.

 

하여튼 박용진도 자칭 진보의 찌그레기 다운 본능을 결국 숨기지 못한다. 얼마나 보수언론을 두려워하는가. 보수기득권의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가. 그들의 편에 서기보다 저들로부터 야단맞지 않기 위해서. 모범답안이다. 때리면 맞고, 욕하면 듣고, 죽으라면 죽는 시늉도 해야 한다. 역시 이번 논란으로 거둔 소득이다. 시민단체의 진짜 아군은 정의당과 같은 자칭 진보가 아닌 민주당이다. 누가 자신들을 위해 함께 보수언론과 맞서 싸워주는가.

 

평소 그렇게 시민단체를 위하는 듯하던 자칭진보들은 숨거나 아니면 보수언론을 거드는 편에 서고, 오히려 시민단체들이 적대하던 민주진영에서 그들을 위해 기꺼이 비난을 무릅쓰며 응원하고 나선다. 그러니까 민주진영이다. 진보가 아닌 민주시민들의 연대인 것이다. 진보의 시대는 끝났다. 확인사살해준다. 자칭도 이제 필요없을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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