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병원에 다녀왔다. 작년부터 건강 좀 챙겨보겠다고 운동을 시작했는데 자꾸만 척추쪽이 거슬리는 때문이었다. 정확한 자세가 취해지지 않는다. 정확한 자세를 취해도 자꾸만 흐트러진다. 걸을 때도 어쩐지 다리가 짝짝이인 듯 힘이 들어가는 것이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잘 느껴지지도 않았고 그냥 몸이 피곤하구나 안좋구나 여기고 넘어갔던 부분들이었다. 하지만 운동을 시작하고 조금씩 몸에 근육이 붙으면서 어느 정도 정상을 찾아가자 각 부분의 문제가 선명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어느 만화에서 의사가 엑스레이 사진을 보고도 병변을 찾지 못하자 정상인의 엑스레이 사진만 죽어라 보게 한 에피소드가 있었다. 정상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정상을 벗어난 것을 느낄 수 있게 된다.


흔히 말한다. 군사독재정권보다 민주화 정부가 더 무능하고 부패했다. 군사독재정권에서보다 민주화 정부에서 더 혼란스럽고 사건과 사고도 많다. 그러니까 군사독재정권에서 그런 것들을 무능이라 부패라 여겼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 혼란이나 사건사고들이 제대로 알려지기나 했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문제라 여길만한 기준조차 사실 없다시피 했었다. 비로소 몸이 건강해지니 어디가 문제인지 선명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는 것처럼. 그러면 내 척추가 틀어진 것은 내가 운동을 시작해서인 것일까.


과거 관행이라 여겼던 것들이 지금에 와서 심각한 도덕적 흠결로 여겨지게 되었다. 국회의원이라면 누구나 하던 행동들이 이제는 공직에 임명되는데 결정적인 하자가 되어 심지어 특검까지 거론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그런 부정이 드러난 문재인 정권의 문제인가. 아니면 그런 관행들마저 문제로 여겨지게 된 문재인 정부의 효과인가. 거꾸로 생각해보면 된다. 과거 정부에서 그런 일들이 과연 문제가 되었었는가. 국회의원 출신이 장관이나 정부요직에 임명되었을 때 그런 부분들로 문제를 제기한 경우가 과연 얼마나 있었는가. 괜히 현직 국회의원을 장관으로 임명하면 무사통과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제 그마저 문제가 되고 말았다.


내일 추나요법이 되는 한의원을 찾아가 보려 한다. 정형외과의 도수치료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카이로프랙틱이 전문적이라 하는데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 없으니 비슷한 추나요법으로, 그것도 건강보험이 시범적용되는 병원을 찾아 다시 한 번 치료를 시도해 보려 한다. 문재인 케어를 지지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시범사업인 추나요법이 부디 급여항목에 포함될 수 있기를.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이다. 비정상을 비정상이라 깨닫게 되는 계기는 오로지 정상 밖에 없다. 선이 없다면 악은 드러나지 않는다. 사회가 정상화된다면 그만큼 비정상은 더 드러날 수밖에 없다. 당연한 과정이다. 오늘도 그만큼 이 사회는 진보하고 있다. 내가 건강해진 이유와 같다. 기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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