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이마트까지 거리가 딱 걸어서 오갈 수 있을 정도가 된다. 그래서 자주 이마트에서 술과 안주를 사다먹었다. 물론 동네 마트에서 사도 되긴 하지만 이마트 정도 되어야 파는 술의 종류나 질 모두 나를 만족시킬 수 있다. 주류백화점은 이마트보다도 더 멀리 있다. 그래서 쉬는 날이면 술 사는 김에 안주까지 같이 사서 냠냠거리며 먹고는 했었는데 그러던 것이 몇 달 전부터 많이 달라졌다.

 

신세계 오너라는 어느 분 때무이다. 그 인간 면상 보고 있자니 그냥 보드카 정도 안 먹고 말지란 생각만 들게 되었다. 그냥 동네 마트나 편의점에서 구할 수 있는 술 가운데 비슷한 것으로 아무거나 먹으면 그만이다. 안주야 어디서 사먹으면 어떤가. 내가 직접 해먹어도 크게 다를 것 없다. 요즘은 밀키트도 상당히 잘 나오는 터다. 그래서 몇 달 되었다. 이마트 들르지 않은지가. 보드카 대신 편의점에서 파는 장수막걸리로 주종을 바꾸게 된 것이.

 

소매점의 한계다. 세상에 상품도 많은데 굳이 특정 소매점만 집착할 이유가 없다. 세상에 술은 많다. 안주거리도 많다. 이마트 아니더라도 더 좋은 물건을 더 싸게 파는 곳은 인터넷에도 널려 있다. 굳이 이마트를 고집할 필요 없이 동네 마트에서 더 신선하고 좋은 제품을 적당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경로도 많다. 지역화폐라는 요긴한 수단도 있을 터다. 동네 마트에서 이용하면 그만큼 돈을 아낄 수 있다. 도대체 뭘 믿고 저 인간은 저리 오만한 것일까.

 

때로 고맙기조차 하다. 덕분에 술도 많이 줄었다. 이마트에서 술을 잔뜩 사다 쟁여놓고 마실 때는 꽤 마시는 양이 제법 되었는데 이제는 마실 때마다 편의점에 가서 딱 적당한 양만 사오니 그 양도 많이 줄었다. 그러라고 저리 개지랄을 떠는 것일까. 내 인생에 다시 이마트란 없다. 신세계는 더욱 해당사항이 없다. 그런 놈들 위해 내 주머니에서 돈 한 푼 흘러가게 내버려둘 수 없다. 당연한 다짐이다. 나 자신의 존엄을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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