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지금쯤 많은 사람들의 기억이 가물가물할 텐데, 원래 메갈리아와 워마드의 정치성향은 친박반문 반역사반노동반인간이었었다. 집회에 모인 메갈리아 회원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재기해!'라고 외친 것을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여기서 재기하라는 것은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자칭 남성주의자 성재기를 조롱하며 그와 같이 자살하라는 메갈류 레디컬들의 용어다. 문재인 대통령더러 자살하라 한 것이다. 그래서 자살하기 위해 거꾸로 뛰어내리는 모습을 형상화한다고 문재인 대통령의 성 문을 뒤집어 곰이라 부르고는 귀엽다고 자찬까지 했었다. 그런 메갈리아를 자칭 진보들은 여성주의의 주류로 받아들이고 마침내 정치권에 발딛게 만들고 있었다. 무슨 의미이겠는가.

 

자칭 진보들이라고 메갈이나 워마드 류의 극단적 여성주의자들의 성향에 대해 몰랐을 리는 없을 것이다. 사소한 견해의 차이를 그 뿌리까지 찾아서 헤집어가며 김규항을 비판하던 것이 바로 자칭 진보들이었다는 것이다. 노동과 노동자에 대한 인식에서 그 논리가 어느 시점에 머물러 있고 오류가 무엇인지 끝끝내 찾아내서 낡은 주장이라 비판하던 놈들이 바로 자칭 진보란 것이다. 그렇게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놈들이 메갈과 워마드가 뭐하는 집단인지 모르고 여성주의의 주류로 받아들이고 제도권에까지 발딛게 했겠는가. 알고서도 받아들인 것이다. 심지어 정의당은 메갈리아 장혜영을 비례대표로 당선시키기 위해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한 당규까지 뒤집고 있었다. 아마 21번째였던가? 훨씬 많은 당원들의 지지를 받은 상위의 후보들을 제치고 무리하게 류호정과 장혜영을 정의당의 얼굴로 삼아 앞세우는 무리수를 두고 있었다. 몰랐을 리는 없고 알면서도 그랬어야 했던 절박한 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자칭 진보는 지금 위기다. 자칭 진보들이 진보적인 이념과 가치를 주장할 때마다 자꾸만 민주당과 겹치게 된다. 그러면 당당히 민주당과 공감하며 연대한다고 선언하면 되는데 그러기는 곧 죽어도 싫다. 차라리 국민의힘의 전위대는 될지언정 민주당의 2중대는 되지 않겠다. 그를 위해서 차별화를 시도해야 한다. 민주당과 분명히 구분될 수 있는 자칭 진보의 정체로 무엇이 있겠는가. 나아가 이 사회 기득권의 연대를 위해서 수구세력과 연대하기 위한 명분도 필요하다. 그래서 말하지 않았는가. 여성주의란 자칭 진보와 수구가 연대하기 위한, 박근혜 시절로 다시 돌아가기 위한 명분에 지나지 않았다고. 그래서 그 수단으로 들고 나온 것이 마침 서구에서 일던 미투운동이었고. 손석희가 미투에 앞장선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설마 손석희도 몰랐던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다시 문재인이 집권할까? 문재인이 대통령 될 것 알았으면 손석희는 최순실의 태블릿 묻었다. 그런 새끼다. 저쪽 인간들은 다 그런 대가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 장혜영은 심상정과 정의당이 의도한대로 충실하게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중이란 것이다. 민주화세대를 부정했다. 역시 말한 그대로다. 워마드와 메갈리아는 일베의 미러링이다. 남혐과 여혐이라는 차이를 제외하면 사실상 역사관이나 국가관 사회관 인간관이 거의 일치한다. 가장 먼저 민주화세대를 부정하고, 민주주의의 문민통제의 원칙을 부정하고, 민주주의를 소극적으로 편협하게 적용하여 민주당의 개혁의지를 부정한다. 그것은 그동안 민주당과 형식상 연대해 온 정의당에 대한 부정이기도 했다. 그마저 정의당 지도부는 긍정한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다른 정당도 아닌 국민의힘에 정의당 대표는 노동존중의 정당이라는 찬사마저 바친다. 진보의 가치라 할 수 있는 노동문제에 있어서조차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더 정의당에 가깝다. 정의당은 어떤 경우에도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을, 문재인 대통령에 반대하는 길을 가겠다. 그를 위한 선택인 것이다. 그것이 심상정이 무리하게 장혜영을 공천한 이유였었다.

 

여성주의를 이유로 박원순을 부정하며 조선일보 창간기념회에 참석한 류호정을 보자. 장자연 사건이 다시 이슈가 된 것이 채 몇 년 되지도 않는데, 더구나 김학의와 관련한 조선일보의 보도가 그동안 문제가 되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을 텐데, 심지어 서지현 검사에 대한 모욕적인 보도도 바로 조선일보를 통해 나왔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관계도 확인되지 않은 박원순은 조문조차 할 수 없는데 조선일보의 행사에는 오히려 기꺼이 영광스럽게 참석한다. 정의당 지도부의 의지 없이 가능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30대 대변인도 어리다는 정의당인데 과연 진보꼰대들이 20대 여성 초선국회의원이 자기 멋대로 행동하도록 내버려두고 있었을 것인가.

 

그래서 올 초 심상정이 심재철의 말을 받아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발언을 다시 끄집어내게 되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정경심 재판에 이어 윤석열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판결까지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을 능멸한 사법부를 받아서 국민의힘이 다시 끄집어낸 단어가 바로 이 탄핵이다. 정의당이 괜히 사법부의 효력정지 판결에 환영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겠는가. 그렇게 돌고 돌아 다시 이어지는 것이다. 당시 심상정이 굳이 무리를 해가면서까지 장혜영이라는 메갈리아를 앞순위에 공천해야 했던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진보와는 전혀 방향이 다른 반역사적, 반국가적, 반사회적, 반윤리적, 반노동적, 반인간적 시각을 가진 메갈리아라는 집단과의 연대를 선택한 이유가 과연 무엇이었을 것인가. 정의당만이 아니다. 시사인, 한겨레, 경향일보, 오마이뉴스, JTBC가 모두 다르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KBS가 노골적으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 것도 박원순 시장을 계기로 여성주의란 명분을 잡으면서부터였다.

 

장혜영을 보면 심상정의 의도가 보인다. 정의당의 목표가 보인다. 자칭진보의 정체이기도 할 것이다. 왜 하필 메갈리아였을까? 여성주의를 제외하면 진보와는 전혀 거리가 먼, 오히려 정반대편에 있다고 할 수 있는 메갈리아를 무리하게 선택해서 공천까지 한 이유가 무엇인가. 이후 자칭진보들이 여성주의를 어떻게 무엇을 위해 이용하고 있는가를 보면 모든 것이 분명해진다. 김재련 혼자가 아니었을 것이다. 박원순 시장도 단순히 비서 한 사람이 자신을 고소한 것에 실망한 것이 아닌 여성주의자로서 그동안 연대해 온 이들의 배신에 절망했던 것이 아닐까. 여성주의가 단지 수구의 복권과 연대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다. 뇌피셜일 수 있다. 하지만 정의당과 자칭진보의 행보는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너무 분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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