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부분이다. 한국 여성주의자들은 스스로 자신의 실력으로 사회적 지위와 평가를 쟁취한 여성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싫어한다. 한국 여성주의자들이 추미애나 박영선 같은 여성을 앞세우지 않은 정치인들에 불편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반면 남성의 부속이었거나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특혜를 받은 이들에 대해서는 거의 광적으로 추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박근혜가 그런 예였다. 박정희의 딸이라는 것 말고 박근혜가 내세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었는가. 아니 지금 현재 국회에 있는 여성정치인 가운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선택받은 이들이 상당할 텐데 대부분 여성주의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거의 이들이다. 스스로의 능력으로 지역구에서 경쟁하여 국회의원 배지를 쟁취한 경우가 아닌 정책적인 배려로 높은 자리에까지 오른 이들이다. 어째서일까?

 

추미애야 말로 법조계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일상이던 시대에 오로지 자기 실력으로 판사로서 인정받고 정치인으로서 성공한 케이스인 경우다. 여성도 노력만 하면, 아니 더이상 여성이라고 차별할 필요 없이 동등하게만 대해주면 다른 여성들도 추미애처럼 될 수 있다. 다른 모델이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추미애 같은 사람들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 이후 여성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뭐라? 누가 뭘 어째? 여성들이 노력해서 이루어낸 성과라면 그 가운데 추미애가 있었을 텐데 부정한다. 하긴 여성주의를 위해 박영선이 아닌 오세훈을 지지한 정의당일 터다.

 

바로 오늘 그 단초가 드러난다. 심지어 김건희를 옹호한다. 김건희를 옹호하기 위해 추미애를 저격한다. 그냥 윤석열의 아내다. 그 이상 어떤 사회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할만한 여성도 인간도 아닐 터다. 언론에서 거르고 걸러 보도한 내용만도 정말 참담한 수준인 인물이다. 하지만 지지해야 한다. 윤석열을 지지하기 위해서. 남성인 윤석열을 지지하기 위해서 그 아내를 옹호해야 하고 같은 여성인 추미애를 공격해야 한다. 그것이 진보고 여성주의다.

 

그래서 말하지 않았는가. 기생페미니즘이라고. 추미애가 누군가 대단한 사람의 딸이었거나 혹은 아내였거나 혹은 어머니였다면 정의당이 저처럼 나서서 저극적으로 공격하고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서울대 출신에 검찰총장이었고 대통령과 맞짱떴던 대단한 윤석열을 지키기 위해서는 김건희도 지켜야만 한다. 윤석열이 자신들 엘리트 여성들을 위한 여성주의를 실현시켜 줄 것이다. 아니면 말고. 스스로 노력해서가 아닌 꽃으로써 대우받아 올라가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아무튼 웃기는 꼬라지다. 김건희의 의혹이 뭔지 나는 잘 모른다. 별 관심도 없다. X파일따위 입수할 수 있어도 굳이 살펴 볼 필요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 없어도 윤석열 잡는데는 차고도 넘친다. 본 모양이다. 그러고서도 지지해야 한다 판단을 내린 것이다. 누가? 성한용이 요즘 한겨레에서 외로운 모양이다. 자칭 진보에게는 다른 대안이 없다. 조범동 재판의 결과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 윤석열 아니면 정의당은 죽는다. 누가 약점이라도 잡힌게 있는 것일까? 벌레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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