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여성주의에서는 집안에서 살림만 해도 배우자의 사회적 성과를 공유해야 한다 주장한다. 배우자가 밖에서 사회활동에만 오로지 집중할 수 있도록 모든 집안일을 책임지며 '내조'한 공을 인정해야 한다 여기기 때문이다. 평범한 일반 시민이어도 그런데 하물며 국정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이다. 심지어 국가수반의 배우자는 반드시 국가수반과 동행하지 않더라도 그에 준하는 격식과 예우를 받게 된다. 그런데 대통령 배우자 되겠다는 사람을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검증하지 말아야 하는가?

 

윤석열의 부인 김건희씨의 과거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이유는 하나다. 김건희 자신은 물론 그 친정어머니까지 윤석열이 검사시절 수많은 범죄에 연루된 의혹들이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이 검사로서 자기 직분을 이용해서 이들 사건들을 강제로 덮었거나 오히려 피해자를 수사해서 처벌한 정황들이 드러났다. 그런데 당사자는 아니라 하니 이런저런 근거들을 찾는 와중에 과거 이야기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된다. 여성을 대상으로 그런 식의 검증을 한다는 것은 가혹하다. 여성은 내버려두라.

 

윤석열이 얼마전 주 120시간 근로 발언을 한 사실을 잊은 모양이다. 정확히 상관없을 것이다. 말하지 않았는가. 전 검찰총장 부인이자 대선후보의 배우자가 아니었다면 정의당도 저런 식으로 변호하고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국 여성주의에서 여성은 전문직 여성이다. 혹은 그에 준하는 위치에 있는 여성이다. 자신이 전문직이거나, 혹은 배우자가 전문직이거나, 그래서 사회적으로 성공했다 여길만한 위치에 있는 이들인 것이다. 그러므로 윤석열이 노동에 대해 무어라 발언하든 여성주의자들이 상관할 바가 아니다. 그보다는 정당한 집권자에게 권력을 넘겨주어 불의한 찬탈자를 응징해야 한다는 '정의'가 우선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윤석열을 지지한다.

 

그냥 남자문제가 아니다. 그냥 과거 직업들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 모든 행적들이 자신이 저지른 범죄들과 연관되기에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다. 더구나 대통령 되겠다는 이의 배우자 아닌가. 장차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세계의 정상들과 만나야 할 사람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대통령을 대신해서 얼굴을 비추게 될 사람이다. 무엇이 정의고 무엇이 진보인가. 그 전에 상식이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여전히 윤석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정의당과 경향일보를 보면서 새삼 떠올리게 된다. 여성주의는 진보가 아니다. 진보적 가치가 아니다. 저들의 여성주의는 윤석열이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후에도 그 지지를 포기하지 못하는,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지지해야 하는 그런 가치인 것이다. 그래서 여성후보인 박영선이 아닌 보수후보 오세훈을 지지했던 것이었다. 민주당 정치인들의 부동산 문제에 그리 민감하던 자칭 진보가 김현아를 대하는 것을 보라. 이제는 자칭 진보라는 말조차 너무 저들을 인정해주는 것은 아닌가 자괴감마저 든다. 벌레는 벌레다. 예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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