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가 없어 한참을 웃었다. 게임회사 다닌다고 다 저렇게 무식한 것 아니다. 오히려 게임을 만들어야 하기에 별 잡스런 지식들을 머리가 터지도록 우겨넣고 일상에서 흘리고 다니는 놈들이 더 많을 것이다.

 

원래 3인칭으로 쓸 때 '당신'은 '자신'의 높임말이다. 어머니 자신, 혹은 아버지 자신이라 하지 않고 어머니 당신께서 아버지 당신께서라 쓰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라는 뜻이다. 대통령 당신께서 어떤 뜻으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당신이라는 호칭 뒤에는 반드시 높임말이 뒤따라온다.

 

물론 정의당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사단이 나고 바로 지도부가 나서서 사과도 했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다 끝난 일을 대화의 앞뒤를 다 잘라가며 민주당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삼는가? 별 것 없다. 사람 심리란 그렇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누군가 왕따가 되면 처음에는 동정하다가도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왕따에 동참하게 되는 상황과 비슷한 것이다. 인간은 그래도 되는 상대에 대해서는 그렇게 대하려는 본능 같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강자라면 자신 역시 조심하며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모두가 우습게 여기는 약자라면 자신도 역시 마찬가지로 무시하고 비웃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그 상대가 평소 자기보다 더 크고 더 강하고 더 인기가 많아서 열등감을 가져야 했던 대상이면 더욱 그렇다. 그야말로 사과 자판기 아닌가. 주위에서 누가 한 마디 하면 뭐가 잘못인지도 모르고 무릎꿇고 머리를 땅바닥에 부딪힌다. 대통령까지 마음대로 하라며 내놓는 놈들이다. 저놈들은 조국을 버린 게 아니다. 이성윤을 버린 게 아니다. 대통령을 버린 것이다. 다만 대놓고 말하지 못하니 대통령이 인사한 조국과 이성윤을 대신해서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정의당도 민주당을 한 번 찍어 눌러야 하지 않겠는가.

 

우습게 보인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180석 의석을 가지고도 겁이 뭔지도 모르는 구더기마냥 이리저리 몸을 움츠리기만 바쁘다. 뭘 해보겠다는 생각조차 없이 어떻게 하면 주위에 미움을 받지 않을까 노심초사 무릎으로 기어다니며 연신 대가리나 조아리는 중이다. 정의당이 강하게 나서면 정의당에도 마찬가지로 사과할 것이라 생각한 거겠지. 

 

누구의 잘못인가? 권력이란 냉정한 것이다. 정치란 원래 그런 것이다. 약자가 있으면 짓밟는다. 지금 민주당은 그래도 되는 약자다. 누가 지금의 민주당을 180석이란 압도적 의석을 가진 강력한 거대여당이라 여기겠는가. 언론이 기사 한 줄만 쓰면 바로 흩어져 사라져 버릴 군소정당도 이렇게 비굴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럴만한 힘과 책임을 가진 자의 겸손은 비굴이며 비겁이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에 대한 배신이기도 하다.

 

정의당이 어이없으면서 오히려 민주당이 당한 상황이 우스워지는 것은 그런 이유인 것이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더 우습게 여겨지기 위해 경쟁하는 저 버러지들을 두고. 그래도 되는 대상으로 스스로 여긴다면 자연스레 그렇게 된다.

 

지금 민주당의 현주소인 것이다. 아무도 민주당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두려워하기는 커녕 존중조차 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버러지다. 버러지보다 못한 존재들이다. 그럼에도 더 비천해지기 위해 경쟁한다. 답이 없는 새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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