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가 권력연장의 도구로 전락했다."

 

그동안 내가 자칭 진보에 대해 쓴 글들을 읽었다면 전혀 생소한 말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대한민국에서 국민의힘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민주주의를 혐오하는 것은 자칭 진보들이 아닐까.

 

그래서 김학의에 대해 출국금지만 남은 지금 상황이 납득이 간다는 것이다. 김학의가 아무일도 저지르지 않았으리라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여성들에게 끔찍한 인권유린이 저질러졌다.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마저 있었다. 문제는 그렇게 참혹한 일들을 당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끊어야 했던 이들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이름있는 이들이던가. 아니면 이름있는 누군가의 비호를 받던 이들이던가.

 

고작 대중따위. 고작 이름없는 민중따위. 이미 그들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더 멀리 더 넓게 보며 그들은 하지 못하는 주장을 할 수 있는 자신들과 비교하면 -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자신들을 알아주지 않는 대중이란 비천하고 무가치한 존재다. 실제 들은 이야기다. 조금 과격하게 표현하기는 했지만 맥락은 비슷하다. 대중이 무지하고 어리석어서 자신들이 옳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그런 무지하고 어리석은 대중에 의한 민주주의란 어쩌면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 아니었을까. 그들이 바라는 것은 소수 탁월한 엘리트에 의한 독재인 것이다. 정확히 소수 탁월한 엘리트의 합의에 의한 공화제다. 저들이 곧잘 국민의힘과 손을 잡는 이유이기도 하다.

 

6.10 항쟁마저 그래서 부정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잘못되었다. 민주주의는 출발부터 잘못된 제도인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기들이 주류가 되지 못했으니까. 주류여야 하는데 주류가 되지 못했으니까. 그래서 주류로써 어울리는 자격을 갖추기 위해 주류와 손을 잡는다. 국민의힘과 검찰과 손을 잡게 된다. 손을 잡는다기보다 비굴하게 매달리는 것이다. 검찰이 그동안 저지른 수많은 잘못들에도, 심지어 김학의에 대해서까지 철저히 검찰의 편에서 그를 수사한 이성윤을 부정하는 것을 보라. 검찰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김학의도 검찰이 그렇다고 했으니 무고한 일반인이다. 이 무고한 일반인이란 표현도 한겨레가 직접 자신들 채널에서 쓴 것이었다.

 

류호정의 이해 안되는 행동들도 그렇게 쉽게 설명이 가능하다. 주류라면 그래도 된다. 주류 기득권에 속한다면 그래도 상관없다. 오히려 정의다. 국민의힘과 검찰과 유착한 지금이기에 그리 행동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당당히 외칠 수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영락했다. 민주주의는 잘못되었다. 6.10항쟁은 실패했다. 남은 건 이제 전두환 찾아가서 무릎꿇고 용서를 비는 것일까? 권인숙도 아마 함께하지 않을까 싶긴 한데.

 

저놈들의 진짜 속내란 것이다. 벌써 1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그만큼 저들의 머릿속에 깊이 뿌리내린 사고체계인 것이다. 이해하면 저들의 행동을 아주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소수의 엘리트를 위해서. 당파가 달라도 차라리 노론이 더 가까운 것이지 남인에게 백정이 더 가깝지는 않다. 민주당은 기껏해야 중인 나부랭이다. 너무 솔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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