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뿐만 아니라 대부분 사람들은 그저 평범하다. 적당한 정의감에, 적당한 도덕률에, 적당한 신념에, 적당한 가치에, 적당한 자기희생까지. 정의감에 불타면서도 그를 위해 포기해야 하는 자기의 이익이란 한계가 있고, 또한 자기의 이익을 지키더라도 양보할 수 있는 도덕과 윤리의 선이 있다. 그러므로 그 안에서 각자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정의를 지키고, 도덕을 지키고, 신념과 가치를 지키고, 자기의 이익도 포기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모두가 같은 것은 아니고 그런 평범함조차 더 잘 활용하고 못하는 사람이 나뉘게 된다. 그 적당함을 아는 것이다. 자기의 위치를 알고, 자기가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바를 알고, 그러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바도 자연히 알고 추구할 수 있다. 적당한 속물이란 것이다. 주위에 누가 있는가, 지금 자기의 위치가 어떻고 상황과 여건이 어떤가,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서는 안되는가. 적당히 상승욕도 있고, 적당히 권력욕도 있고, 적당히 이익도 밝히면서, 적당히 정치인으로서 사명과 지향이란 것도 갖는다. 한 편으로 보잘 것 없는 놈팽이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인간도 보기가 매우 어렵다. 이익에 휘둘리면서도 사명을 쫓는다는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민주당이 바뀌었다. 이낙연 시절과는 비교도 안되게 기민하고 교활하게 여러 사안들에 대응하고 있다. 이낙연의 그림자가 걷히면서부터였다. 대선후보경선에서 이낙연이 전처럼 힘을 쓰지 못하게 된 것을 확인하고부터 송영길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래서 말했던 것이었다. 송영길은 그저 소소한 속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만 굳건하면 다른 생각 없이 그저 지지자들 하자는대로 쫓을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과 척지는 것이 이익이 되지 않는다 판단한다면 너무나 수순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이재명을 쫓아 자기가 할 수 있는 바를 한다.

 

원래 치사한 인간이다. 때로 비열하고 때로 비겁하다. 악랄하다 싶을 때도 있다. 점잔만 떨지 않는다. 그렇다고 너무 선을 넘지도 않는다. 그것이 지금의 민주당이다. 딱 적당한 속물들에 어울리는 적당한 정치행보다. 문재인이나 노무현과는 다르다. 이재명과도 다르다. 그게 바로 송영길의 장점이다. 다만 지금 상황이 그런 여건을 만든 것이지 송영길의 대단함은 아니라는 것이 소소한 속물의 한계일 것이다. 일단 지금은 잘하고 있으므로.

 

이낙연이 병신인 것인지 송영길이 대단한 것인지. 하지만 송영길이 그다지 대단한 위인이 못되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래도 홍영표보다는 나은 결과가 되었다. 어쩌면 우원식보다도 지금의 송영길이 훨씬 나은지도 모르겠다. 잘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그릇을 키운다면 그 허튼 야망이 결실을 보게 될 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지금 정치판에 송영길만한 인물도 드물 것이니. 재선 이상 가운데 누가 있을까? 한국 정치의 처참한 현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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